<반가운 손님> 하송시인 ‘오월 찬가’

문화 / 하송 칼럼니스트 / 2017-05-26 14: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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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송 시인
오월의 산하! 짙은 연두 빛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관능적 교태로 표현하여 시적 자아를 유혹하기도
미워했던 서운했던 사람들 끌어안고 용서하는 달


● 철쭉꽃…마음까지 붉은 물이 들고

오월의 바람은 향기다. 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짙어가는 오월 아침, 간밤 내내 피울음을 울던 뻐꾸기도 목이 쉬었는지 산이 조용하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앞산 뒷산 무너지라며 몸부림을 쳤을까 생각하니 아침마당이 답답하다.

울타리에 기댄 채 다소곳이 핀 찔레꽃 향기도 뜰 앞을 서성인다. 이웃집을 지켜 주는 아카시아 나무가 미세한 바람에 수줍다는 듯 꽃잎을 날린다. 오월의 산하는 마치 짙은 연두 빛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고운 빛깔이다.

앞산은 청정한 녹색 옷을 입고 턱 버틴 채 사람의 마을을 내려다보고 나무들은 싱싱하다. 오월의 들판에서는 청보리가 익어가는 축복의 시간이 간이역처럼 정겹다. 푸르름이 더할수록 뭇 생명체들은 살아가기 좋고 농부들은 농사짓기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온은 상춘객들의 나들이를 유혹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오월이라고 해도 내 인생의 유익한 삶과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푸른 오월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오를 수 없는 장벽일 뿐이다. 오월의 태양은 따사롭고 보드랍다.

오월을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앞산 여기저기에 핀 철쭉꽃은 붉게 타올라 마음까지 붉은 물이 들고 밤이 되면 무논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가슴을 적신다. 아카시아 꽃 그윽한 향기가 코끝에 걸려 잠을 설치게 하는 오월의 밤은 말을 잃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캄캄한 들길을 걸을 때 들리는 것은 잡은 손이 내는 숨소리와 주체할 수 없이 뛰는 심장의 고동 소리뿐이다. 침은 왜 자꾸 고이고 밤하늘의 별은 어찌나 많은지! 바람은 발아래 풀잎을 자꾸만 쓰러뜨리고 풀잎들은 지금은 누울 때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한때 두려웠던 어둠도 이제는 두려움이 되지 못한다.

시인 김영랑은 ‘오월’을 이렇게 노래했다.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묘사적인 서정이 화려한 이 시는 발랄한 생명이 약동하는 오월의 싱그러운 자연을 섬세한 시어와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읽는 이의 마음속에도 커다란 스크린이 펼쳐지며 오월 풍경화가 가득 차온다. 오월은 온갖 향연의 마당이다.

벅차오르는 신록을 흔쾌히 끌어당기는 오월은 신명이 난다. 보리가 자라서 이삭 패는 모습을 시골 처녀의 허리로 의인화하여 오월의 자연을 관능적인 교태로 표현하여 시적 자아를 유혹하기도 한다.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차용하여 봄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흔히 봄을 여인의 계절 또는 사랑이 싹트는 계절이라고 한다.

봄 꾀꼬리 암수는 나무와 나무사이에서 희롱하고 청록으로 채색된 산봉우리는 곱게 단장한 새색시가 된다. 시적 자아와 자연 사이에 이루어지는 은밀하고 황홀한 교감을 흥겨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인의 화려한 활유법 구사는 오월을 찬미하고도 남음이 있다.그런가하면 피천득의 수필 ‘오월’은 이렇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얻었노라, 사랑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잃었노라, 사랑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의 ‘오월’은 오월의 순결함을 동심으로 쓴 수필이다. 참신한 비유를 통해서 사색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감각적 표현이 뛰어나 산뜻한 인상을 주고 있다. 섬세하고 다정다감하다. 뿐만 아니라 순수한 감정이 선명하고 아울러 서정성이 뛰어나다.

평론가 김우창은 피천득의 ‘오월’을 ‘우리는 금아(琴兒) 선생에게 기쁨을 드리는 것이 새로 나온 나뭇잎이라든가, 갈대에 부는 바람이라든가, 문득 들은 한 가락의 음악이라든가, 어떤 여성의 지나가는 미소라든가, 가냘프고 스러지는 것들임에 주의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러한 것들은 현재의 것으로보다는 추억의 조각들로 이야기된다. 가냘픈 것들의 추억은 금아 선생의 아름다운 것에 늘 애수가 어리게 한다. 이 애수는 어떤 때는 비창감(悲愴感)으로 심화되기도 한다.

선생이 신록에 관한 글에서 갑자기 젊은 시절의 외로운 여행을 회상하며,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구절을 모래 위에 써 넣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고 할 때, 우리는 신록의 싱싱한 생명이 죽음으로 하여 더욱 찬란해지는 것을 아는 선생의 비극적 인식의 일단을 느낀다.’고 평하고 있다.

● 생은 오월처럼 희망에 가득 차야

오월은 생명력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생은 오월처럼 희망에 가득 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월은 눈부신 계절이다. 본격적으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때다. 농부들이 풍성한 추수를 꿈꾸는 달이다. 설령 흉작의 불행을 맞이할지라도 오직 추수의 희망의 끈을 단단히 쥐고 땀을 흘린다. 불행 뒤에도 희망은 있다.

오월은 희망의 계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의 ‘애드벌룬(Adballoon)’을 오월의 하늘 높이 띄워야 한다. 꽃의 뿌리는 땅 속에서 물기를 뽑아 올리고 줄기는 하늘을 향해서 뻗어나간다. 이파리는 태양을 바라보며 싱싱하다. 우리들도 꽃처럼 꽃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깊은 정신과 확대된 생각을 가져야 한다. 마음의 그릇은 커지고 넓어져야 한다.

무쇠도 내버려두면 녹이 슬고 금반지도 닦지 않으면 누렇게 변한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정신이 타락하면 삶도 타락한다. 삶이 바르고 윤택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인격을 바르게 세워야한다. 성숙된 정신과 고매한 인격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된다. 이 말 속에는 걷는 자만이 앞으로 나 갈 수 있고 노력하는 자만이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올바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서 전진하는 것이다. 중간에 무릎을 꿇고 좌절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일어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에 진정한 가치를 둬야 한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목표가 없다는 것은 불행한 것이다.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보람이 따르고 보수가 따른다. 거기에는 보너스도 있다. 그것은 행복하다는 흐뭇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하는 창조인이 되어야 한다. 행복은 언제나 근면한 자의 편이다. 우리는 오월처럼 부푼 희망 속에 살아야 한다. 나태와 무사안일은 결코 행복의 월계관을 씌워주지 않는다.

우리는 오월의 나무처럼 씩씩하고 발랄하게 성장해야 한다. 오월의 태양 속에서 만물이 힘차게 자란다. 성장한다는 것은 기쁘고 보람찬 일이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희망은 생명에 힘을 불어넣는 힘이다.

우리는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희망은 생활의 자극제다. 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소다. 희망을 못 갖는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신념과 용기의 등불이 꺼졌다는 것이다. 희망을 잃은 자는 앞으로 나갈 기력이 없고 고난과 싸울 용기도 없다.

오월은 싱싱한 성장의 계절이다. 희망은 인생의 등불이다. 오월에는 미워했던 사람도 서운했던 사람도 끌어안고 용서해야 하는 달이다. 조금은 부족하고 많이 손해를 본다고 할지라도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허물을 덮어주어야 한다.

덕을 칭송하고 배려하는 습관을 하나로 묶는다면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먼저 주면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마음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회이다. 사람 사는 세상으로 오월의 꽃등을 들고 함께 갈 사람이 그리운 요즘이다.

■ 하송 시인 프로필 ■

• (등단)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 (저서) 동시집 / 내 마음의 별나무. 동화 / 모래성. 교육서 / 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 외 다수 • (수상) 공무원문예대전 행안부장관상. 한류예술대상. 소월시문학대상. 농촌문학상. 하트세이버인증서. 대한민국사회봉사 정부포상 외 다수 • 현) 교사. 향촌문학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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