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업무시간 줄였지만 생산성은 '제자리'... "인재 양성 기반 약화 우려"

e산업 / 이수근 기자 / 2026-06-09 1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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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보고서 "시간 절감에도 산출 증가 연결 안 돼… 구조·보상 바꿔야"
교육자료 개발·통계 분석에선 시간 절감 뚜렷… 물리적 협업 업무선 제한적
단순 업무 대체로 신입 근로자 학습 기회 감소… 장기적 기반 약화 우려
▲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도입으로 근로자의 업무시간은 평균 3.8%(주 40시간 기준 1.5시간) 감소하며 '잠재적 효율성'은 높아졌으나, 실제 업무처리량 증가나 산업 생산성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이른바 ‘생산성 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AI가 전체 업무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일부 작업 개선에만 머무는 데다 경직된 조직 구조와 성과 보상체계 부족 등의 구조적 제약에 기인한 것으로, 한은은 AI가 진정한 생산성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와 조직 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사진=pexels)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며 생산성 향상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생산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서동현 조사국 고용연구팀 과장·오삼일 팀장·윤종원 조사역)은 8일 ‘BOK 이슈노트 No.2026-12’를 통해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는 근로자의 업무시간은 평균 3.8% 감소했다. 주 40시간 기준 약 1.5시간이 줄어든 셈이다. 이를 생산성으로 환산하면 약 1.0%의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업무시간 감소와 실제 업무처리량 증가 사이의 상관관계는 ‘0’으로 나타났다. AI로 시간을 아꼈지만, 그 시간이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 “AI 도입, 서비스직이나 물리적 협업 필요한 업무에서 효과 제한적


한국은행은 이를 ‘생산성 단절’ 현상으로 설명했다. AI가 개별 작업의 속도와 효율은 높였지만, 업무 흐름이나 조직 구조 변화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효과는 직무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랐다. 전문직·사무직 등 인지적 업무에서는 시간 절감 효과가 컸고, 특히 교육자료 개발, 통계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반면 서비스직이나 물리적 협업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또 AI 사용시간이 많거나 근속연수가 짧은 집단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AI가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의 업무 효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 절감이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는 일부에 그쳤다. 자영업자, 전문직, AI 고강도 사용자처럼 성과가 수익과 직결되고 업무 자율성이 높은 집단에서만 생산 증가가 확인됐다.

◇ “AI, 일부 작업만 개선하는 수준, 업무 흐름 전체 바꾸지 못해”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AI가 일부 작업만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고, 업무 흐름 전체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AI 활용은 업무 전체가 아닌 특정 작업에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직 내 승인 절차, 협업 구조 등에서 병목이 존재할 경우 일부 작업이 빨라져도 전체 생산성은 크게 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보상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추가 성과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면 근로자가 절약된 시간을 생산 활동에 다시 투입할 유인이 약해진다는 설명이다.

산업 단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AI 활용률이 높은 산업일수록 생산성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뚜렷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기간에는 AI 활용률과 노동생산성 증가율 간에 약한 음의 상관관계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는 AI 도입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추가 분석에서도 같은 결론이 반복됐다. 업무시간이 줄어들수록 생산이 늘어나는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생산성 변화는 성별·학력보다 직무 특성, 종사상 지위, AI 활용 강도 등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현재 AI가 ‘효율성 단계’에는 진입했지만, ‘생산성 단계’로는 아직 넘어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범용기술 도입 초기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으로, 향후 조직 개편과 제도 변화에 따라 생산성 효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조직 구조 개편 ▲직무 재배치 ▲성과 중심 보상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특히 표준화 업무는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창의적 업무는 인간-AI 협업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 확산이 신입·저연차 근로자의 학습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존에는 단순 업무를 통해 경험을 쌓았지만, 이 과정이 줄어들 경우 장기적으로 인재 양성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AI의 효과는 기술 자체보다 ‘어떻게 활용하고 조직을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lee8501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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