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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윈스턴 처칠은 평생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반 고흐는 양극성 장애를 앓던 말년에 가장 뛰어난 작품을 그렸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알려진 수학자 존 내시는 조현병 환자로서 엄청난 수학적 재능을 드러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학습과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뇌 과학자 에릭 캔델(Eric R. Kandel)이 이 모든 궁금증에 답한다. 세계적 석학이자 위대한 생물학자로 70년 가까이 인간의 뇌를 연구한 에릭 캔델은 올리버 색스와 하워드 가드너가 인정한 뇌 과학의 살아 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그는 신간 ‘마음의 오류들’(RHK 출간)에서 그동안 마음의 문제로만 취급되던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사실 ‘고장 난 뇌’와 관련 있다고 밝힌다. 무엇보다 뇌가 마음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오류를 살펴봄으로써 사회성, 창의성, 기억, 행동, 의식과 같은 인간 본성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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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정신 질환에는 그에 대응하는 뇌의 장애가 있다. 결국 마음의 문제는 뇌의 문제인 셈이다. pixbay.com |
● ‘고장 난 뇌’ 그 메커니즘의 통찰
고장 난 뇌가 왜 그토록 중요할까? 그것은 컴퓨터 부품이 고장 났을 때 그 부품의 기능이 드러나듯 뇌의 신경 회로도 고장 나거나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을 때 그 기능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베르니케 영역이라는 뇌 부위가 손상되면 언어 이해에 결함이 생기고, 이마 앞 겉칠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도덕적 판단력이 상실되며, 뇌의 보상 체계에 활성이 줄어들면 중독에 취약해진다.
다시 말해 모든 정신 질환에는 그에 대응하는 뇌의 장애가 있고 인지, 기억, 사회적 상호 작용, 창의성 등 우리의 모든 정신 과정에는 그에 대응하는 뇌의 기능이 있다. 결국 마음의 문제는 뇌의 문제인 셈이다.
뇌 과학자 장동선 박사 역시 이 책을 추천하며 “헤릭 캔 델이 이끌어주는 대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픈 뇌에 관해 하나씩 배우다 보면, 우리의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고 이를 통해 과학이 주는 묘한 위안을 받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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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뇌가 달라지면, 우리의 정신 과정도 달라진다. 반가운 소식은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pixbay.com |
우리의 뇌가 달라지면, 우리의 정신 과정도 달라진다. 반가운 소식은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냅스의 연결을 약화해 기억을 교란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고, 이마 앞 겉질의 일부 영역을 비활성화하면 억압된 창의성을 해방할 수 있다.
또 옥시토신을 이용해 둘레계통의 억제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면 연인 간의 친밀함을 높일 수 있다. 마음의 질병을 앓으면서 놀라운 천재성을 드러낸 이들도 그들의 ‘뇌’를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미국국립아카데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기억을 찾아서’와 ‘통찰의 시대’에서 그랬듯 이 책에서도 에릭 캔델은 과학, 예술, 인문학을 가로지르며 오래된 철학적 물음에 현대 뇌 과학의 최신 연구들을 통합한 과학적 답변을 내놓는다.
‘뉴욕 타임스’와 ‘사이언스’,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극찬한 이유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분리돼 있는가? 젠더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어떻게 하면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과학의 발전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생물학적 통찰이 가득한 대답을 듣고 나면, 이전과는 세상이 완전히 달리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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