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광장] 문 정권, ‘그나마’ 잘한 일

People / 논설주간 남해진 / 2019-11-27 11: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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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주간 남해진
[일요주간 = 논설주간 남해진] 문 정부가 출범한 지 5년 임기의 반을 넘어섰다. 적폐 청산을 우선 과제로 휘몰아온 이 정권, 잘한 일이 무엇인가? 있기나 한 것인가? 아닌 자문(自問)의 답(答)이 화두(話頭) 같다. ‘긁어 부스럼’, ‘엎질러진 물’을 치유하고 쓸어 담으려는 한두 노력이 그나마 가상하다.

지난 22일 자정의 종료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GSOMIA) 파기를 ‘유예’로 변경 발표했다.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의 해제 없이는 지소미아 파기를 철회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그 후 여러 날이 지난 지금도 한‧일 양국은 지나간 협상의 내용과 발표의 형식‧절차를 두고 치고받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신의성실 위반으로 사과를 받았다는 우리 측 주장과 사과한 적이 없다는 일본 측의 맞대응이 그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외교 사안을 두고 양측 실무진이 합의서도 없이 구속력을 확인할 수 없는 구두 합의로 끝냈다는 말인가?

한‧일 징용 배상에 대한 우리 대법원판결을 두고 일본이 화이트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배제하며 수출규제를 한 것이 발단이었다. 일본의 경제적 보복에 대해 안보 문제를 내세워 초강수로 대응한 것이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예고’였다.

단순히 한‧일 간의 군사정보 교환 문제로 국한하여 판단했고, 일본을 압박하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사과를 받아내려 했던 우리 정부 안보 담당자들의 판단이 얼마나 허술했던가. 뒷수습으로 미국이 일본을 압박하면서 이 문제를 중재해 줄 것을 기대했을 터이지만, 동북아 안보 문제를 두고 미국이 발끈하면서 오히려 우리 정부에 대해 압박과 함께 강경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GSOMIA)는 2016년 11월 23일 박근혜 정부가 군사 정보의 전달‧보관‧파기‧복제‧공개 등에 관한 절차를 규정하는 내용의 21개 조항으로 체결되었으며, 이후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 대북 군사정보를 공유해왔다.

탈북자나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의 휴민트(인적 네트워크),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청 수단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를 우리 정부가 일본에 제공하고, 일본은 정보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대 등을 통해 더 많은 고급 영상 정보를 한국에 제공해왔다. 지소미아 파기 예고가 절대 패착이었던 이유이다. 또한,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파기 유예 선언이 이 정권 들어 ‘그나마’ 잘한 일 중 하나인 이유이다.

지소미아 파기 유예에 투정하듯 연평도 포격 9주기인 23일, 김정은은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군 당국은 보안 핑계를 대며 포격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는다고 했으나 포격 음원을 포착했을 뿐 사격 방향이나 탄착지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를 두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깬 장본인으로 김정은을 지목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여러 차례 추궁 끝에 궁색한 대답으로 수긍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우리는 한‧미연합훈련 취소와 축소, 휴전선 비행 경계 구역 항공 훈련 취소, GP 초소 철거 등을 이행하며 무장을 해제해왔다. 반면 북한은 함박도에 레이더 시설과 구조물 설치, NLL 인접한 한강 하구 교동도와 3km 거리의 황해도 연백에 다수의 초소를 설치했고, 2015년부터 연평도에서 4‧5km 떨어진 갈도와 아리도를 요새화하며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주한 미군 감축설에 관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 특별보좌관은 5~6,000명을 줄인다 해서 한‧미동맹 기본 틀이나 대북 군사적 억지력에 근본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해 “미국이 돈이 없으면 주한 미군을 줄이면 되고, 상징적으로 공군만 좀 남기고 지상군은 다 철수해도 된다.”라고 했다. 참으로 무책임하고도 철부지한 발언들 아닌가.

27일 오늘 0시 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附議)됐고, 내달 3일에는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법’도 자동 부의된다. 제1야당을 배제한 민주당과 범여권 4당이 야합하면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설치가 강제 처리될 수 있고 그럴 위기에 처해 있다. 이의 저지를 위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째 청와대 앞 거리에서 노숙 단식을 강행하고 있다.

양 진영이 강행과 저지에 사력을 다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정신과 체제, 그 변경과 수호에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영속이냐 ‘자유’를 뺀 가짜 민주주의로의 설정과 변경이냐에 있다. 이 정권은 우리를 사회주의 체제로 끌고 가고 있다. 우리는 보편적 복지의 환각에 안주하고 이를 방관하면서 결코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제1야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처절한 마지막 수단에 아낌없는 염려와 성원을 보낸다.

‘그나마’ 잘한 일이 하나 더 있다. 10월 29일 문 대통령은 수원 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지금 우리의 고속 성장은 ‘새마을 운동’ 덕분이라면서 새마을 운동과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가자고 했다. 박정희 지우기 일환으로 깡그리 없애려 했던, 유엔이 선정한 후진국 개발 모델의 ‘새마을 운동’을 재인식하고 되살린 일이다.

이처럼, 앞으로도 문 정권이 잘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선거법을 합의 하에 개정하고, 공수처법 신설을 철회하는 일, 한·미 혈맹의 복원과 강화, 한·미 연합훈련 재개, 탈원전 정책을 파기하는 일, 적폐라는 이름으로 더는 적폐를 쌓지 않는 일,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김정은 눈치 보지 않고 자주국방을 강화하는 일,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탄력적 최저임금·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4대강 보 유지, 소통과 통합으로 가는 일 등등.

엇박자로 달려오면서 이 정권이 저지른 일들, 역으로 치유하고 쓸어 담으면 ‘그나마’ 잘한 일들로 기록될 터이다.

 

◈ 남해진 논설주간 프로필

* (현) 한국도심연구소 / 소장

* (현) 박정희 대통령 현창사업회 /회장

* (현) 정수진흥회 수석부회장

* (전) 김범일 대구시장 정책협력 보좌관

* (전) 자민련 부대변인, 대구시당 대변인

* (전) 한나라당 대구시당 수석부대변인

* (전) 바른미래당 대구시당 /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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