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올바르지 못한 신념으로 비수를 꼽는 정치

People / 최철원 논설위원 / 2020-11-24 1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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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상해 임시정부 국무령인 석주 이상룡선생은 1910년 8월 일제가 나라를 빼앗자 전 재산을 정리해 서간도로 망명해갔다. 그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신념(信念)으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국땅에서 조국 광복을 위한 독립전쟁에 열정을 바친 고귀한 삶을 살았다. 그의 위대한 신념은 목적 달성을 위해 고향에서 안락한 삶을 포기하며 이국땅에서 일제와 싸우는 고행의 삶을 살았지만, 그 '신념 찬 숭고한' 정신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 길이 남는 아름다움으로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각인되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팬덤의 지나친 신념이 아름다움은 커녕 전율의 사회로 치닫고 있다. 얼마 전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국회 의회 진행 과정에서 진행 질서를 어지럽히는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정도껏 하세요" 라고 말했다가 친문 지지자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그는 "원활한 의사 진행을 위해 딱 한마디 했더니 하루 종일 피곤하다"고 했다. 아무리 같은 식구라해도 조금의 이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친문의 과도한 신념.

집단의 신념이 완강한 돌덩어리처럼 굳어져 다른 의견에 의해서 절대로 부셔질 수 없다면 그것은 신념이 아니고 무기이다. 그런 신념은 소통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똑바로 겨누고 있는 전율의 비수(匕首)이다. 실로 정치가 팬덤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신성불가침'의 그 무서운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보편적 신념으로 뭉친 정치 집단과 그 지지 세력 간의 강한 결속력은 대개의 경우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것이 일체감이나 그 이상 동일시로까지 진전되는 것은 그 사회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 지지하는 국민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왜냐하면 그때의 지지는 무조건적인 것이 되기 쉽고 그 열기는 상대방 정치 집단과 그 지지 국민에게도 옮게 되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객관적인 사고는 없고 상대주의적 판단으로 정치 집단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지지 세력의 집합만 있다면 그 세력의 하는 일은 뻔하다.

지난 4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 시대는 끔찍했다. 백인 우월주의 신념에 찬 몰상식이 빈부갈등, 인종 등 대립과 양극화를 부추겨 권력을 쟁취, 미국 우선주의를 펼친 강력한 '팬덤(fandom) 정치'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고, 그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위험이라는 점을 우리는 트럼프를 통해 똑똑히 목도했다. 우리끼리 신념이 미국을 벼랑 끝까지 내몬 것이 트럼프의 팬덤 정치였다.

대통령제를 낳은 민주주의 나라 미국에서 이런 팬덤 정치의 억지가 나오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엘 지블렛는 "최근 미국 정치인들은 경쟁자를 적으로 여기고, 언론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면서 미국 사회는 지금 민주주의의 쇠퇴와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친문 정치가 그 짝이다.

문재인 대통령에서 문빠는 통치 자산이다. 그들의 신념인 선악의 잣대는 문 대통령이며, 그것으로 친문 진영의 대오가 정렬된다. 그들은 디지털 홍위병으로 외부 적의 공격은 물론이지만 내부 배신자에게도 댓글 폭탄으로 응징하며 철저한 언어폭력을 자행한다. 그들에게 당내 다른 목소리는 배신과 변절이기에 총리 이하 장관, 여당 지도부 누구도 이견을 말할 수 없으며 친문의 눈치를 보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소신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다. 그는 최근 대학 강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과오가 많은 분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군사 독재, 반反 인권은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두 사람은 미래를 보는 안목이 있었다고 했다. 일방적 옹호도 아닌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하자는 상식적 주장을 하다가 친문 지지자들에게 욕설과 비난의 큰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이 나라가 독재자의 국가인가. 인터넷 공간에서의 댓글 폭탄으로 '당을 떠나라'는 친문 지지자의 외침은 마치 성경 마테오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아라!" 외치는 민중의 야비한 외침을 떠올리게 한다.

내 편을 추종ㆍ열광하고 상대를 저격하는 건 팬덤 정치의 속성이다. 그런 내 편 우선주의는 규범을 무시한다. 규범의 자리를 대신한 우리 편 우선체제일 뿐이다. 자신들의 신념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며 이때 동반되는 부정적 여론은 소귀에 경 읽기로 대응한다. 그들의 신념은 전체 국민과 공정사회를 위하기보다는 우리끼리가 우선이며 우리 멋대로의 정치로 주변이 뭐라 든 상식ㆍ합리와는 담을 쌓는다.

같은 편이라 해도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문자 폭탄을 보내는 일을 아무 가책없이 행한다. 이처럼 개인 이견에 대한 존중, 최소의 관용조차 없는 시대착오적 형태의 무차별 공격을 하는 것이 팬덤 정치라면 그야말로 소름 끼치는 정치다.

인간의 신념은 육체를 지배하고, 육체는 행동을 지배하며, 행동은 성공을 결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신념의 대부분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과도한 신념의 정치적 견해는 그 가치가 잘못되거나 왜곡된 것일 경우도 많다. 잘못된 가치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데 이용되는 역사를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래도 그것을 비판하고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은 그런 보편적 가치라는 기준을 공유해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현실은 적지 않은 국민들이 올바르지 못한 정치적 신념으로 자신의 판단을 고수하며 다른 얘기를 듣기 자체를 거부한다. 현 여권이 옳아서 지지한다기보다는, 내가 지지하니까 옳다는 심리에 가깝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확증 편향증(confirmation bias) 여기에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런 걸 두고 정치적 지지라기보다는 일종의 팬덤이라 부른다. 역사를 돌아보라

나라를 망친 포플리즘 혹은 파시스트 정권을 일으키고, 결국 망하게 한 건 이런 팬덤식 지지자 때문이란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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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최철원 논설위원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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