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건설, 산재 은폐하려 문서 위조…안전관리 책임 '회피'

경제 / 강현정 기자 / 2020-11-12 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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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이 제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 허위…필적 위조로 결론
제각각 다른 허술한 현장 조사 '문제'…유족 측 재조사 촉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처리 급물살…노동계, "원청과 경영자가 책임져야"

 

▲ 경동건설 측이 사고 직후 현장 훼손 의혹을 받는 사진.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경동건설의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책임자 처벌과 유가족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경동건설이 형사재판에 낸 서류의 당사자 서명 등이 자필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측이 사건을 조작·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두 번째 형사재판에서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측 변호인단은 재해 당사자가 현장의 안전·관리 감독자였다며 '관리감독자 지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관리감독자 지정서에는 고인의 것으로 보이는 이름과 서명이 적혔다. 안전·관리 책임은 고인에게 있으니 경동건설은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문서다.

 

하지만 이 '관리감독자 지정서'가 허위 문서임이 드러났다. 필적감정전문기관인 국제법과학감정원은 지난 9일 해당 지정서의 필적은 고인의 것이 아니라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감정기관은 고인의 여권, 수첩 등을 비교해 필적을 살폈다. 글자와 숫자, 서명까지 모두 고인의 것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에 유족측은 경동건설이 안전관리에 대한 모든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했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안전관리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고 직후 이뤄진 안전조치, 현장 은폐 의혹

앞서 지난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사건은 거론됐다. 환노위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사고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며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노동부, 경찰 등 기관마다 다르다. 어느 누가 이 조사 결과를 신뢰하겠나"라며 "적은 비용으로 단 몇 시간이면 안전 조치가 가능한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제각각 다른 조사결과를 지적하며 "경동건설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고인이 약 2미터 수직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추정한 반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3.8미터에서 안전난간 바깥쪽 사다리를 이용하다 떨어졌고, 부산지방경찰청은 4.2미터에서 그라인더 철심 작업 제거 중 안전난간 안쪽으로 떨어졌다고 봤다"며 신뢰할 수 없는 결과라고 밝혔다.

 

허술한 현장 조사도 문제다. 현장 조사는 사고 다음 날인 11월 1일 이뤄졌으며 조사 하루 만에 비계에 추락 보호망과 새 난간대가 설치되는 등 사고 당시 현장이 훼손됐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사망 원인에 대해 의구심이 있는 가운데 사고 현장 폴리스라인이 처음과 달리 늘어져 있고 비계를 옹벽 안쪽으로 옮기는 조치 등이 이뤄졌다"면서 "사고 현장은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데, 안전 조치된 비계는 촘촘하고 안전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당시 비계와 옹벽의 거리가 450밀리미터로 실제 작업을 재현했는데 안전 조치 하나 없고 매우 불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당시 이 조치가 결국 사고 원인을 은폐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다. 사고 직후 이뤄진 안전조치, 안전모를 썼는데도 고인의 머리에 뇌가 보일 정도의 심각한 자상이 있는 점, 찢어진 작업복 등 경동건설의 주장과 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른 추락사라고 보기에는 규명하기 어려운 여러 정황이 있는 상태다.

 

한편 강은미 의원실에 따르면, 2016-2020년 6월까지 경동건설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모두 39건으로 이 가운데 2명이 숨졌으며, 떨어짐 41퍼센트(16건), 부딪힘 15.4퍼센트(6건), 넘어짐 12.8퍼센트(5건) 등이다.

 

산재 사고가 잦은 사업장임에도 경동건설은 매년 산재보험료를 2억 4000만-4억 5000만 원 감면받았고, 2017-2019년 산재보험 감면액은 약 9억 5000여만 원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급물살…원청 책임 강화

유족 측은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태일 3법 중 하나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률이다.

 

정의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해당 법 제정안 발의에 합류하면서 연내 처리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가시권에 접어들게 됐다.

 

민주당 노동존중실천추진단 소속 의원들은 한국노총과 함께 어제(11일)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폐기됐고, 결국 재해로 인한 노동자들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며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발의가 예정된 법안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의 중대한 산업·시민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 및 정부 책임자에게 징역형을 부과하고 중대시민재해를 일으킬 경우 손해액의 최소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대재해법 발의를 주도하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시민사회, 노동계와 힘을 합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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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정 기자

강현정 / 산업1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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