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민들이여! ‘냄비근성’이란 비아냥거림을 언제까지 당해야 할까.

People / 김쌍주 대기자 / 2019-10-14 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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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쌍주 대기자
[일요주간 = 김쌍주 대기자] ‘냄비근성’이란 어떤 일에 금방 흥분하다가도 금세 가라앉는 성질을 냄비가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모습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성에 대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냄비근성’이다. 이걸 역동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선 쉽게 흥분했다가 쉽게 잊어버리는 ‘냄비근성’과도 통한다.

일본이 우리를 향해 수출규제조치를 취하자 우리국민 모두는 분개했다. 그리고 ‘NO 재팬’ 운동으로 이어졌다. 자신이 타던 일제 고급승용차를 부수는 이도 있었고, 가게의 영세 상인들도 운동에 뛰어들었다.

일본여행 안 가고, 일본제품 안사기 운동이 번지기 시작할 때 일본정부의 어떤 관료는 한국인들의 ‘냄비근성’ 때문에 ‘反일본 운동’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NO 재팬’ 운동의 열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다는 소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을 향해 ‘냄비근성’이라고 비웃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는 물론 깎아내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테지만, 우리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국권을 빼앗겼던 1919년 3·1운동을 벌이고 임시정부를 세울 때까지만 해도 항일독립운동은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지만 금세 식어버렸던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이슈가 하나 생길 때마다 그것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반대하는 이들이 단골로 꺼내는 메뉴가 있다. 그건 바로 일시적인 ‘냄비현상’이다. 한국인은 원래 ‘냄비근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냄비현상’은 맞는 말이지만 ‘냄비근성’은 전혀 틀린 말이다.

 

‘냄비현상’은 전 세계 어디서나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으로써 하나의 이슈에 대해 들끓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다면 ‘냄비근성’은 어떠한가? 한국인은 ‘냄비근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자기네 나라 국민들은 전부 ‘냄비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냄비근성’이란 특정 사건에 대해 반응하는 당연한 인간의 성향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냄비근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은 도대체 어째서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재생산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기득권자들이 일반국민들을 자기 뜻대로 취급하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차적으로는 이미 알게 모르게 은연중에 ‘한국인은 냄비근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인정해버리고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들이 주는 효과는 아주 크다. 기득권자들은 조금만 버티면 이 현상이 사라질 거라는 확신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도 안 되는 것들을 국민들에게 요구하고 국민들은 지금 아무리 이래봤자 조금 지나면 다 잊어버릴 거라는 생각에 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국민들 스스로 먼저 한 수 접고 들어가 버리는 셈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 현상들도 사그라질 것이다. 사회적 현상이란 것은 끊임없이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일본산제품 불매운동이 다를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대로 사그라지기엔 너무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불이 붙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정치적 성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불을 당겨버린 작금의 모습은 도저히 쉽게 꺼질 불이 아니다. ‘냄비’는 쉽게 달궈지고 쉽게 식는다. 그러나 불이 있는 한 계속해서 뜨겁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 불은 지금 무섭게 타오르고 있고 계속해서 번져 나가길 간곡히 바래본다. 인간은 누구나 ‘냄비근성’을 가진다. 특별히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금 뜨거워진 냄비들이여! 식을 때 식더라도 뜨거울 때는 열정적으로 뜨거워지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태풍과 자연재해로 침몰해도 한국제품은 사지 않는 일본인들에 대한 뉴스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이 시간도 일본제품을 구입해서 먹고 입고 타고 즐기고 있는 국민들은 뭐 느끼는 게 없는지 꼭 되묻고 싶다.

일제 36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가면서 많은 이들이 일제에 무릎을 꿇고 친일의 길을 걸었다. ‘냄비근성’이라고 헐뜯어도 할 말 없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일본인들에게 ‘냄비근성’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비뚤어진 인식을 싹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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