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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섹스는 정치학이다. 남자의 볼록 나온 성기가 여자의 옴팍 들어간 성기에 왔다 갔다 하는 순간 그 사이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권력이 만들어진다.
섹스가 골치 아픈 문제들을 양산하는 이유는 어쩌면 쾌락과 정치라는 전혀 다른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발간된 ‘연애 잔혹사’ 에는 섹스를 권력으로 분석한 한 구절이 나온다. 몸정 떡정 씹정이라 일컬어지는 섹스 후의 감정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섹스 전에 도도하던 여자가 섹스 후 비굴하리만치 매달리는가 하면 섹스 전에 주도적이었던 남자가 섹스 후 종속적으로 변하는 것은 모두 이같은 섹스 후의 감정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섹스로 이루어진 권력에서 사회적 신분은 그리 중요치 않다고 말한다. 섹스를 하는 순간 만들어지는 둘만의 기류가 섹스 후의 권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 “혹시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르윈스키 앞에선 찌질이처럼 울고불고 매달리지 않았을까?”
그런데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남자의 마음이다. 섹스 후 여자에게 매달린 남자일수록 밖에 나와서는 되레 훈장을 단 것처럼 자랑을 늘어놓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자신의 능력이요 실력인 양 과시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 명의 여자와 관계를 맺는 게 꿈이라던 한 남자가 있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씩이나 둔 이 남자는 남몰래 수첩을 들고 다니며 자신과 관계한 여자 이름을 끊임없이 적어두곤 했다.
그리고는 틈날 때마다 자신의 섹스 경험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곤 했다. “그 여자 아주 화끈했어. 다짜고짜 날 욕실로 끌고 가서는 옷을 다 벗기고 내 몸에 샤워꼭지를 들이대는 거 있지. 그리고는 젖은 내 몸에 자기 알몸을 부벼대는 거야. ” “어제 그 여잔 아예 콘돔도 안 썼어... 자기가 뭐 불임이라나? 그래서 아예 내친 김에 내 씨까지 얻구 싶다구.” 이런 식의 무용담을 그는 세상이라도 다 얻은 양 득의만면한 얼굴로 늘어놓곤 했다.
그렇다면 과연 상대 여자는 어떨까? 상대 여자도 그 남자처럼 그렇게 자신의 섹스 경험을 생중계하듯 까발릴까? 불행히도 대다수 여자들의 태도는 ‘노’ 인 듯 싶다. 여자들에게 있어서 과거나 불륜은 ‘젖은 가방’ 처럼 짐스러운 존재이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은밀히 숨겨두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 습관처럼 불륜을 저지르는 한 여자애가 있었다.
불륜 후 그녀가 찾는 곳은 ‘위기의 주부들’ 에서의 에디가 그랬듯 바로 성당이었다. “저 어제, 나이트 갔다가 원 나잇 스탠드를 했어요. 안 그럴려고 했는데 그만 그 놈의 술 땜에...” 비록 똑같은 불륜이지만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은 얼마나 다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까발리거나 떠벌리는 섹스가 ‘훔친 사과’ 처럼 부정한 관계라면 최소한 상대에 대한 예의만큼은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구정 연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진관희 스캔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릇된 남자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여자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을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한 가지. 자신의 섹스를 떠벌이려면 최소한 상대방 여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 ‘멋진 페니스’ 와 ‘짜릿한 추억’도 남기지 않은 채 무조건 떠벌이기만 한다면 그 남자야말로 우주 밖으로 추방시켜야 할 아주 나쁜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성들이여. 올 한 해 멋진 몸매로 짜릿한 추억을 남겨주자. 그리고 그 추억을 무덤 속까지 지켜주는 멋진 남자가 돼보자.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남성’ 을 꾸준히 돌보는 멋진 센스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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