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텔 빙자한 성매매업소 거래계약 무효..

사회 / 이정미 / 2012-03-27 10:18:39
  • 카카오톡 보내기
[일요주간=이정미 기자] 합법적인 휴게텔이 아니라 성매매 알선 영업장소로 이용될 것을 알고 체결한 영업양도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41,여)씨는 2008년 12월 서울 광진구에서 운영하던 휴게텔을 B(49,여)씨에게 1억 500만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영업양수인 명의는 B씨가 지정한 C씨로 했다.

계약 당일 계약금을 받은 이후 잔금 지급을 요구하던 A씨는 2009년 3월 B씨에게 2009년 12월까지 잔금 5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차용증을 받았다.

그런데 B씨는 계약 후 C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A씨로부터 휴게텔의 시설, 집기 일체를 넘겨받아 계속 성매매업소 영업을 하다가 2009년 4월 단속돼 그해 7월 폐업했다.

이 휴게텔의 각 방안에는 마사지와 성행위 등 윤락행위를 할 수 있도록 샤워시설, 침대 등이 설치돼 있었다. 잔금을 받지 못한 A씨가 잔금 지급을 촉구하자 B씨는 자신은 양수인 C씨를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며 발뺌하자 소를 제기했다.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2010년 2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내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000만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휴게텔을 영업양도 받지 않았다면 차용증을 작성해 줄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피고는 휴게텔에서 생활하며 휴게텔을 운영하고 있었고, 다만 사업자명의만 C씨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영업양도계약의 당사자를 B씨로 봤다.

이에 B씨가 항소했고 수원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전주혜 부장판사)는 2011년 2월 1심 판결을 뒤집고 “이 사건 영업양도계약은 무효”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가 단순히 이 사건 계약에 C씨를 소개만 했다면 자신이 원고에게 잔금 5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차용증을 작성해 줄 이유가 없는 점, 피고는 성매매처벌법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바 있어 자신 명의로 영업을 양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영업양도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B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이 휴게텔이 성매매업소로 이용돼 온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휴게텔을 합법적인 휴게텔이 아니라 성매매업소로 운영할 목적으로 양수한 점, 원고 또한 피고가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휴게텔을 운영할 것으로 알고 현상 그대로 양도한 점, 피고는 휴게텔을 양수한 후 단속으로 폐업하기 전까지 성매매업소로 운영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영업양도계약은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처음부터 당연무효로 잔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영업양도계약은 피고가 성매매에 제공할 영업시설과 점포를 확보하기 위해 휴게텔을 빙자해 체결한 계약으로 그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 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해 무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판결로 잔금을 못 받게 되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휴게텔을 양도한 A(41)씨가 “잔금을 지급하라”며 휴게텔을 인수한 B(49)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 상고심(2011다26445)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 B씨는 이 휴게텔을 합법적인 휴게텔이 아니라 성매매업소로 운영할 목적으로 양수했고, 원고 A씨도 B씨의 이런 목적을 잘 알고 양도했다”며 “이 계약은 성매매를 제공할 영업시설과 점포를 확보하기 위해 휴게텔을 빙자해 체결한 계약으로 선량한 사회질서에 위반해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는 영업양도계약이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그 반사회질서적인 동기가 상대방에게 알려진 경우에 해당해 무효”라고 덧붙였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