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신석진 대표비서실장은 "제일 위험한 건 동지로 위장해 간첩 질을 일삼은 일군의 세력이다"고 표현했다. 특히 진보당은 프락치들의 분열 공작에 사분오열돼 스스로 붕괴됐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는 통합진보당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현재 비례대표 부정선거 수습책을 놓고 싸움질을 하며 대립하는 민노당 출신 당권파와 국민참여당·진보신당 출신 비당권파의 대립은 언제라도 격돌할 수 있는 '오월동주'였던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지난해 12월, 4.11총선의 진보정치를 추구하며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세력을 규합해 만든 새진보통합연대로 창당했다.
2000년에 창당된 민주노동당은 12년 만에, 2010년 창당된 국민참여당은 2년 만에, 종북주의·패권주의 논란을 벌이며 대립하다 2008년 민노당에서 떨어져 나온 진보신당은 4년여 만에 당의 깃발을 내리며 새로운 정당 속으로 들어갔다.
각각의 세력을 대표하던 이정희·유시민·심상정 3인의 공동대표 체제로 통합진보당은 시작됐다. 당원의 구성 비율도 당의 구성원으로 계산하며 짜여졌다.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은 창당하며 중앙위원으로 이뤄진 대의기구 구성 비율을 각각의 세력 크기를 반영해 쪼개서 나눠 가졌다. 민노당이 55%, 참여당이 30%, 진보신당이 15%로 결정, 지분을 챙겼다. 당시 당비 납부 당원 규모를 보면 민노당이 3만5,000명, 참여당이 8,700명, 진보신당이 2,000명 이었다.
결국 당권파인 민노당 출신들이 당의 모든 선출직 당직자와 공직 후보를 진성 당원의 투표로 결정하는 시스템으로는 원내 대표, 당 대표 등 어떠한 당내 선거에서 백전백승을 거둘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다. 이렇다 보니 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는 민노당 출신 당권파는 든든한 조직으로 당을 장악했고 온갖 유형의 부정선거를 마음대로 저지를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
이에 이번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는 비리의 온상으로 정치권에 큰 충격을 주고있다. 실제 정치권에선 "체육관 선거보다 못한 선거","1960년대 자유당 부정선거도 이보다는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합진보당은 지난 3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을 상대로 온라인 투표와 현장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순번을 정했다. 3번에 배치하기로 한 청년 비례대표는 그보다 앞선 3월 9일부터 12일까지 청년 당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로 결정했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국민참여당 출신의 유시민 공동대표는 "내부에서 발생한 이런 것들은 개인적으로는 처음 겪어보기 때문에 굉장히 국민들 뵐 낯이 없고 당원들 뵙기가 민망하고, 그래서 당혹스러운 면도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부정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참여당 출신이라는 것을 역으로 내비친 것이다. 이에 국민참여당 출신 관계자는 "저쪽에서는 관행이라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우리들은 듣도 보도 못한 수법에 눈 뜨고 당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위장전입, 당비 대납, 유령 당원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자신들이 마음먹은 지역위원회를 접수하고 세를 불려나가며 10년 넘게 민노당의 당권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당권파의 한 관계자는 "경기동부는 얼굴마담 격의 이정희 대표를 내세워 당권을 유지했는데 여론조사 경선조작 사태로 이 대표가 국회의원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며 "경기동부의 실세로 불리는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원내 입성을 유지하려는 경기동부의 집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논란의 핵심은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라는 것이다. 당권파의 전횡 역시 이 당선자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의 성골로 불리며 당권파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당선자가 사퇴할 경우 다음달 3일 새로운 당 대표 선출대회를 앞두고 있는 진보당에서, 민노당 출신들은 자신들의 당권 전체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지원 "폭력사태 우려"
통힙민주당 사태와 관련해 야권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의 당권파 폭력사태와 관련 "어떤 경우에도 국민에게 바람직하지 않기에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박 위원장은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통합당으로서는 통합진보당 중앙위의 폭력사태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직접적 원인이 선거부정이고 이런 것은 철저히 밝혀서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통합진보당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갖춘 당이기에 민주통합당이 국민이 우려하는 통합진보당 문제에 깊게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의 폭력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야권연대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과연 이런 상태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박 위원장은 "정권교체를 위해 당연히 야권연대를 해야 하지만 우리는 먼저 통합진보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잘 처리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국민을 보고 현명한 방법으로 잘 처리해 달라"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통합진보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장도 이날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을 둘러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의 폭력사태와 관련 “참으로 좌절스럽고 슬프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난 2월 서울북부지법 판사를 끝으로 사법부 법복을 벗으며 시민들이 제작해 준 ‘국민판사’라는 국민 법복으로 갈아입은 서기호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당권파의 폭력사태로 더 이상 당권파 대 비당권파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며 “오로지 대다수의 국민민주파와 극소수의 조직반민주파만 존재한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연단 점거하고 대표를 폭행하는 것은 국민의 상식에 반하고 반민주적 폭거. 당권파 내 양심세력의 동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 팔로워가 “서기호 선생님! 선생님은 비폭력대화를 중요시 하는 분이신데 어제 일에 누구보다 더 가슴이 아프시겠군요”라는 멘션을 보내자, 비폭력대화 지도자과정을 밟고 있는 서기호 위원장은 “참으로 좌절스럽고 슬프네요”라며 “저로서는 민주적 대화와 토론분위기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 중요합니다”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팔로워가 “오늘 통진당 중앙위원회 안가셨나요? 저 땡깡은 어찌 보세요?”라고 묻는 질문에 서 위원장은 “저는 당 중앙위원이 아닙니다. 2개월 된 새내기 당원이라서 의사결정 참여권이 없어요. 고성 지르는 회의진행 방해는 있어선 안 됩니다. 대화와 토론의 기본이자 상식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언론에서는 서기호 님을 당권파로 분류하던데요. 여기에 대한 서기호 님의 입장은 무엇인가요?”라는 팔로원의 질문에 서기호 위원장은 “저는 당권파도 비당권파도 아닌, 상식파입니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부 언론은 서울대 법대 선배인 당권파 이정희 공동대표의 추천으로 통합진보당에 영입됐다는 이유로 서기호 위원장을 당권파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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