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차량은 생계곤란 겪어도 운전면허취소 정당

사회 / 이정미 / 2012-05-14 18: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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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피해자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해야 할 공익상 필요 매우 커” [일요주간=이정미 기자] 교통사고를 내고도 피해자 구호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떠났다면, 비록 직업상 차량 운전이 필수적이고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가족들의 생계가 곤란해지고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운전면허취소는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11월13일 오전 6시35분경 대구시내의 한 노상에서 승용차를 운전해 가다가 앞에서 차량 정체로 잠시 정지하고 있던 B씨의 승용차를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B씨는 전치 2주, 동승자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는데, A씨는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나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구지방경찰청장은 2010년 12월 A씨의 자동차운전면허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사고 발생 후 차량에서 내려 피해자들의 상태를 확인해 피해자들로부터 괜찮다는 말을 듣고 사고 현장의 원활한 교통을 위해 차량을 이동하던 중 마땅히 정차할 공간을 찾을 수 없어 사고 현장을 떠났을 뿐이며, 다음 날 인근 파출소에 자진신고를 했으므로 교통사고 후 도주했다고 할 수 없다”며 대구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 대구지법은 2011년 10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자 A씨는 “외근업무를 자주해야 하므로 차량 운전이 필수적이고,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가족들의 생계가 곤란해지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의 사정을 참작하면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너무 가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대구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이기광 부장판사)는 최근 교통사고를 내고도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운전면허가 취소된 A씨가 대구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2011누2942)한 것으로 지난 12일 확인됐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당시 차량을 운전하면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다가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추돌 사고를 냈다. 피해자 B씨가 차에서 내려 A씨 차량으로 가 연락처와 차량 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하자, A씨는 지금 차가 밀려 있으니까 일단 차를 빼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에 B씨는 차량은 운전해 30m 가량 앞으로 가서 우측 도로가에 차를 세웠으나, A씨는 큰 사고가 아니어서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연락처를 주지도 않고 그대로 차량을 운전해 현장을 떠났다.
B씨는 A씨의 차량번호를 알지 못했으나, 현장에 있던 다른 목격자가 도주하는 A씨의 차량을 추격하면서 경찰서에 신고했다.

결국 A씨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는 이유로 2011년 1월 대구지법에서 도주차량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재판부는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도 2010년 11월17일 경찰서에서 교통사고 조사를 받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고, 원고가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사고를 일으키고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자동차가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됨에 따라 대량으로 자동차운전면허가 발급되고 있어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그 결과도 참혹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치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은 채 도주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도로교통의 안전을 확립하고 교통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등을 보호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원고가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앞의 차량을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피해자들을 구호하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법규 위반의 정도가 무거운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운전면허취소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그로써 실현하려는 공익상의 목적이 더 커 재량권 범위 내에서 행해진 적법한 처분”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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