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9의 출시 4개월, 초라한 성적표를 내놨다. 매달 2천대 이상을 팔겠다는 목표와는 달리 3개월까지 1,000대 판매를 가까스로 넘었을 뿐이다. K9의 판매고는 5월 첫 달 1,329대에 이어 6월 1,651대, 7월 1,400대를 기록하더니 결국 지난달 801대에 그쳐 소비자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졌다.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 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출시 직후 신차효과로 내수붐을 일으켜 이를 수출 전선에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당초 목표였지만 이대로라면 국제 대형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까지 수출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게될 것은 불보듯 뻔한일이다.
일단 기아차는 판매 부진에 8월 휴가철에 최근 노조파업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한 요트 세일링, 선상 파티 등 국내 마케팅 강화를 통해 판매량 증가를 모색하겠다는 것. 하지만 업계는 K9의 부진은 이미 예상됐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K9 과도한 옵션, BMW 모조품 이미지
‘변별력’없는 모델 소비자 외면 불러와
K9은 기아차가 무려 5년이 가까운 신차개발 끝에 최대 투자비인 5,200억 원을 들여 만든 최고급 대형 세단이다. 그러나 출시 이전부터 기아차 이미지에 ‘고급 마케팅’이 어울리는 옷이 아니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현존하는 안전 편의장치들을 모조리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BMW의 7시리즈 모조품 이미지라는 분석도 나왔다. 1억 원을 호가하는 7시리즈를 찾는 소비자들을 낮은 단계인 5시리즈의 가격대인 6천만원 대 K9의 구매로 이끌어보겠다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K9의 고급화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자 5시리즈=K9을 경쟁상품으로 인식하게됐다. 결국 포지셔닝의 실패를 불러온 것이다.
특히 풀 장착한 옵션 장치들이 오히려 과도한 옵션으로 불만을 샀다는 것. 수입차들이 옵션을 최대한 줄여 국내시장에서 가격을 낮춰 성공한 반면 오히려 차량가격에 옵션을 붙여 구매가격을 높인 기아차 전략도 부진한 판매 실적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 동안 기아차는 고급브랜드 출시를 뒤로하고 소·중형차에 집중해왔기에 고심해야하는 ‘고급 대형세단’ 시장에 성급히 진출한 것도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진 원인이다. 같은 값이라면 꾸준한 판매세와 고급 이미지를 구축해온 현대차 제네시스에 한 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 현재 기아차의 현실이다. 특히 가격면에서도 6천만원에 달하는 K9은 BMW5시리즈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해 선택의 폭을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 달 급감을 놓고 K9의 부진을 논하기는 이르다”며 “기아차 노조의 입금단체협상 타결에 이르는 동안 생산 차질을 빚은 데다 국내 내수경기 부진도 K9의 판매고를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을 앞두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판매량 증가에 앞장 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가격과 디자인 면에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K9이 과연 판매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기색 찾지 못한 K9, ‘특화 전략’ 찾지 못하면 성공가능성 희박하다”
대다수 자동차 전문가들이 포지셔닝, 브랜드 이미지등에 실패한 ‘K9’의 성공가능성에 먹구름을 전망하는 가운데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특화전략’을 찾아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K9의 초라한 성적표는 이미 예상해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구색을 맞추는 데 신경쓰다보니 자신의 고유색을 내는 데 실패했다는 것.
그는 “풀 옵션으로 구색을 맞추는 데 급급해 가격대 형성이 애매모호함을 불러온 것이 실패 온인으로 보인다. 기본차량부터 풀 옵션까지 차량의 가격이 무려 4천만원에 가까운 가격대를 형성한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가격저항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 제네시스보다 고급 세단임을 강조했지만 기본사양을 놓고 볼 때 더 나은 것이 없었다는 것. ‘종합선물세트’와 같이 자기색이 없어 소비층 다변화에도 실패했기에 K9만의 특화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유색’이 없는 K9의 고급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통한 차별화(특화)전략으로 수입차로 이동하는 소비자를 잡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고급층만을 전략해야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마케팅을 펼치면 안된다”고 강조하며 “새롭게 형성된 프리미엄층 공략을 위한 기아차만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