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2년 8월 10일 오전 8시 10분
장소 : 전라북도 정읍시 북면 제3산업단지 선박엔진부품 제조 LS엠트론(주) 캐스코
정황1 : 용광로의 녹은 쇳물을 운반하는 래들이 뒤집히면서 사고 발생
정황2 : 5인이 함께한 야근 작업 중 용광로의 온도와 불순물을 검사하는 과정 사고 발생
피해 : 2명 사망( 27살 박 모군, 28살 허 모군)
지난 10일 오전 8시, 전북 정읍 북면 제3산업단지 LS그룹 LS엠트론(주) 계열사 ‘캐스코(CASCO)’공장에서 ‘래들(Ladle 쇳물을 용광로로 옮기는 국자 모양 기계)’이 뒤집혀 작업하던 20대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바로 출동했으나 끓는 쇳물을 뒤집어쓴 숨진 박 모(28)씨와 허 모(29)씨를 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용광로와 쇳물의 고열로 접근이 어려웠던 탓이다. 이어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수사관들과 동행해 가족들은 사고현장을 확인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전통로조차 없던 캐스코의 안전 불감증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침묵하던 캐스코측은 사고 발생 3일째인 12일, “관리부실이나 무리한 작업 요구는 없었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유족과 보상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부실한 작업장 내 안전관리 소홀이 사고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데 한 달여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져 유가족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
안전관리소홀 논란 캐스코
캐스코는 LS엠트론(주)의 핵심 협력업체로 LS전선 지분 50%와 삼양중기, 두산엔진이 각각 37.7% ,12.3%의 지분으로 지난 2006년 설립된 주물생산제조업체다. 일부 유가족과 현장에있던 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한 래들이 최근에 도입한 것으로 시운(시범운전)조차 하지 않은 채 작동을 시켰다며 분노했다.
또한 작업장 내 열악한 환경 역시 이번 참사를 부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죽은 박 씨의 가족이라는 A씨는 통로가 좁고 안전장치가 없어 머리가 찢어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일은 다반사였다고 증언했다. 작업장 내 공기 역시 참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돼 하루가 멀다하고 마스크를 갈아쓰기 일수였다는 것. 그러나 캐스코는 근본대책 마련에 뒷짐만진 채 ‘나 몰라라’해왔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이장우 소장은 “작업장 내 사망사고의 책임은 모두 사업주인 캐스코에 있다. 캐스코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작업 환경에 대해 무지한 가족들에게 한 달 뒤 국가수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침묵할 것이냐”며 “경찰과 노동부 역시 현 시점에서 자세한 상황에 대해 설명해줘야한다”고 덧붙였다.
韓 산업재해 1위 불명예 ‘안전불감국’
경남청년희망센터는 논평을 통해 “열악한 근로환경과 죽음의 주야간 교대근무제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경남지역 철강산업협회에 속해 있는 철강 업체는 총6개의 업체이며, 종사자는 3,700여명이다. 여기에 하청업체와 소규모 주물공장까지 합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용광로와 쇳물의 위험에 처해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주장했다.
센터 측은 경남도와 노동부가 지역 철강산업체에 대한 안전점검과 하청업체 및 중소기업들에 대한 안전장비 지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이에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건강권 지원 또한 이뤄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센터 논평에서도 알 수 있듯, ‘고위험 산업’으로 분류된 용광로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장비 지원조차 받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한국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아직까지도 상존해있다. 최근 퍼센트가 낮아졌다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2010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간한 ‘OECD 국가의 산업재해 비교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21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산업재해 사고사망 10만인율(사망률/10만명)이 11.4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회원 국 평균치보다 3배가 높은 수치이다.
이렇듯 안전 불감증에 놓인 노동현장의 노동자들은 산업재해의 위험 속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아직까지 1980년대 산업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규를 위반한 사업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캐스코 측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 측이 빈소를 방문, 사과를 했고 유족들과의 조속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면서도 “이번 사고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사고는 처음이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산재 하루 평균6명 사망…대기업 현주소
최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6명이상이 목숨을 잃는다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안전관리실태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게 현실이며 또한 해당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역시 문제를 키우고 있는 원인이다.
올 하반기 지난 8월 GS건설이 시공한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사건으로 4명이 사망했고, 같은 달 LG화학 청주공장 폭발사고로 8명이 사망했다. 이어 9월 LS그룹 캐스코 용광로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기업은 인건비, 자재비, 회사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안전관리에 대한 지출에 여유를 두지않는다는 데 그 문제가 시급하다. 이에 따라 1차 노동으로 내려갈수록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산재노동자를 내놓은 기업에 대한 처벌 실태 역시 산업재해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이마트 냉동 창고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사망했다. 그러나 사망사고에 대해 이마트에 부과된 벌금은 고작 백만원에 불과했다. 이것이 산업재해의 안전 불감증에 빠진 한국 기업들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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