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대외적으로 현 상황에 대한 협상국면을 조성해 주도권을 쥐고 남북관계를 끌고 가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비서는 이날 담화에서 "공업지구사업을 잠정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잠정중단'이란 표현에는 공단 재가동 가능성과 더 강도 높은 폐쇄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격적인 개성공단 잠정중단 발표는 지난 3일 남측 근로자에 대한 개성공단 출입 제한조치를 취한 지 5일 만이다.
북한은 당시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던 남측 인원의 통행을 막고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남측 근로자의 귀환만 허용한다는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 '최후 보루', '완충지대' , '달러박스'로 여겨지던 개성공단의 잠정 중단조치를 취한 것은 남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압박하고 우리 정부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필요성과 핵보유국으로서 자신감이 교차하는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담판 당사자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설정하고 북미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상황과 관련,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잠정 중단이 장기화되고 남한과 북한의 팽팽한 기싸움이 지속될 경우 개성공단 폐쇄까지 가는 심각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잠정중단이란 표현을 썼고, 폐기처분 할 것 같으면 북한 국방위원회에서 성명을 내지 김양건 비서가 성명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아는 김 비서가 성명을 낸 것은 얼마 동안 닫았다가 재개한다는 계산을 하고 담화를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의 통행제한과 관련한 민간과 정치권의 당국 간 대화재개나 특사파견 요구에 대해 북측이 통행정상화를 먼저 해야 하며 지금은 남북 대화를 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지금 상황은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해결될 국면이 아니다"면서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우리 측 인원을 허용하면 원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협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북측이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당국 간 대화나 대북 특사를 파견해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개성공단 기업들 및 정치권의 의견과 북한의 부당한 조치가 다시는 이뤄지지 않는 방향에서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상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북특사 파견으로 북한과 진지하게 대화할 의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한 상황에서 대북특사를 파견하더라도 얻어올 것이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북미대화'를 꼽으며 "미국과 북한 간 대화를 권고하고 거기서 북한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일단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대한 북한의 호응이 있으면 남북관계 인도적 지원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또한 "우리 정부가 선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북한이) 이러다 그만두겠지'라는 생각은 안이하며 상황을 방치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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