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STX 강덕수, 마침표 찍을까

e산업 / 이희원 / 2013-09-10 10: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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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자화상] 재계 13위, 무너진 샐러리맨 신화
▲ STX조선에서 물러난 STX그룹 강덕수 회장ⓒNewsis

채권단·기업 힘겨루기 양상…일각선 또 다른 배경 압박 대두
산은 측 “4월 확약 근거 제시…정상화 위한 외부 전문가 필요”
채권단 5조원 지원 시가총액 8500억 증발…1조원 대 손실 불가피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지난 5일 STX채권단은 강덕수 회장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강 회장의 자리에 대우조선해양 박동혁 부사장을 선임키로 발표했다. 채권단의 요청에 따라 9일 이사회를 거쳐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 선임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강 회장의 퇴진 압박에 STX조선해양 노동조합은 물론 협력업체까지 반발하는 모양새다.

사측은 “채권단의 일방적인 발표”라며 “월권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는 채권단의 결정을 두고 “이례적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간 자율협약 상태로 이 가운데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것은 드문 관례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업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CEO는 그대로 두어 기존 경영권을 유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례로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는 금호산업에 박삼구 회장을 금호산업 등기이사로 선임하며 경영권을 부여해 형평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평사원에서 그룹을 재계 13위까지 끌어올린 강덕수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는 이제 막을 내린 것일까.

STX 조선해양 이사회가 9일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STX 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후 2시 개최한 이사회에서 박동혁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주 내용으로 한 채권단의 추천 안을 처리한 것으로 전했다.

이에 따라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STX조선해양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채권단이 이토록 강 회장의 퇴진에 압박을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지난 주 주채권은행인 산은 측은 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STX조선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문성 및 추진력 등을 보유한 외부 전문가 영입이 시급하다”며 “박동혁 부사장을 STX조선 대표에 내정할 것”을 이사회에 요청했다.

산은 측이 이 같이 강도 높은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지난 4월, 자율협약 당시 강 회장이 제출한 확약서 내용이 바로 경질의 근거라는 것. 확약서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금까지의 경영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향후 경영진 재편 등 경영권 행사와 관련해 채권단의 결정사항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도 않을 것”임을 채권단 측에 제출했다.

결국 이들이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의 강경한 입장은 STX조선해양을 살리는 데 투입된 3조원 규모의 자금을 근거로 내놓고 있다. 회사에 대한 조사 결과 강 회장의 경영 실책이 명백히 판명된 만큼 그 실패의 책임도 강 회장의 몫이라는 것이다.

산은을 필두로 한 채권단 측 퇴임 요청에 STX측은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STX노동조합 관계자는 “자율협약은 법정관리도 아니며 워크아웃도 아니다”면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채권단과 사측이 회생절차를 밟아야하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쥔 CEO의 교체는 그룹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취지를 그르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주장하는)확약서 내용은 관례적으로 제출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 회장의)퇴진을 위한 근거로 제출한 것은 월권행위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STX와 같은 상황에 놓인)금호아시아나와 팬택 등도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기존 경영진을 유지시켜놓고 유독 강 회장에 대해서만 퇴진을 요구한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후임으로 내정된 박 부사장이 산은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 측 인물인 것을 들어 이 역시 탐탁치 않은 대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룹 측도 입장자료를 발표하며 채권단 행보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들은 “STX조선해양의 성공적 회생을 위해서는 회사 사정과 세계 조선업 동향에 밝고 폭넓은 대외네트워크를 보유한 경영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STX그룹은 부품-엔진-선박건조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관계회사를 총괄 지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강 회장만이 그 컨트롤타워 기능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룹은 이번 사태가 STX조선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채권단 측이 강 회장이 맡고 있는 STX중공업 대표이사직과 STX엔진 이사회의장의 자리 역시 퇴진 압박을 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금명간 두 회사에 대해서 채권단 측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 이후 곧 경영진 교체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 돼 사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퇴진 강 회장 불신 vs 재평가

업계는 채권단의 이 같은 사퇴 압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MB정권의 혜택으로 상당 규모의 산은 측 신규 대출을 확보한 STX가 정권의 비호를 받았다는 설을 내놓고 있다.

경제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STX조선은 산은으로부터 단기차입금 조로 2,300억 원을 융통했고 이와 함께 산업운용자금 1,800억 원도 확보했다. 2011년에 단기차입금 확보를 하지 못한 채 산업운용자금만 703억 원을 차입했던 것도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금융계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STX에 ‘퍼주기 식’으로 자금을 대준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이에 현 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전 정권 인사들 간 선긋기에 ‘STX 강 회장’ 역시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최근 정책금융기관의 리스크 흡수 확대 등 적극적인 정책금융의 역할주문이 커지면서 산은은 정책금융기관의 맏형 역할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강조되고 있다. 이에 적극적인 부실기업 정상화를 통해 산업의 시스템 전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다진 산은의 이번 선택은 불가피했다는 의견이다. 특히 산은이 부실한 STX조선의 실사를 통해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이 기업의 정상화를 약속한 만큼 채권단 측 입장에 힘을 실어야하지 않느냐는 게 앞선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산은 측 입장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상반기 2,66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산은은 외환위기 이후 13년 만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충당금적립전 이익금 역시 4,81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산은의 당기순손실의 주요원인이 바로 STX그룹 채권단을 맡으며 4조원대의 자금을 수혈하는 등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인수에 나선 것이 그 영향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장 지향적’인 무차별 적 경영 스타일에 채권단이 불신을 하고 있다는 데 업계는 무게를 두고 있다.

강 회장은 ‘제2의 김우중’이라 불리며 샐러리맨 신화를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쌍용그룹에 입사한 그는 30여 년간 직장생활 끝에 재무총괄 임원 재직을 끝으로 그룹 붕괴와 동시에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이후 STX로 사명을 바꾼 강 회장은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등의 계열사를 줄줄이 인수하며 재계 서열 13위까지 그룹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특히 2008년 당시 유럽의 크루즈선사인 아커야즈 인수와 중국 다롄 조선소 설립은 그의 화려한 업적을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강 회장은 자금의 조달,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을 키워내면서 성장에 일조했지만 부실을 떨어내지 못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채권단은 조선 및 해운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를 수성하는 경영스타일이 필요한데 강 회장은 오히려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경제계 “성과는 인정해야”

이번 사태를 놓고 경제계는 과도한 투자 등으로 그룹 입지를 흔들리게 만든 강 회장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진출한 성과 등에 대해선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경제계의 이 같은 목소리는 강 회장이 부실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수주확대 등으로 회복에 도움을 준 부분은 인정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서다. STX조선의 경우 자율협약 개시 이후 첫 수주를 따냈고 최근 글로벌 조선 시황 역시 수주 물량이 증가하며 업황 회복의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는 부실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채권단이 도맡되 강 회장은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주 활동 등을 통한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냐며 산은 측 퇴진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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