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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교학사 역사교과서 긴급 비교 분석 간담회’@일요주간 | ||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교학사에서 내놓은 한국사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 날조한 수준을 넘어선 엉터리에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친일파와 이승만 정권을 미화하는 표현은 지나치게 많았고 항일운동가에 대한 언급은 극히 낮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교학사 역사교과서 긴급 비교 분석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역사정의실천연대 이준식 정책위원은 “흔히 교학사 교과서를 한국판 후쇼사 교과서라고 얘길 하는데 저는 후쇼사 보다 더하다고 본다”면서 “위험한 수준을 넘어 사악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정책위원은 “교과서는 일제식민통치가 한국사회를 발전시켰고 한국사회도 이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고 미화했다”면서 “친일파이기도 했던 이완용한테 훈장 주자고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교과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일제강점기 전체의 내용을 요약한 첫머리에는 일본이 ‘동화주의’를 채택했고 ‘융합주의’를 적용했다고 기술돼 있는 부분을 지적하곤 “‘융합주의’라는 낯선 용어로 일제 강점기 전체를 설명하고 있다”면서 “뉴라이트가 보기에 일제강점기는 식민지가 아니라 다민족·다문화사회 정도인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이 정책위원에 따르면 교학사의 교과서는 성장, 발전이란 단어도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소제목 자체도 ‘식민도시의 발달’로 표현하면서 식민통치를 통해 한국사회가 발전을 이룩한 것처럼 묘사돼 있다.
일체치하의 1930년대 명동거리 모습을 담은 278쪽을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고 기술하며 ‘이러한 명동거리의 생활모습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라는 사진 설명이 달려있기도 하다.
그는 “학생들에게 의도심문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식민통치미화를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서술돼있다”고 지적했다.
여타 역사교과서가 친일문제에 대해 상당분량을 할애해 서술하고 있지만 교학사 교과서에서는 불과 10줄 정도로 언급돼 있으며 유감스럽다는 정도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독립운동사에서 안창호에 대한 언급은 1910년 신민회 창립과 관련한 한줄이 전부다.
이 정책위원은 “본문 서술에서 직접 이름이 거론된 친일파는 ‘이광수’가 유일하며 나머지는 모두 익명 처리돼 있다”면서 “기조도 친일파를 변론하면서 좋은 일도 많이 했다는 식, 당시에는 어쩔 수 없지 않았냐는 식으로 변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제하를 살았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일제에 협력했다는 전(全)민족 공범론도 등장한다. 학생과 징병·징용에 끌려간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왜 친일파만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지를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
그는 “사악한 대목이다. 모든 민족이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다 친일했다는 공범론을 슬쩍 끼워넣고 있다”면서 “친일을 한 사람들은 ‘과’ 뿐만 아니라 ‘공’도 있는데 ‘공’이 ‘과’ 보다 크니 친일을 덮어야 한다는 ‘공과론’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위원은 “거짓에 기초해 면죄부를 주려고 하면서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심지어는 법원의 판결까지도 정면으로 부정하는 교과서로 과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지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거의 위인전 수준의 날조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7장에서 한페이지 반을 이승만의 행적으로 채우고 있다”면서 “역사교과서는 가장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가장 주관적으로 쓰고 있다. 이럴거면 차라리 위인전을 써서 배포하는 게 낫다”고 꼬집었다.
근현대사에 들어서는 지나친 미국을 의존하는 서술과 동시에 북한의 위협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5.16과 유신독재도 미화하는 표현도 언급됐다.
성균관대학교 이신철 교수는 “지나치게 미국의존적인 서술을 많이했다. 사대주의라고 하기엔 뭐하고 타율적 역사인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5.16과 유신도 미화하면서 똑같은 논리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6.25 전쟁 당시 민간인 사망 규모를 축소하고 81년 1인당 국민소득 목표를 1만달러(실제 1천달러)로 표기하는 등 통계적 오류를 범한 곳도 있다. 이 교수는 “인터넷으로 이 잘못된 서술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북한 관련해서는 7.3 남북공동선언부터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식으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신철 교수는 이번 교학사 교과서가 뉴라이트 교과서라고 표현되는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뉴라이트 교과서라고 하는데 사실은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분들은 과연 우리생각과 맞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면서 “뉴라이트 교과서라고 하기도 어렵고 위험하다고 하기에도 우스운, 엉터리 교과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저히 역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성립하기 어렵다”면서 “현 체제를 지지하고 제대로 된 체제라고 이해 한다면 이걸 만든 것은 국민 저항정신이다.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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