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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이다. 때문에 영어로는 ‘Suicide’라고 불리며, 한자로도 ‘스스로를 죽이다’라는 의미에서 ‘自殺’로 쓰인다. 자살은 스스로를 살해하는 행위라는 개념을 가진다면 분명한 죄악이지만 이를 목숨을 버린다는 개념으로 보면 잘못된 자기선택의 극단적 표현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생명은 더 없이 중요한 가치일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속시켜주는 근간이자 기본이 된다. 따라서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일 뿐만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축하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된다.
환갑(環甲)을 과거부터 축하해야 할 집안의 큰 행사로 여긴 것은 60 갑자(甲子)를 한바퀴 돌아 살아왔다는 생명유지에 대한 일종의 찬사이며 경외의 표현이었으며, 이 이후로도 10년 단위로 나이를 먹을 때마다 축하해주는 미풍양속을 가지고 있다.
자살은 본인과 가정 ‘지역사회 국가적’ 막대한 손실
한국 고유의 자살패턴 심층연구 인력재정 전폭투입
하지만 최근의 자살과 관련한 사회적 분위기와 상황을 보면 생명을 중요시하고 장수를 미덕으로 알던 우리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쉽게 알게 해준다. 이미 OECD 가입국가 중에서 자살율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실제 자살자의 숫자와 수치는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자살을 국가 정책적으로 막지 못하면 큰 참변이 날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더욱이 유명인의 자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이를 모방하거나 또는 ‘저런 유명하고 돈 많은 사람도 자살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이 뭐가 있냐’는 식으로 쉽게 자살을 따라하거나 자신의 자살행위를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아져 필자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자살은 원칙적으로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는 자살이 개인의 자율성을 근간으로 한 선택적 행위이기 때문이며, 자살을 시도했다고 해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자살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물론 군에서는 자살미수에 대해서 별도의 처벌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군대라는 특수적 상황에 기인한 것일 뿐이지 이를 근거로 하여 개인의 자살미수까지 처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자살예방 획기적 ‘모델링 혁신’
자살과 관련한 연구는 주로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사회학 분야에서 많이 이뤄졌는데, 특히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심리적, 사회적 특성을 일정하게 모형화함으로써 사전에 자살의 징후와 자살을 쉽게 선택하게 되는 사람들의 유형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나온 내용들이 자살예후 측정법이며,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ADHD 등의 심리적, 정신적, 정서적 문제들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기준화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실제 사회 내에서 자살방지를 위해서 이러한 척도나 사전 예측법들이 제대로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자살의 심각성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느끼고 있는 ‘체감정도’도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교통사고와 함께 정상적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요한 원인으로서 자살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회적 분위기 역시도 자살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단행되지 않는 배경으로 여겨진다.
자살예방과 관련한 여러 기관들이 있고, 이들 기관에서 다양한 자살방지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맹점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자살과 관련한 정책의 모든 이름에 자살예방(Suicide Preven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대충 보면 자살을 차단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기실은 극히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밝힌 내용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자살예방은 질병예방이나 범죄예방과 같이 발생하는 일들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개념이지만 적극적인 입장이 아닌 소극적이면서 광범위한 입장이다. 자살예방이라는 표현 보다는 자살차단이나 자살감시와 같은 방식으로 명칭부터 바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자 소신이며,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자 한다.
더 이상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자살을 계획하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이야기를 토로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상담이 가능한 채널의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 자살 상담을 위한 전화 채널이 많지만 여러개로 분산되어 있고 번호가 길며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채널은 119나 112처럼 간단하면서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홍보로 전 국민의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화 내용의 심각성을 등급으로 분류해 심각한 상태인 경우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전화 위치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의 구축 역시 필요하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원화된 채널의 홍보와 전문가 집단의 상시 운영 및 출동과 관리 시스템의 구축 등에 많은 재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나 이러한 자살차단정책과 기관의 수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본인의 잘못된 선택을 막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라는 식의 예방적 개념에서 벗어나서 공격적으로 자살차단과 자살방지, 자살감시로 정책의 프레임을 전환한 접근법의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 전염병 농후 ‘악성고리 단절’
자살에 대해서 집중적인 연구를 수행한 여러 사회학자들은 자살도 감기와 같이 전염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살의 전염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심리학이나 사회학에서 중요한 연구대상이었는데, 실제로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개별적인 자살사건만을 놓고 보았을 때에는 전염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일부에서는 베르테르 효과로 부르며 자살의 심각한 전염현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과거 최진실 씨와 같은 유명인이 자살하면서 이를 따라하는 유형의 자살사건들이 수차례 발생한 적이 있으며,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명망가들이 자살할 경우에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전염적 자살은 유행과도 같다. 자살의 방법만을 놓고 본다면 특정 시기에 유사한 방식의 자살이 계속적으로 나타남으로 인해 자살의 유행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게 된다.
1990년대에는 IMF 금융위기로 인해 실직하고 전재산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소위 ‘마포대교 자살’로 불리는 다리에서 투신하는 유형의 자살사건이 끊이질 않았으며, 아예 낚시에서의 포인트와 같이 주로 뛰어내리는 자살최적장소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자동차 안에서 연탄불이나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하는 질식형 자살이 한동안 유행하였으며, 여기에 더 확대되어 집단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자살하는 동반형 질식자살이 유행되기도 하였다.
2010년대로 들어오면서는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유형의 자살패턴들이 나타나 사회를 경악시키고 있는데, 대표적인 유형으로서 탑승장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이나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이러한 자살자들의 급증으로 인해 아예 지하철 승강장에 별도의 방벽을 설치하여 이중으로 지하철문을 설치하기에 이르렀으며, 기차역 역시 차량이 들어올 때 안전요원이나 직원이 스피커로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여객선에 탑승한 뒤, 바다 한가운데서 조용히 투신하는 방법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자살자의 숫자가 많고 자살의 방법이 날이 갈수록 진화해간다는 것은 그만큼 자살이 전염될 뿐만 아니라 언론에 나온 기사 등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만의 자살 방법을 연구하고 고안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을 뜻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자살에 대한 기사를 내놓는 언론에서 선정적으로 구체적인 자살방법에 대해서 기사화하지 않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자살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언론에 나와 있는 자살관련 기사가 실제로 자살을 하는데 많은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제공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서 언론의 선정적 보도의 자제와 자살관련 기사의 처리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 자살 고위험군 ‘국가적 전수관리’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이는 경제발전이 중심되는 사회적 환경에서 복지혜택이 잘 이루어지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소외되고 살기 어려워 자신의 목숨을 포기해야 하는 계층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개인의 채무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더욱이 쉽게 자살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는 자살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현재의 시각을 시급히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미국은 자살시도 역시도 심각한 중독현상의 하나로 보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자살예방 및 차단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개인의 자살은 본인은 물론 그 가정과 지역사회, 크게는 국가적 손실이라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정확하고 정밀한 실태파악과 진단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종교적 관념이 강한 국가일수록 자살자들의 숫자가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듯이 종교의 정당성과 진정성을 떠나 일단 믿음과 누군가를 통해 힐링이 되는 사람들은 자살을 쉽게 선택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학업성취도 중심의 학교교육이 아닌 사회교육적 차원에서 자기 자신의 심리상태를 정리, 정비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공격적이면서도 방위적인 자살에 대한 정책마련이 하루 빨리 구축되어야만 할 것이다.
특히, 자살의 징후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을 발견해내고 이들을 전수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돌발적으로 타인의 자살을 따라하는 모방적 자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살관리센타(National Suicide Management Center)나 자살통제센타(National Suicide Control Center)와 같은 국가기관을 설립하여, 자살문제를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체계 마련이 있어야 하며, 자살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을 만들어 자살예방강사 및 심리치료 전문가들을 대거 양성하여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마약이나 도박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기관을 설립하여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자살에 대해서는 캠페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관련단체에서 자살방지를 위한 국민계몽운동적 차원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은 극히 미미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자살을 안보나 재정문제와 같은 중대한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인력과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며, 그 결과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대한민국의 고유한 자살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해야만 할 것이다.
자살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나 스스로 언제든지 목숨을 끊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하며, 소리 없는 암살자(Silent Killer)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조용한 살인범인 자살을 우리 사회로부터 몰아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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