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방지 의무교육 도입 시급하다”

사회 / 소정현 / 2013-11-22 14: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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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공화국’ 실태와 예방법 총결산 대담인터뷰(下)

▲ Newsis
[일요주간=소정현 기자] <일요주간>은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자살에 대해 연속기획으로 보도한 바 있다. 그동안 자살 관련 글을 기고한 각분야 전문가들과의 대담 인터뷰를 통해 자살의 근본적인 이유과 방지를 위한 대책에 대해 지난 6일 대담을 가졌었다. 지난주(일요주간-424호)에 이어 자살 예방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봤다.

소정현 : 혹 주변에서 지인분들 또는 알고 계시는 분들의 비극적 상황을 목도하거나 전달받은 적이 있나.


최영인(한국범죄학연구소장) : 저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자살을 경험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요. 가장 머릿 속에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40대 때에 사회 친구가 사업을 실패한 상황에서 좌절 끝에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 친구는 벤처사업가로 승승장구 하고 있던 와중에 동업자와의 불화와 수차례 사기사건의 피해를 입은 끝에 잘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가 나게 되었습니다. 좌절의 경험이 한 번도 없던 제 친구는 심각한 심리적 공황상태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친한 저를 비롯한 가족 그 누구에게도 힘든 상황을 이야기 하지 않고 자살을 갑자기 해버렸습니다.

이 사건은 저를 비롯한 모든 주변인들에게 큰 상처로 남았을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해보게 되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고 느낍니다.


민수진(월드인재개발그룹 대표) : 제 주변의 지인은 아니지만 과거 행복전도사로 유명하셨던 최윤희 선생님의 부부동반 자살사건을 저는 충격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많은 TV출연과 강연활동을 통해서 많은 이들에게 삶의 가치와 삶의 중요함,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해주신 최윤희 선생님이 본인의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건을 보면서 행복의 기본적 가치관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밝고 남에게 조명을 받으며 바른 이미지만을 보여주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면에 가진 극도의 어두운 부분을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최윤희 선생님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고등학교 때 죽마고우인 친구가 서울대를 지원했다가 2번이나 낙방하고 3수를 하는 과정에서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동창회를 통해 사실을 전달받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하면서 3년간 고등학교에서 같이 공부를 하던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에 심각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너무 어린 나이에 일어난 자살이기에 친구들과 저 역시 실감도 나지 않고 적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서 명문대 정치외교학과를 가고자 했던 본인의 의지가 강했던 까지는 좋았지만 자기파괴를 진행해가면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태도가 이와 같은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자살은 본인 스스로의 포기라는 측면이 아닌 주변사람들에게 비극과 극단적인 슬픔을 느끼도록 하는 잘못된 행위임을 반드시 모든 국민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서지홍- 출산장려는 지원 아끼지 않으면서 노인문제는 방관
최영인- 자살현상 국가단위 수준에서 총체적 광범위한 조사
이영숙-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과 고뇌, 아픔의 힐링을 병행
민수진- 심오한 哲學的 사고 부재시 大衆的 처방만 나올 뿐
염건령- 자살방지 의무화 교육하여 전국민들 실상파악 시급


소정현 : 한국 고유의 자살현상에 본인의 기고를 토대삼아 통찰하여 달라.


이영숙(시인) : 개인심리학을 수립한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도 “인간의 정신은 유전적 요소가 아닌 사회적 영향으로 형성되며, 공동체 적응은 인간이 습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기능”이라고 하였다. 자살하지 않는 나라 1위를 위해서는 자살원인에 핵심을 두지 말고 근본적 인간의 외로움과 아픔에 대한 힐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의도하지 않은 일에 봉착하고, 의도하고 목적하던 일이 풀리지 않았을 때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자신만이 위험한 낭떠러지에 서있다고 생각하고 깊은 외로움에 빠져, 헤쳐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돌이킬 수 없는 안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둘러보면 인간은 고뇌하며 아파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는것 같다. 많은 양서를 읽게 하고 사례를 분석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삶의 부가가치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염건령 : 한국 남성들의 자살을 보게 되면 외국 남성들의 자살과 많은 부분에서 차별성을 가집니다.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사명적 자살이라 해서 이슬람교리의 구현을 위해 종교적 목적에 의해서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남성들이 주로 고독을 이기지 못해서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나 자신에 대해서 자존감이 높은 경우에 자살을 결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결정적으로 경제적인 몰락이나 사업실패, 투자실패 등과 같은 경제적 원인에 의한 자살이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자살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우리 사회는 이러한 부분에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지홍(칼럼니스트) :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의 현실은 너무 척박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자살은 OECD국가 중 최고의 수준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자살은 그 숫자가 점차적으로 많아질 것인데,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무관심이다.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에는 모든 혜택이나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대책이 전혀 없다.

물론 대책을 내놓으라 하면 이런저런 대책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실제 행동은 굼뜨다. 노인들 중 전체 인구 중에 2000년에 16%였으나 올해는 20%를 웃도는 숫자가 된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자살노인은 2만 439명에 달하고, 특히 작년에는 4,023명으로 조사됐으며, 2008년 3,561명에서 462명이 늘어났으며 이는 하루 평균 11명꼴로 노인들이 자살을 한다는 것이다.

무려 하루에 11명이 자살을 하는 노인들에게 어떤 대책을 세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매년 통계만 나오지 대책은 없다. 앞으로 정부는 노인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마지막 삶을 선진국 복지수준에는 미치지 못할망정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히 수반되어야 한다.


민수진 : 1950년대에 비해 GDP가 312배로 뛰어 세계경제 15위의 국가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성공한 나라로서 우리나라가 지목되고 있지만 이런 성공신화의 이면에서는 그 구성원인 국민들의 자기희생과 불행의 감수라는 이면이 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성공과 성장, 물질만이 최고라는 잘못된 가치척도 속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국민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자살을 효과적으로 막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우리나라의 고도 자살율의 핵심적인 요소는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을 당하는 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행위양식이기 다름 아닌 자살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구성원들을 극도의 경쟁관계에 내몰고 있고, 대치적인 경쟁구도를 인위적으로 설정하는 사회환경이 변화해야만 지금의 전쟁과도 같은 자살문제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융합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회문화의 조성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자살예방책이 아닐까 합니다.


최영인 : 자살의 유행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사회저명인사가 자살을 하는 경우에 이로 인한 유행적 자살이 많이 발생하게 되며, 심할 경우 유명인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일종의 동반자살과 같은 형식으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톱스타나 유명인이 자살하는 경우에 이들을 따라서 목숨을 끊어버리는 잘못된 상황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자살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추앙적 자살이나 팬자살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정현 : 우리 공동체가 어떤 배수진하에 자살방지 총력전을 펼쳐야 할지 고견을 말씀하여 달라.


서지홍 : 주변에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인의 내면 의식 속에 자살을 의미하는 속내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예방이나 대책은 전무하다. 주기적으로 정신과 의사들의 자살예방에 관한 강연을 한다든가 자살이 얼마나 큰 죄라는 것도 아울러 주지시키는 강의를 한다면, 다소 자살의식을 떨쳐버리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전혀 그런 계획이 없다.

독거노인들이 혼자 살면서 경제적인 어려움과 고독감에 자살을 하고도 몇 달이나 소위 몇 년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는 보도는 더욱 우리사회가 개인 이기주의로 가고 있어 노인들을 슬프게 한다. 극히 소수의 사건만이 언론에 보도되지만, 전혀 보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혼자 외롭게 사시다가 죽음마저 외롭게 맞이하여 그것도 며칠, 혹은 몇 달 만에 발견된다면 그 영혼마저 구천을 헤매지 않을까. 노인의 자살이나 죽음은 그냥 그러려니 하며 지나가는 이웃들의 무관심도 큰 문제다. 이제는 실천적 관심 배가에 사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영숙 : 결론적으로,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자살을 예방하는 기초적인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건강하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여기고 행복을 찾는 길이라 하겠다. 이것을 실현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주변에 연결된 가족이나 친구 등 지역 네트워크가 안전망이 되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인정해주고 격려하는 사회구조가 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 여겨진다. 이러한 것을 행하는 것은 우리 모두이다. 이웃의 불상사는 나의 무관심의 결과가 아니었나, 반성해 보고 연대 책임을 져야 할 의무를 모든 사람들이 통감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라는 단어가 소멸될 것이다.


최영인 : 우선적으로 자살의 실태에 대해서 광범위한 국가단위의 조사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일어난 자살사건 이외에도 자살시도나 자살시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왜 자살을 택하였는지 또는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말이 있듯이 자살이라는 우리 사회의 공적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 자살의 실태와 유형,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내용들 가운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과정과 절차가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 국가에서 내놓는 자살과 관련한 통계나 자료들은 극히 공식화된 수치만을 제시하거나 국소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의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교육학적, 문화적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와 함께 원인과 프로세스의 실체를 규명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염건령 : 제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자살과 관련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무원 사회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하면서 청렴강의를 의무화함으로 인해 많은 기관들이 실사례를 들어 공무원들의 부정과 뇌물수수, 이권개입 등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이 학교에서 발생함으로 인해 최근에는 교사와 교직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예방이나 성폭력예방 교육이 각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주관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살방지교육도 이제는 법적으로 의무화 교육을 변화시켜 모든 국민들이 그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고 이를 막기 위해 힘을 모으도록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민수진 : 인성의 강화와 유아기부터 상대방의 장점을 주로 바라보고 단점에 대해서는 지적하기 보다는 보완해주거나 조언을 해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사회시스템과 문화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과 고위층, 사회지도층부터 마인드의 개조가 필요할 것입니다.

왜 사람들이 귀한 목숨을 끊는지에 대해서 심오한 철학적 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대중적 처방만 나올 뿐이지 자살이라는 사회암의 기본적인 병질을 고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 하고, 이러한 들음의 미학을 통해서 상대방이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배려의 마음이 모든 사회구성원들 가슴 속에 있어야지만 자살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 마음을 버리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살에 대한 칼럼 작성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얼음같이 차갑고 잔인하게 변하고 있는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따뜻하고 온화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 시점에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생각과 감정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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