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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Newsis | ||
당초 미사 소식이 알려진 전날까지만 해도 지난 대선을 불법선거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의 성격에 대해서 ‘대선불복성’이라는 비판을 가했다면, 이제는 ‘종북’ 집단으로 규정,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화살은 이날 강론의 내용이 꼬투리가 됐다. 박창신 신부가 “NLL,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그것이 연평도 포격 사건이에요”라고 한 발언이 북한에 동조했다는, 이른바 ‘종북’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개신교와 불교 등 다른 종교계도 무분별한 ‘종북몰이’에 반박하며 정권퇴진 시국선언을 계획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후폭풍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새누리 “북한 대남투쟁이 대선불복으로 이어져”
새누리당은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미사가 종북 성향을 띠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북한의 대남투쟁의 한 행태로 대선불복 운동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5일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창신 신부에 대해 “연평도 포격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미사 강론을 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같은 대선불복성 운동이 최근 활발히 열리고 있는 근거가 바로 북한의 대남투쟁 지령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는 “북한은 최근 반제민족민주 전선과 조국통일민주주의 전선에 반정부 대남투쟁 지령을 내린 바 있다”며 “북한의 대남 투쟁 지령이 하달된 이후 대선 불복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우리는 예의주시하면서 한편 경계할 필요까지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종북’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증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하는데 앞장서야 할 분들이 종북세력과 똑같은 정치적 편향성으로 갈등조장, 국론 분열에 앞장서고 있어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행위를 옹호하고 북한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당장 취소하라고 촉구한 최 원내대표는 “그분들이 진정으로 할 일은 종북이 아니라 북한지역 선교와 북한 땅에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야당과 진보적 성향의 언론들을 향해 언짢은 기색을 표했다. 시국미사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선 박창신 신부의 발언에 새누리당이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북한이 쏴야하는 것을 쏜 것이 연평도 포격이라는 발언이 종북이 아니라면 무엇이 종북인가”라고 반문하며 “종북을 종북이라고 말하지도 말라는 그분들이야 말로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지 되묻고 싶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유수택 최고위원도 “귀에 익은 정치꾼의 좌시할 수 없는 선동이자, 정치성 이벤트”라고 총평하며 “그들에게는 종북이 정의롭고, NLL을 날려버린 연평도 포격이 평화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23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흔들리는 지반 위에서는 집이 바로 서 있을 수 없는 법”이라고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한편 박 신부의 발언 및 시국미사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종북몰이’ 우려 표한 발언, 되레 ‘종북’ 대상으로 낙인
논란의 발단이 된 전주교구의 원로사제인 박창신 신부의 이날 강론은 30여분 가량 진행됐으며 대체적인 내용은 민주주의 붕괴 및 국정원 댓글논란, 정부여당의 종북몰이에 대한 우려였고, NLL 발언은 이 과정에서 언급된 것이었다.
박 신부는 이날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지금 이 땅에는 정의도 없고, 법도 없고, 폭력적인 불통의 힘만이 있습니다”라며 “그 무서운 유신시대로 복귀하고 있는 현실, 남과 북이 갈라져 평화가 위협을 당하는 현실에서 하는 간절한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종북몰이 확대에 대한 경계심도 표했다.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자기들이 어려우면 종북주의자로(만들고). 이런 유사한 사건이 많습니다”라며 “국가보훈처와 군인이. 심지어는 여행사에서 땅굴 견학시키면서 종북몰이 한 겁니다”라고 언급했다.
NLL에 대해서는 종북몰이의 하나의 도구 또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신부는 “NLL이 뭡니까, 여러분? 북방한계선이에요. NLL은 유엔군사령관이 우리 쪽에서 북한으로 가지 못하게 잠시 그어놓은 거예요. 북한 하고는 아무 상관없고. 휴전협정에도 없는 거예요. 군사분계선도 아니에요. 군사분계선은 해상에는 없어요. 북한하고도 아무 상관없지만, 북한에서는 이 NLL이 우리 공해상 우리 선이다, 왜 이리 와서 훈련하느냐(고 따집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NLL,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 사건이에요. 그래 놓고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가지고 지금까지 이 난리를 치르고 선거에 이용한 겁니다”라고 정부에 대한 비난이 목소리를 높였다.
무분별한 종북몰이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되레 자신을 종북으로 낙인찍는 단초가 되어버린 셈이다.
박 신부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라디오에 출연해 이를 적극 해명하기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야한다는 부분에서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박 신부는 논란이 된 발언 내용에 대해 “북한이 잘 쐈다는 얘기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그런 걸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며 “왜 서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분쟁지역에서 훈련을 하냐는 말이지, 평화를 얘기하다가 나온 일례를 종북몰이할 때 이용하려는 것”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 대해서는 국가기관이 종북몰이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박 대통령은 하야도 아니라 그냥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與 ‘종북카드’에 종교계 시국선언 이어질 듯
시국미사를 규탄하는 정부여당의 비난이 줄을 잇자 이에 반박하는 쓴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23일 이정현 홍보수석의 말을 받아 자신의 트위터에 “이승만과 박정희 노선 외에는 종북좌빨로 몰아 겁박하고 마침내 찍어 내는”이라며 “국정원과 군부가 불법선거개입을 조직적으로 자행하고 권력이 이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그런 조국은 내 조국 대한민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시사평론가이자 방송인인 김용민씨도 이정현 홍보수석의 발언에 대해 “야매정권 홍보수석”이라며 “그렇다면 내 조국은 총체적 불법 부정선거가 자행되고, 그렇게 해서 집권한 자들이 뻔뻔스럽게도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인가 하는 자괴감이 드네요”라고 꼬집었다.
현 정권에 대해서는 ‘불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후안무치도 유만분수지 부정선거로 당선된 것들이 반성은커녕 큰소리 떵떵치니. 이 정권은 불법 정권임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하긴 그 애비도 불법으로 집권했으니, 애비나 딸이나”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보수언론들을 통해 ‘막말’로 보도가 되자 김씨는 다시 “국정원 120만건, 군 2300만건 트윗보다, 김용민의 트윗 하나가 더 큰 뉴스가치가 되는 세상이군요. 내가 그렇게 위력적인가”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종북몰이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24일 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정중규 부소장은 “천주교 사제단의 대정부 메시지 핵심은 ‘이명박 구속, 박근혜 퇴진’이었다. 이를 못 들은 양 덮어버리려 사제들에게까지 종북몰이하고 있는 것이 공작정치 원로 김기춘이 수렴청정하는 현 정권이다. 국민을 잠시 속일 순 있겠지만, 영원히 속일 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은수미 의원도 “한국정부와 북한정권의 공통점은 ‘사제를 미워한다!’ 그동안 교회가는 것을 등한시하여 신부님까지 종북몰이의 희생양이 되셨네요. 이번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야할 듯”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군, 사제단 연평도 발언 비난? 5.16박정희 5.18전두환 노태우까지 군사정권!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임기 말까지 20년간 군의 정치개입 없어 국민 신뢰 존경받음. MB말기 대선개입 어떻게 설명? 군은 입이 백개라도 반성, 수사 철저히 하라”고 비판했다.
한편 천주교에서 시작된 ‘정권 퇴진’ 움직임은 개신교와 불교계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개신교 성직자들의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와 정의평화기독인연대 등은 다음달 초에서 성탄절인 25일까지 서울광장 등에서 금식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불교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소속 스님 1,000명 참여를 목표로 시국선언을 준비 중인 가운데 오는 28일 시국선언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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