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정치적 발언’…김계춘 vs 함세웅 신부 엇갈린 해석 내놔

사회 / 김진영 / 2013-11-27 17: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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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진영 기자] 연평도 포격 및 천안함 발언으로 종북 논란에 휩싸인 박창신 신부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천주교 내에서도 엇갈린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잘못된 현실에 대해서는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데 대해, 한쪽에서는 사제가 아닌 신자들에 한하는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한쪽에서는 사제들이 정치적 현실에 대해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은 교회의 책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친일반민족행위자' 의복과 유물의 문화재 등록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세웅(가운데) 신부 @Newsis
27일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 모임의 김계춘 원로신부는 ‘한수진의 SBS 전망대’ 라디오를 통해 사제의 정치적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계춘 신부는 박 신부의 발언을 두고 국민적 감정에도 반하는 언동이라며, 나라 일에 대해서 신부가 정치적 판단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사제의 역할이 아닐 뿐 아니라 정치를 세력화하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과거 민주화를 일궈내던 시절에 있어 종교계의 참여에 대해서는 “때가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종교가 정치 권력화 하면 타락한다”고 밝혔다.

김계춘 신부는 이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하는 움직임, 즉 시국미사 등 종교적 행동은 천주교 전체의 의사가 아닌 한 지역의 문제라고 전하며, 신자들의 항의로 인해 차츰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창신 신부에 대해 교황청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교회를 해체, 분리시키고 사람들에게 오해받게 하고 또 우리 천주교라는 사람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혼란에 일조했다고 하면 신부로서 할 일이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인이라고 해서, 국민의 도리를 지켜야 하는데 법을 어기면 들어가는 것”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적 불의에 저항하는 일에 교회가 참여하라’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신부가 아닌 신자들에 한한 문제라고 답했다.

반면 함세웅 원로신부는 오히려 “침묵하는 것이 죄”라며 염수정 대주교의 발언에 대해서도 복음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제적 도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서 24일 염수정 서울대교구장(대주교)은 명동성당에서 ‘신앙의 해’ 폐막미사 강론을 통해 “가톨릭 교회 교리서(2442항)에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박창신 신부의 정치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염 대주교는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교회적 친교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발표한 ‘사제의 직무와 생활지침(33항)을 들어 “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 할 대목”이라고 직시했다.

이에 함세웅 신부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신도는 되고 사제는 안된다’는 주장은 사제의 사회참여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원칙론”이라며 보편적인 가톨릭 원칙이 요즘같은 시대적 상황에서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사제들이 정치적 현실에 대해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은 교회의 책무이자 사목헌장에 나와 있는 가르침이라고 언급한 그는 “정치와 정치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연한 말을 필요 없는 때 얘기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왜곡이자 곡해”라고 평가했다.

복음을 기초로 ‘정치인들이 바른 정치를 하라’, ‘도덕을 세우고, 법 도덕을 바로 세우라’는 요구를 사제가 하는 것은 복음적 소명일 뿐 아니라, 사회적 요청에 따른 시대적 징표를 잘 읽고 신앙적으로 응답하라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함 신부는 “정치인과 행정부가 불법과 잘못을 저질렀을 때 침묵하는 것도 죄”라며 “‘아니오’라고 얘기하는 것이 사제의 예언자적 소명이자 빛과 소금이 되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기초하고 있다”고 단호한 입장을 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와 관련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함세웅 신부는 “민주공화주의를 무시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현대판의 새로운 우상”이라며 “신앙은 독선과 권력의 우상을 깨고 부수는 하느님과 진리와 정의의 힘”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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