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현숙 “보편적 기초연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 될 것”

사회 / 김진영 / 2013-11-28 10: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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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국민에게 듣는다’ 공청회
▲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기초연금 국민에게 듣는다’공청회에서는 사회 각계각층을 대변한 이들의 현실적인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일요주간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박근혜 정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연계 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 성실납세자 역차별 등 심각한 제도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던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우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기초연금 국민에게 듣는다’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국민행동 제갈현숙 정책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제도는 공적노후소득보장체계를 악화시키고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를 후퇴시킨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당초 후보 공약에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들에게 20만 원씩을 지급, 기초노령연금법을 기초연금법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인수위와 행복연금위원회를 거치면서 최종안에는 소득하위 70% 미만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최소 10만원에서 차등지급하는 방안으로 매듭지어졌다.

제갈현숙 정책위원은 이같은 공약의 후퇴는 정치적 구조차원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달라진 사회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도화된다면, 선거과정에서 국가복지는 더 이상 중요한 이슈로서 부각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켜지지 않을 복지공약으로 오히려 복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보수진영이 고수해왔던 복지정책 프레임인 ‘선별’, ‘차등’, ‘선 성장, 후 분배’ 등 낡은 프레임을 다각도로 활용한 결과라며, 세 가지 근거를 들어 정부안을 반박했다.

첫 번째는, OECD 평균의 4배에 이르는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통계가 보여주듯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노인들의 기초적인 소득을 지원한다는, 도입의 실질적인 목표를 망각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기본요소인 소득재분배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로, 다시 말해 ‘선별에 따른 차등’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발생된 모순인 셈이다.

더불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안의 부적절한 연계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자, 특히 저소득 단기가입자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입장이다. 제갈현숙 정책위원은 “잠정적으로 공적 노후소득보장의 핵심적인 국민연금 제도로부터 비자발적으로 이탈하는 효과를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종합적으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정치는 복원된 보수의 선별과 차등 프레임으로 정치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제도의 효과성의 두 측면 모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이 공적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들도 이어졌다. 먼저 상위 30과 하위 70의 수급대상 구분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구분하기에 타당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소득이나 자산을 숨기는 등 문제들이 발생할 뿐 아니라 소득이 없어 일을 하는 노인의 경우에는 급여가 발생해 소득역진성의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

그밖에도 기초연금을 통한 전 노령세대의 소득 향상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 2007년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로 도입된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보다 오히려 후퇴한다는 점 등 기초연금 도입을 통한 공적연금체계의 강화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다는 데 있다. 제갈현숙 정책위원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2년 이상이 되는 시점부터 수령액이 차감돼 20년이 되면 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며 국민연금 성실납부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400만 원 소득자의 국민연금 20만원 가입(A)과 200만 원 소득자의 국민연금 30년 가입(B)의 경우를 비교했더니, 두 경우 모두 국민연금액은 60만 원으로 동일하나 기초연금액은 A가 16.7만 원이고 B는 10만 원으로, 가입기간이 길수록 매월 6만 7,000원 덜 지급 된다는 것이다.

제갈현숙 정책위원은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이 삭감될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은 이 급여를 삭감시킨다. 2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수급대상자의 수도 장기적으로 감소하게 돼 결과적으로 미래세대에 대한 기초연금 삭감안인 셈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법안은 비단 하나의 새로운 소득보장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후소득보장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매우 문제적인 제도”라며 “박근혜 정부의 가짜 기초연금법안 폐기의 자리에 애초 사회적 합의가 진행됐던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진짜’ 목소리

이날 공청회에서는 노인·여성·은퇴자·청년·지역가입자·직장가입자·공단직원등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한 이들의 현실적인 목소리들도 터져나왔다.

노인세대를 대표해서 나선 노년유니온의 김선태 대표는 국민연금 연계안은 오히려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키는 처사라며 노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모든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정말 달콤하고 환영받을만한 공약이었다.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노인들의 75%가 그분을 찍었다. 그러나 파기되고 말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후손에게 어마어마한 짐이 될 것이다. 노인들은 후손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고 하는데, 기초노령연금 주겠다고 후손에게 짐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까지 노령연금 받을 생각 없다”고 비판하는 한편 “노년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일자리라도 주고 스스로 노력해서 살 수 있는 방향을 찾아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퇴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나선 대한은퇴자협회 이청수씨도 “현재 세대 노인들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크게 손해 보는 일이 적다. 젊은 사람들의 연금액이 줄어드는 것을 담보로 노인세대에게 생색내는 형식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인층은 크게 증가하는 반면 젊은이들은 줄어들기 때문에 이번 법안은 오히려 세대 간의 갈등소지로 번질 우려도 제기했다. 젊은 세대의 불이익은 또 다른 노후빈곤 대물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 수령자들이 손해를 본다면 누가 납부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현재 연금수령자가 많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개혁을 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하며 모쪼록 전 세대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해서 정책적으로 실현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현 정부안의 최대 피해자라고 지목되는 청년세대는 노후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당장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나이이기도 할 뿐 아니라 현 청년들의 상황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사무국장은 “청년들은 지금 노후보장의 문제를 고민해보기 조차도 어려운 현실이자, 이미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빼앗기고 있다”며 “삶의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금의 중요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으로 오히려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편적 기초연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성노인들에 대한 관심도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송은정 노동정책부장은 “부부 소득합산액이 일정부분을 넘으면 기초연금이 감액되는 부분은 이중감액이라고 생각하며, 심하게 말해 이혼을 부추기는 말도 안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4대보험 등 사회적 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은 곧 잠재적 빈곤층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책도 시급하다는 래미콘 운전기사 양재두 씨는 “국민연금 가입이 낮다고 하는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을 먼저 개선하는, 즉 노동안정이나 소득개선이 먼저 이뤄져 그 사람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시급 3000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비정규직 돌봄노동자 차승희 씨는 “정부가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노후대책을 마련해야 되지만 그 마련 또한 공약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며, 나라를 위해서 일했으면 노후에 분명히 그 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탈퇴가 불가능한, 직장의무가입자군에 속하는 사무직 노동자 대표 조선아 씨는 “국민연금 연계하겠단 얘길 했을 때 사무실에서 첫 번째 화두는 (국민연금) 탈퇴할 방법을 찾자는 것이었다”며 “그만큼 불신이 굉장히 크다”고 직장인들의 입장을 전했다.

조씨는 “복지가 후퇴했다기 보다는 거의 파괴하는 수준이 아닌가 싶고,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복지는 국가가 책임지라는 개념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필요한 세금을 꼬박꼬박 내왔고 우리가 일을 함에 있어 국가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회에 기여해왔던 것들에 대한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 국가와 정부가 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연금공단 내부의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연금공단 직원인 지진표 씨는 국민연금 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인빈곤율 개선 등 그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법은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불이익하게 변경된다면 누가 그걸 신뢰하겠나”라고 반문하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계속 하락해왔고 법을 자주 개정함으로서 신뢰가 약한 상태”라고 문제를 짚었다.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법안을 잘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금고갈로만 협박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지 씨는 “임의가입자 탈퇴가 매월 증가해 어제 일자로 2만9000여명이 감소했다. 저희가 설명을 잘못해서 그런가. 나한테 불이익하니까, 제도에 신뢰가 안가니까,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기가입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신뢰기반은 더욱 무너질 것이며, 결국 국가노후소득 보장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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