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불교·개신교도 합심…촛불집회 규모 확산되나

사회 / 김진영 / 2013-11-28 03: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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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진영 기자] 천주교가 불씨를 당긴 정권 퇴진 움직임이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 전체로 번져나가면서 점차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주말로 예정된 촛불집회에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압박수위는 날로 불어날 전망이다.

‘민주주의’에 하나 된 佛心

28일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1,012명은 대웅전 앞에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결코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제하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스님들은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잇단 수사 은폐 논란에 대해 “작금의 사태를 단순한 부정선거의 차원이 아닌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린 심각한 헌정질서 파괴’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시국선언 ⓒNewsis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 등 피와 땀으로 이뤄낸 민주화 과정 후의 민주주의를 생각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계추는 과거 개발독재정권으로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의 ‘종북’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들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며 정국을 극단적인 이념투쟁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민대통합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매카시즘의 광풍이 다시금 재현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역시 NLL 논쟁, 개성공단 폐쇄, 이산가족 상봉 지연 등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형국임에도 현 정부는 정상화시킬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민생의 삶은 ‘복지공약 후퇴’에 대한 비판으로 표출됐다. 스님들은 “양극화와 청년실업 해소를 염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바탕으로 정권을 잡은 박근혜 정부가 과연 민생을 챙길 수 있을지 점점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은 “국가조직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민의를 왜곡하는 현 상황이 진정한 민주주의이고, 민생을 외면하고 극단적인 이념갈등을 조장하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이 정부 출범 당시 주창했던 국민대통합의 진정한 모습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는 한편, 부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전하면서,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불상위(不上違)를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조계종 승려 1,012인 선언자는 ▲선거개입 관련자 엄중 처벌 ▲특검 수용 ▲이념갈등 중단 ▲기초노령연금제도 등 민생공약 이행 ▲남북관계의 정상화 등을 촉구했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직할교구 203명, 해인사 124명, 통도사 87명, 백양사 86명을 비롯해 전 교육원장 청화스님, 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 중앙종회 부의장 법안스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퇴휴스님,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의장 만초스님 등 총 1,012명의 승려가 불심을 모았다.
기독교 단체 “국가권력에 의해 선거 유린”

불교계보다 하루 앞선 27일에는 기독교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이날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와 감리교 정의평화위원회 등 28개 기독교 단체로 이뤄진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기독교회관 앞에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주의의 꽃이랄 수 있는 선거는 국가권력에 의해 유린됐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위원회는 ““가려 놓은 것이라고 해도 벗겨지지 않을 것이 없고, 숨겨 놓은 것이라 해도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는 누가복음 내용을 인용하며 선거개입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검찰총장과 수사 검사를 자리에서 쫓아내는 방식으로 오히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은폐하고, 두둔하고 있다는 강력한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해왔다”면서 나아가 생각이 다른 대다수 국민들을 종북 좌파로 규정하며, 척결의 대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흡사 30년 전 유신독재정권 시절의 공안탄압을 떠올리게 한다며 위원회는 “유신독재정권을 비롯한 수많은 독재정권의 경험에서 보듯 반대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세력은 결코 온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부정선거로 권력을 훔친 세력과 국민을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탄압과 억압을 대상으로 여겨 탄압했던 독재정권이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던 과거 전철을 뒤풀이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연평도 포격 발언으로 종북논란에 휩싸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와 관련해서는 “성직자의 설교를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신앙의 자유가 허용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선거부정’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도 언급됐다. 대선개입 관련 수많은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위원회는 “이는 국가가 헌법이 정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유린한 것으로, 그 어떤 선거부정보다 엄중한 선거 부정으로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명백한 부정선거였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기독교 단체 일동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명백한 부정선거임을 천명함과 동시에 “부정선거의 결과에 의해 대통령직에 취임한 현 대통령은 국민에 의하여 선택된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히며 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마침표를 찍었다.

‘촛불’에 영향 끼칠까

한번 시작되면 좀처럼 잡히지 않는 도미노처럼, 천주교에서 기독교로, 나아가 불교에 이르기까지 국내 3대 종교가 시국선언 물결을 이어가면서 연일 나라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Newsis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대선개입 진상규명이라는 선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대선개입 주체가 군 사이버사령부로 확대되는가 싶더니, 여론에 관여한 부분도 포털 등 댓글에서 확산속도가 빠른 트위터 등으로, 그 개수도 100만여 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야할 주체인 검찰과 경찰에 대한 신뢰도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사퇴와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외압 의혹 폭로, 조영곤 서울지검장 사퇴 등 검찰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오히려 도화선이 됐다는 해석도 지배적이다. 그간 민주당의 사과 촉구에 맞서 청와대는 “재판 중인 사안이니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입장표명을 미뤄왔다.

하지만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포격 발언이 논란을 빚자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초강수를 둔 바 있다.

이에 종교계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사과’, ‘퇴진’, ‘하야’, ‘사퇴’ 등 적극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단어들을 쏟아내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어 향후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참여연대는 오는 3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박근혜 정권 수사방해 규탄 22차 범국민촛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종교계의 잇단 시국선언이 여론 추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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