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대통령 사퇴 재차 촉구

사회 / 김진영 / 2013-12-05 10: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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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 신부 종북 논란 이후 공식입장 발표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Newsis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종북’ 논란의 중심에 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그간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공식입장을 통해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지난달 2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가 시국미사 강론에서 평화구현과 남북관계를 설명하던 중 연평도 포격에 대한 발언이 북한을 옹호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며, 이에 종교계의 시국선언 등 정치발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들끓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까지 ‘국론 분열’로 규정,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경발언으로 맞서 종교계의 시국선언이 ‘종북’ 논란으로 번지며 때 아닌 이념대립이 한반도를 달구기도 했다.

천주교 내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현실참여’ 메시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면서 의견이 분분했으나 논란의 중심이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이번 공식입장을 통해 박 신부가 소속된 전주교구 차원이 아닌 전국사제단으로 범위를 확대, “저항은 믿음의 맥박”이라며 재차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1.22 전주교구 시국미사에 관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입장’이라는 제하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권력에 저항할 때마다 역사는 교회에 무거운 대가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전주교구가 종교계 시국선언으로는 최초로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를 주장한 데 대해 뜻을 같이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국사제단은 종교계의 정치참여와 관련해 “불의에 대한 저항은 우리 믿음의 맥박과 같은 것”이라고 단언하며 “시련은 교회의 영혼을 정화하고 내적으로 단련시켜준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및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봄부터 국가기관의 불법적 선거개입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빗발쳤다. 종교계도 마찬가지였다”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또한 진상규명과 재신임 확인 등 합당한 정화의 과정을 통해 떳떳한 대통령으로 거듭 나길 바란다고 충고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사제단은 “하지만 대통령은 원칙에 충실했던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몰아내며 수사를 방해하였고, 국정원이 작성 유포한 수백만건의 대선개입 댓글이 드러났어도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오히려 부정선거를 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른바 ‘종북몰이’의 먹잇감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박창신 신부의 ‘종북’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전주교구 시국기도회의 의의에 대해 “민주주의의 토대가 뿌리째 뽑혀나가고 있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며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각료들, 여당은 강론의 취지를 왜곡하고 거기다가 이념의 굴레까지 뒤집어씌움으로써 한국천주교회를 심히 모독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고 강조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사제단은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가는 작태가 뒤가 구린 권력마다 지겹도록 반복해온 위기대응 방식이었다”면서 “여기에는 신문과 방송의 악의적 부화뇌동도 한 몫을 하였다”고 꼬집었다.

이번 공식입장을 통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전주교구 사제단의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히며 “이를 사제단의 입장임을 밝히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권을 향해서도 ‘불통’, ‘독선’, ‘공포정치’로 규정하며 날선 비판도 담았다. 사제단은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통과 독선,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포정치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제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을 언급하며 “교회의 사목은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일”이라며 “선거부정의 책임을 묻는 일이 설령 고난을 초래하더라도 우리는 이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끝으로 사제단은 “대림절은 새 하늘 새 땅을 기다리며 참회하고 속죄하는 정화의 시기다. 이 은총의 때에 다시 한 번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의 전면적인 회심을 촉구한다”고 강조하며 “오늘의 참담한 행실을 뼈아프게 돌아보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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