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종...신분.명예.부 높을수록 ‘몸소나서야’

사회 / 최영인 칼럼니스트 / 2014-04-21 23: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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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인의 뉴스IN- 국가차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강력소망’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필요한 것은 국가적 위기 때이다. 평상시에는 기부와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겠으나,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솔선수범을 하는 행동하는 지도층이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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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최영인 칼럼니스트] 지금 우리 사회는 어린 영혼들의 죽음과 죽음의 위험 상황으로 인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다름 아닌 갑자기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건 때문이다. 재미있을 수학여행이 순식간에 친구와 선생님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대참사가 되었음은 물론 이에 대한 정부와 사회지도층, 언론의 대응방식이 더 큰 실망감이 들도록 만듦으로써 국민들의 정신상태를 소위 ‘멘붕’으로 만들고 말았다.

우왕좌왕(右往左往)! 너무 ‘서글픈 자화상’

필자도 수많은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 빨려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눈시울을 적셔야 했으며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내 딸과 아들이 죽은 것과 같이 모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과거 천안함 폭침사태 때에도 우리의 아들들이 국가영토수호를 위해 헌신하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내 아이들이 죽은 것처럼 울어야 했으며 이와 같은 국가적, 국민적 불행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결연한 다짐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지의 표현과는 달리 수백 명의 아이들이 깊은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기성세대의 한 일원으로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후세대에 창피하고 미안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모습을 만들고 말았다.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실수는 반성과 기존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통해서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과거의 여러 선박침몰이나 화재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공염불(空念佛)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 되었음은 물론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떠한 방식으로 수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갈피가 안 잡히는 실정이다.

물론 정부에서 직접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이 문제를 국가적인 위기로 보고 적극적 대응을 지시하였지만 지금의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부족하고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할 수밖에는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사건으로 엄청난 인명 희생을 당한 안산단원고등학교의 수학여행 인솔책임자인 강모(52세) 교감이 사건 이후에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현장 인근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적인 충격과 우울증, 슬픔의 감정을 더하고 말았다.

교감선생님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 수 있겠으나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살아남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생명을 버린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오죽했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을 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살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럴수록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가지고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교육자로서 나은 자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의 상황에서 다양한 대응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직접 책임지는 정부와 공무원들이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진행될 지에 대해서 국민들이 난감해 하고 있음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부당국의 고위공무원들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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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과 명예, 부가 높을수록 ‘몸소나서야’

큰 슬픔 속에도 조그만 기쁨과 아름다움은 있다. 이것이 인간이 사는 세상의 기본 원리인데 이번에 미국 프로야구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가 그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어 그나마 유족들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류현진 선수는 힘들게 타국에서 선수활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고 직후의 게임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이후에 바로 유족을 위한 위로금으로 1억 원을 기부한다는 결정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을 몸소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를 보게 되었으며, 이를 기폭제로 많은 격려금과 성금, 자원봉사가 답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원래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며 사회적 신분과 명예, 부가 높을수록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과 도움에 몸소 나서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기부와 헌납, 모범을 기초로 한 로마 지도층의 규범적 행동은 유럽을 지배하는 대제국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으며, 특히 전쟁이나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바로 나아가 자신을 버리고 목숨과 재산을 던지는 행위를 명예로운 것으로 본 로마의 국가적 풍토에서 기인한다.

초기의 로마 귀족이 지금의 국회에 해당하는 원로원에서 차지하였던 비중이 건국 후 500년이 지나서 15분의 1로 급격하게 떨어진 데에는 귀족들의 자발적 전쟁참여가 결정적인 원인이었을 정도로 국가를 위해 헌신(獻身)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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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헌신은 몽고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를 고려시대에 침공하여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좋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일개 국가의 발전과정만을 놓고 본다면 역시 마찬가지로 귀족과 기득권층의 헌신과 봉사, 모범적인 행동이 수백 배의 인구를 가진 한족을 지배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보통의 경우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기부보다는 전쟁에서 높은 사회적 신분을 가진 가문의 아들들이 전쟁 최일선에 참전하는 것을 이야기 한다. 대표적으로 영국을 들 수 있는데,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모두 치른 영국에서는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이튼 컬리지(Eaton College)에 재학중인 고위층 자제들이 대거 참전하여 무려 2천여 명이 전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르헨티나와 벌인 포클랜드 전쟁에서는 영국 여왕의 둘째 아들인 앤드류 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을 정도로 무조건적인 자기헌신이 기본이 되고 있다. 미국도 역시 마찬가지로서 한국전쟁 때 미국 장군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하여 이 가운데 35명이 전사하였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필요한 것은 국가적 위기 때이다. 평상시에는 기부와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겠으나,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솔선수범을 하는 행동하는 지도층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류현진 선수나 송승헌 배우와 같이 자신이 가진 중요한 자산인 금전적 기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 자녀와 내 자식이 목숨을 잃거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도움을 주고 사태를 지혜롭게 수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은 제일 중요한 행동이라고 판단된다.

이런 차에 각급 기관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차분하게 5월을 지내기로 한 점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축제를 준비한 태안군이나 안산시 등이 축제행사 개최를 전면 취소하였음은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5월 어린이날 행사를 전부 취소함으로써 숙연한 분위기에서 현재의 사태를 위로하고 조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 역시도 마찬가지로서 웃음을 기본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방영을 자제하고 있음은 물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24시간 실시간으로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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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차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강력소망’

엄청난 인명손실을 불러온 지금의 사태에 대해서 지도층은 물론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성숙된 자세로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이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자들을 위해 위로를 해주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오블리스 오블리주라고 생각되며 이를 위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바를 몇 가지만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을 때에 국가가 전면적으로 나서서 모든 비용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국가적 차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필요하다. 군과 경찰, 소방을 비롯한 직접적, 간접적인 지원이 가능한 모든 부서와 인력을 동원하여 지원을 해야 함은 물론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정상적인 사회복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꿔야만 한다.

사고가 직접적으로 발생한 진도군과 피해자 대부분이 사는 안산시에 대해서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부분은 선진형 재난지원시스템으로 나아가는 초석이라고 생각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대해서 재난지역 선포뿐 아니라 활용 가능한 공적 자원을 모두 투입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체계적이고 세련된 시스템의 마련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번에 여당에서 재난청을 별도로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하였지만 이 역시도 기회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방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고 체계적으로 극복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사료된다.

실제로 여당의 재난청 신설안에 대해서 엄청난 여론의 질타와 국민들의 반발이 발생하는 것은 앞으로의 일 보다는 현재의 일에 대해서 충실한 이후에 제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선진화된 사고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를 이끄는 여당은 이번의 상황에 대해서 반성하고, 현재의 문제를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이겨나갈 수 있는 머리를 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또한 현장방문 시에도 보고를 받는 일은 생략하고 피해자나 그 유족과 가족 등을 직접 만나서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를 들어보는데 주력함으로써 진정한 지도층이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여주는 선진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둘째로 기업이나 재계에서는 피해자와 그 유족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평상시 기업의 사회적 익환원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모두 힘들어 할 때에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이 바른 자세라고 생각된다.

유족에 대한 취업지원이나 직접적인 채용부터 다양한 경제사회적 지원을 해줌으로써 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번 사태 역시도 각 기업의 사회적 지원팀이 대거 파견되어 유족이나 가족,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큰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셋째로 언론은 선정적인 보도를 자제하고 사태의 문제점과 현재의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여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이 살아 있으면 그 나라의 정의는 살아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모든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언론의 보도내용이 정말 중요한 정보원이 될 수밖에 없다.

모 종편방송에서 정체불명의 여성을 전문 다이버로 소개하며 해경이 작업을 방해했다는 식의 선동적인 보도를 한 사건은 앞으로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며, 현장에서 일주일간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힘을 빼는 그릇된 방송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어가는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현장에서 편안하게 상황을 방관하거나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에 반해 일부 미디어에서 이러한 상황을 자신의 인기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태는 방관과 방임이며 이런 일은 앞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 중에서 사람의 목숨이 좌우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였듯이 지금의 사건은 우리 어린 청소년들과 시민들의 목숨과 관련되어 있음을 새삼 명심해야만 한다.

英國의‘버큰헤이든호’기백 부활을

세월호 선장의 우선 대피와 같은 상황에서 볼 수 있는 현재 사회지도층의 안이한 생각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벗어버려야만 할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과 같은 내용으로서 영국의 버큰헤이든호 정신이 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항운산업에서 기본적인 정신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서 일종의 수학에서의 구구단과 같은 원칙으로 적용된다. 버큰헤이든호는 1852년에 침몰한 영국 해군의 수송선 이름으로서 당시 남아프리카로 가던 도중 암초에 부딪혔다.

이 때 선장이었던 시드니 세튼 해군대령은 탑승자 숫자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구명보트의 수를 파악하고 바로 부관에게 “여자와 어린이부터 태워라”고 명령하였으며, 이에 여자와 아이 등 노약자 180여명이 구조됐지만, 선장 등 436명의 군인은 배와 함께 전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버큰헤이든호 정신은 이 이후로 모든 해상사고의 원칙이 되고 있으며, 배를 모는 사람이라면 이 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교육기관은 물론이고 운항실습에서도 숙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건만은 예외로서 세계적인 망신거리는 물론 배와 함께 목숨을 같이 해야 하는 선장이 맨 먼저 구조선에 탑승하는 화면을 보면서 국민 모두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 우리가 죽으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죽음을 불사하고 승객을 구조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책무임에도 자기 살기에 급급한 모습은 분명히 잘못된 지도자의 모습으로 볼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사회의 선진성은 지도층의 행태에서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월호 선장의 도피 모습에 우리 국민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사회지도층과 정치권의 자기만 살고자 하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이 투영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앞으로 절대로 이런 일이 또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모두 알고 있고, 실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월호 선장의 행동과는 정반대되는 자기희생의 정신을 구현하고 보여주는 지도층이 많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음을 이번 기회에 정확하게 알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누구나 자기의 목숨이 아깝고 자기의 이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지도층으로 인정받고 있고 남보다 더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아주는 사람이라면 그에 따르는 모범적인 희생정신과 자신의 이익을 과감하게 버리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함을 명심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이제는 지혜로운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하여 국민을 위해, 조직원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지도자와 지도층을 선택하고 뽑아야 한다.

무조건 지역적인 성향과 연고, 인간관계의 늪에 빠져서 자세가 제대로 안 잡힌 지도자를 뽑고 이후에 후회하거나 분노하는 것은 스스로 자초한 어리석은 일임이 분명하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는 침몰하는 배와 자신의 운명을 같이 하는 선장의 모습이라는 점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 최영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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