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반성문 진정성 논란 "모두 제 탓" 이라더니 "박 사무장이 말하지 않았더라면"

사회 / 박은미 / 2015-02-16 09:25:34
  • 카카오톡 보내기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Newsis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땅콩 회항’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조현아(41·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성문이 선고공판에서 일부 공개됐다.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은 “모든 것은 정제도 없이 화를 표출한 제 탓”이라는 후회의 심정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박 사무장이 언론에 말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내용도 적혀있어 반성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 오성우 부장판사는 12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안전운항 저해 폭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강요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는 한편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 직접 낭독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녹색 수의에 굳은 표정으로 재판장에 들어와, 이내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을 얼굴을 가린 채 피고인석에 착석했다.

오 판사는 “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이해했다면 (승무원과 사무장 등을) 노예처럼 부리지 않았을 것이고, 승객들을 이해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견과류 제공 서비스 때문에 (사무장을) 하기한 것은 승객 안전 볼모로 한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의 발단을 매뉴얼 위반으로 얘기한 것으로 봐서 진정한 반성 있었나 싶다”며 “박창진 사무장과 김 승무원의 고통의 무게가 조 전 부사장보다 더 무겁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판사는 조 전 부사장이 제출한 반성문의 일부를 읽어 내려갔다.

조 전 부사장은 반성문에 “모든 일이 제 탓”이라며 “제가 정제도 없이 화를 표출했으며, 김 승무원과 박 사무장에게 내리라 해 마치 그 비행기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은 모멸감을 줬다”고 썼다.

그러면서 “왜 화가 났는지는 변명이 될 수 없고 중요한 건 어린 김 여승무원의 상처, 박창진 사무장의 모멸감”이라고 적었다.

조 전 부사장은 “내가 화를 다스렸다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날 아무 일 없었더라면, 박 사무장이 언론에 말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렇게 회사를 놓아버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심정을 밝히며 박 사무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구치소 안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30일 동안 구치소에서 내게 주어진 건 두루마리 휴지와 수저, 비누, 내의 양말 두 켤레가 전부”라며 “제가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낯선 이로부터 타인의 손길을 고맙게 여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든다”고 적었다.

이어 “물품 구매가 쉽지 않았는데 주위 분들이 샴푸와 린스를 빌려주고 과자도 내어주어 고마웠다”며 “더 고마웠던 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게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에는 구치소 동료들끼리 비빔국수를 특식으로 만들어 먹은 이야기를 적혀있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 내용과 다르게 박 사무장 등의 피해자들은 공판 과정에서 “당사자로부터 제대로 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은 바 없다”고 증언해왔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