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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정성수. | ||
[일요주간=소정현 기자] 2017년은 정유년으로 ‘붉은 닭(?;鷄)의 해’다. 정유(丁酉)는 육십간지 중 34번째이다. 닭(酉)은 12지 즉 자子(쥐), 축丑(소), 인寅(범),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원숭이),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의 열 번째 동물로 계유(癸酉) · 을유(乙酉) · 정유(丁酉) · 기유(己酉) · 신유(辛酉) 등으로 순행한다. 이런 닭은 인간들에게 알과 고기로 보시를 한다.
수탉은 새벽이면 목을 길게 빼 울음으로 여명을 알린다. 닭 울음은 시보(時報)의 역할을 한다.
시계가 없던 시절, 밤이나 흐린 날에는 닭의 울음소리로 시각을 알았다. 닭의 울음소리는 벽사(?邪)의 기능을 가진다고 한다. 닭이 제때 울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닭이 초저녁에 울면 재수가 없다고 하고, 밤중에 울면 불길하다고 생각했으며, 수탉이 해진 뒤에 울면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긴다고 했다. 특히 제사를 지낼 때면, 닭의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하여 제사를 거행했다. 새벽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산에서 내려왔던 맹수들이 돌아가고, 잡귀들도 모습을 감춘다고 믿어 왔다. 이런 닭은 선조들의 삶의 일부요, 온 가족이 함께하도록 돕는 덕금(德禽)이다.
어둠 속에서 여명(黎明)을 알리는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겨져 왔다. 노(魯)나라 애공(哀公)의 신하 권요는 닭에는 계5덕(鷄五德)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문(文-머리에 있는 붉은 볏은 관(冠)으로 선비의 표상인 벼슬을 나타 냄.) 둘째는 무(武-날카로운 발톱은 싸움의 무기를 나타 냄.) 셋째는 용(勇-적을 만나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기백을 나타 냄.) 넷째는 인仁 (먹이는 발견 모두를 불러 서로 나눠먹는 배려를 나타 냄.) 다섯째는 신(信 -새 시간, 새 날, 새 세상이 밝아옴을 알려주는 시의성을 나타 냄.)이다.
닭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닭은 약 3,000~4,000년 전에 말레이시아 · 인도 · 미얀마 등 숲에 사는 멧닭을 길들여 기르기 시작하였다. 닭의 조상은 붉은 멧닭 · 회색 멧닭 · 실론 멧닭 따위가 있다.
닭의 품종이나 생김새에 따라 다르지만 붉은 볏이 있고 주둥이가 짧고 튼튼하며, 몸보다 날개가 짧아 잘 날지 못한다. 발가락은 네 개로 세 개는 앞으로, 한 개는 뒤로 나 있으며 다리가 굵어 빨리 달릴 수 있다. 수탉은 며느리발톱이 발달했다. 며느리발톱은 다른 수탉들과 싸울 때 무기 역할을 한다.
머리의 볏은 품종에 따라 홑볏 · 장미볏 · 털볏 · 호두볏 따위로 나뉜다. 수탉은 암탉보다 볏과 턱살이 더 크고 꼬리도 더 길다. 닭은 보리 · 옥수수 · 밀 등 곡식을 잘 먹는다. 여기에 채소 · 조개껍데기 가루 · 번데기 따위를 섞어 주면 몸이 튼튼해지고 알도 잘 낳는다. 달걀을 얻기 위해 기르는 난용종,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르는 육용종, 이 둘을 다 얻기 위해 기르는 난육 겸용종으로 크게 나뉜다.
고기나 알을 얻기 위해서 기르는 닭의 품종은 전 세계에 약 200여종이 있다. 고기를 목적으로 기르는 품종에는 뉴햄프셔종 · 플리머스록종 등이 있으며 알을 얻기 위해 기르는 품종에는 레그혼종 · 미노르카종 등이 있다. 그 외에 애완용으로 기르는 닭은 자보종이나 꼬리가 긴 장미계가 있다. 약용으로 쓰이는 닭으로는 살 · 가죽 · 뼈가 모두 검푸른 오골계가 있고 싸움닭으로 기르는 종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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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기록은 정사 삼국지
시경(詩經)에는 주전 1,400년대에 이미 중국에서 닭을 키웠다는 기록이 있다. 인도, 자바, 말레이 반도 등지에 서식한 꿩에 가까운 닭을 양계(養鷄)로 키운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서방으로 전해지면서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를 거쳐서 여러 나라로 전해졌다.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를 정복하기 300여 년 전에 닭은 그리스에 전해졌다. 후에 로마로 전해졌으며 주전 1세기경에는 영국에 닭이 들어왔다. 팔레스타인에 닭이 들어온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포로가 되어 바벨론에 끌려간 전후의 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닭에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서진시대에 작성된 중국의 정사 삼국지다. 삼국지에 의하면 한나라에 꼬리가 가는 닭(細尾鷄)이 있는데, 그 길이가 다섯 자라고 했다. 이 길이를 지금으로 따지면 115cm 정도가 된다. 남북조시대에 작성된 후한서에서 이것을 꼬리가 긴 닭(長尾鷄)으로 고쳐놓았다.
삼국유사 4권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신라를 '구구탁 예설라(矩矩托 禮說羅)'라고 불렀다. ‘구구탁’은 닭이고 ‘예설라’는 귀하다는 말이라고 한다. 즉 ‘닭을 귀히 여기는 나라’ 라는 뜻이다.
신라는 닭신을 공경하여 높이기 때문에 관에 깃을 올려서 장식했다. 이것은 절풍(折風)에 새깃을 꽂아 장식하는 조우관(鳥羽冠)이나 조미관(鳥尾冠)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창세 신화 중에 무가 '천지왕본풀이' 서두에 태초 혼돈 속에서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훼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치며 크게 우니 동방에서 해가 떠오르며 세상이 열렸다는 전설이 있다. 이는 아침에 우는 닭의 특성에서 기인한 일종의 토템 신앙으로, 우리나라의 조류 숭배신앙에서 받들던 하늘새(봉황)와 닭을 동일시 한 신앙적 유래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봉황이나 주작 문양은 볏과 꼬리의 모습, 비교적 짧은 날개가 닭과 유사하며, 산해경의 봉황과 관련된 기록에도 닭을 닮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부터 서양에서 여러 품종의 닭들이 들어 와 갯체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왕이 어느 날 밤에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호공(瓠公)을 보내어 알아보니 금빛의 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고 한다. 그 궤를 열어보니 안에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는데, 이 아이가 바로 김알지(金斡智)로 경주 김씨(慶州 金氏)의 시조다. 그 숲의 이름을 계림(鷄林)이라 칭하고 신라의 국호로 썼다.
‘수서(隋書)’에는 백제에서 닭을 기른다는 기록이 있으며, 중국의 의학서인 ‘초본류(草本類)’에서는 한결같이 약용으로 우리나라의 닭을 써야 한다고 쓰여 있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도 ‘닭은 그 종류가 매우 많아서 산지에 따라 크기와 형태·색깔에 차이가 있는데, 조선의 장미계는 꼬리가 3, 4척에 이르며 여러 닭 가운데서 맛이 가장 좋고 기름지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붉은 수탉(丹雄鷄) · 흰 수탉(白雄鷄 )· 검은 수탉(烏雄鷄 )· 오골계(烏骨鷄)로 나누어 각각 효험을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붉은 수탉 고기는 그 성질이 미온(미한)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여자의 대하(帶下) 등을 다스리며, 몸이 허한 것을 보하고 독을 없애며 상서롭지 못한 것을 물리친다고 하였다.
동이 틀 때 횃대에 올라가 새 날이 옴을 예고하고, 밤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닭은 신성함과 부귀공명을 의미하며 인간들에게 개벽을 상징한다. 이런 닭은 마귀나 유령도 물리친다고 생각하였다. 인간들은 닭소리를 귀신이 무서워한다고 여기고 있다.
닭은 악을 물리치는 신성한 기운이 있다고 하여 마을에 돌림병이 돌 때에 닭 피를 대문 또는 벽에 바르거나 닭 그림을 붙이던 풍습이 있다. 닭을 인간에게 질병과 재앙을 주는 귀신들을 능히 압제하는 능력이 있는 상서로운 동물로 숭상한다. 또한 부귀영화와 다산의 상징이며 부정을 막는 액막이로서 많은 민화나 민예품에 등장하기고 한다. 닭 벼슬은 관冠을 쓴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입신양명을 나타내고, 다산을 기원하는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 그 외에도 혼례식의 초례상에는 닭을 청?홍보자기에 싸서 올리거나 시댁에 폐백을 드릴 때도 함께 가져가는 풍습이 있다.
‘형초세시기’에는 정월 초사흗날에는 생달걀을 먹음으로서 오장육부의 나쁜 기운을 물리쳤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도 지역 신화 ‘천지황 본풀이’에서는 천?지?인 황닭이 차례로 울어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가사가 전래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새해 첫날(上元日)은 ‘닭의 날’로 여겨 새벽에 우는 닭의 울음소리로 한 해의 길흉을 점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사람들은 서재에 닭 그림을 걸었다고 한다. 이유는 닭이 입신출세(立身出世)와 자손중다(子孫衆多), 부귀공명(富貴功名)을 불러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닭이 머리 위에 벼슬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관(冠)을 썼다고 생각한데서 유래한다.
즉 관을 쓴다는 것은 학문적 정상이며, 벼슬을 하는 것과 같은 뜻이다. 또한 닭을 그릴 때에는 닭의 머리에 크게 맨드라미를 같이 그리는데 이는 관에 관을 더 한다는 뜻이다. 관상가관(冠上加冠)하여 입신출세를 위한 길상적이고 상징적 표현을 썼다.
말 그대로 관위에 관을 더한다는 뜻이니 최고의 입신출세를 의미한다. 그리고 부귀와 공명을 바라는 뜻에서 수탉이 목을 빼 우는 모습을 모란과 함께 그리고 했다. 모란도 부귀를 상징하며, 수탉은 공명을 상징한다. 망자를 보내는 상여에는 ‘꼭두닭’이라 하여 잡귀가 들러붙지 못하게 지키고,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닭 모양의 나뭇조각을 반드시 부착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다. 예로부터 닭은 꿩을 대신하는 길조로 인식되어 왔다. 흔히 처가에 다녀온 남자에게 ‘씨암탉을 잡아주더냐?’ 하고 묻기도 했다. 이처럼 닭은 귀한 손님에게나 대접하는 것이 닭이었다. 잔치나 혼례에 닭을 사용한다.
설날 아침에 먹는 떡국에 닭고기를 넣기도 하고, 혼례 초례상에 닭을 청?홍보에 싸서 놓았으며, 폐백에도 닭을 사용했다. 이처럼 닭은 새해 첫 음식이나 중요한 행사에 쓰이는 것은 길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금기 사항도 있다.
호남 지방에서는 며느리가 닭의 머리를 먹으면 시어머니의 미움을 사게 된다고 하여 꺼렸다. 경기 지방에서는 부녀자가 닭의 목이나 발을 먹으면 그릇을 깨뜨리게 된다고 전한다. 임산부가 닭고기를 먹으면 아기의 살갗이 닭살처럼 된다고 하여 먹지 않는 관습도 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달걀은 닭을 만들고, 닭은 달걀을 만든다’ 말이 있다. 개념적이고 논리적 상호관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달걀'은 '닭'이란 개념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성립할 수 없지만 '닭'이라는 개념은 '닭의 알' 개념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성립한다. 간혹 '닭이 번식을 위해 달걀을 낳는 것이 아니라, 달걀이 번식을 위해 닭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국어사전의 등재 순서는 달걀이 먼저이고 닭이 나중이다. 달걀을 계란으로 치환해도 계란이 닭보다 먼저다. 그러나 한자로 계(鷄-닭)와 란(卵-알)으로 나눈다면 계(닭)가 먼저다. 영어 사전에는 닭(Chicken)은 달걀(Egg)보다 먼저다. 암탉(Hen)이나 수탉(Rooster)은 달걀(Egg)보다 뒤다. 근데 영어로 달걀(Egg)은 어류나 파충류의 알도 포함하기 때문에 진화론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해도 달걀이 먼저다. 이는 국어사전 단어 배열 ‘가나다…’ 영어사전 단어배열 ‘ABC…'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달걀을 ‘닭이 낳은 알’로 정의하느냐? ‘닭이 되는 알’로 정의하느냐?에 달렸다. 앞에서 밝혔듯이 달걀이 '닭이 낳은 알'이라면 닭이 달걀보다 우선하지만, '닭이 되는 알'이라면 달걀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달걀후라이를 먹고 저녁에 닭고기를 먹는다면 달걀이 먼저다. 그러나 아침 굶기를 생활화하는 사람이 점심에 치킨 샌드위치를 먹고 저녁에 달걀요리를 먹는다면 닭이 먼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통계적으로 시간적 인과관계를 추정해 보면 달걀이 먼저인 것으로 나온다.
달걀 수는 닭의 수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닭의 수는 달걀의 수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달걀은 닭과 별개의 물체가 아니라 닭의 성장 과정 중 일부이기 때문에 무엇이 먼저인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사기’ 소진전(蘇秦傳)에 ‘영위계구 무위우후(寧爲鷄口 無爲牛後)’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소꼬리는 되지 말라는 뜻이다. 닭머리는 작지만 귀중한 것이요, 소꼬리는 크지만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즉 큰 것만을 따르다 말단의 인물이 되지 말고, 작더라도 중심적이고 핵심적인 인물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중국 고사의 ‘계명구도(鷄鳴狗盜)’는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말이 있다. '계명(鷄鳴)'은 닭 울음소리를 잘 낸다는 뜻이며 '구도(狗盜')는 밤에 개가죽을 둘러쓰고 인가에 숨어들어 도둑질하는 좀도둑을 말한다.
진(晉)나라의 진수(陳壽)가 편찬한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말인 '계륵(鷄肋)'은 닭의 갈비뼈라는 뜻이다. 위(魏)나라 조조가 촉(蜀)나라 유비(劉備)를 치기 위해 한중(漢中)으로 진격할 때의 고사(故事)로 버리기에는 아깝고 먹기에는 그다지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이나 또는 그러한 상황을 뜻한다. 일본 사람들은 닭을 신물(神物)로 생각해 신사에 모시고, 스칸디나비아 3국 등 북유럽에선 모두의 안위를 지키는 보초병으로 여기고, 프랑스에서는 닭을 자부심의 상징으로 여긴다.
얼마후면 정유년(丁酉年) 새해 새아침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고 청신(淸新)한 몸과 마음으로 한해가 무탈하기를 기원한다. 물론 오늘의 태양이 어제의 태양과 진배없지만 희망은 희망의 끈은 쥔 자의 것이고 기대는 기대를 거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정유년에는 희망을 풍선처럼 떠 올리고 기대를 거품처럼 부풀린다. 곧 새해아침이 밝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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