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3세 능력 시험대…보폭 넓혀 경영권 속도

e산업 / 정창규 기자 / 2022-01-07 10: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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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오너 3세’들 경영 일선 전진배치
▲ 사진 왼쪽부터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이선호 경영리더(임원), 신상열 농심 상무,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 (사진제공=각사별)

 

[일요주간 = 정창규 기자] 오너가(家) 3세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일은 매해 뜨거운 관심거리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업계의 양극화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들이 어떠한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가 연말 인사에서 3세경영 카드를 잇달아 꺼내들었다. 오너가 3세들을 부사장, 사장, 부회장 등 경영 일선에 배치함에 따라 올해 3세들이 어떤 경영전략을 내놓을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3세 경영과 후계자 자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자숙을 끝내고 복귀한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임원)의 경영승계 작업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최근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하며 승계 가도를 본격화했다.

먼저 허영인 SPC그룹 회장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최근 경영에 복귀한 데 이어 장남 허진수 글로벌 BU장(부사장)이 이달 1일부로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올해 73세인 허 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형제간 경쟁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SPC그룹, 허진수·허희수 형제 경영광폭 행보

한 살 터울인 이들 형제는 2000년대 중반 파리크라상에 상무로 입사, 허 사장은 2015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허 부사장도 2016년 현재 직급에 올랐다. 그러나 2018년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에서 배제됐다. 그러면서 허진수 사장이 그룹 후계자로 낙점되는 분위기였으나 허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복귀하면서 다시 후계자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977년생인 허 사장은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부친인 허 회장과 같은 미국 제빵학교(AIB)를 수료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해외 각국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확장하며 SPC그룹의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는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전략으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잇달아 진출하는 등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러한 성과로 파리바게뜨는 올해 미국 '프랜차이즈 타임즈' 선정 '프랜차이즈 기업 톱(Top) 400'에 38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허 사장은 미국,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여왔으며 2019년 3월 중국에 'SPC톈진공장' 준공, 4월 싱가포르 주얼창이 입점 등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이번 사장 승진도 해외 시장을 확장하는 데 공헌한 점 등이 반영된 결과로, 허 사장은 향후에도 글로벌 경영에 한층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허희수 부사장도 3년 만에 SPC그룹의 신사업 자회사인 섹터나인 임원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승계를 두고 형제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허 부사장은 2016년 7월 미국 수제버거 체인점인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허진수 부사장보다 주목받았다. SPC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이 없는 데다 형제가 그룹 내 보유한 지분도 비슷하다. 또 오너 2세인 허영인 회장도 고(故) 허창성 창업주의 차남이기도 하다.

◆ CJ그룹, 이선호 연말 인사 통해 임원으로 승진…올해 미주 사업 전략기획 중책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올해 임원으로 승진한 이선호 담당은 지난해 1월 복귀하자마자 업계에선 ‘CJ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CJ제일제당에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한 그는 지난해 LA레이커스와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 체결을 진두지휘하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신임 경영리더 53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1990년생으로 회사에 복귀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제3의 도약’을 이룬다는 청사진과 함께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부사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경영리더)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 때문에 빠르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담당이 2019년 마약 밀반입사건으로 CJ제일제당에서 정직처분을 받으면서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 사건으로 업무에서 한동안 물러나면서 누나인 이경후 CJENM 부사장대우보다 승진이 한참 늦어졌다.

이경후 부사장대우는 2020년 12월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해 이미 경영수업을 본격화했다. 이경후 부사장대우는 이미 2017년 3월 상무대우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에 오른 뒤 3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부사장대우까지 올랐다.

예전부터 삼성가 승계는 장남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선호 부장으로의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이 K푸드의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본사를 글로벌 헤드쿼터(HQ)와 한국식품사업으로 분리하고, 글로벌 HQ에 식품성장추진실을 신설해 ‘6대 글로벌 전략제품’을 대형화하겠다고 4일 밝혔다. 6대 글로벌 전략제품은 만두·치킨·김·김치·소스·가공밥으로, 여기저기 분산돼 있던 이들 제품 개발팀을 한곳에 모아 사업을 키우고, 국내와 글로벌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올해 임원으로 승진한 이선호 담당이 식품성장추진실 산하에 있는 전략기획 1담당을 맡는다. 이를 통해 해외 마케팅 전략을 지역별로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영리더가 식품전략기획1담당으로 어떤 역량을 보여주는 지 여부에 따라 그룹 내 경영승계 작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승계 시나리오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력한 승계 시나리오는 기업공개를 앞둔 CJ올리브영의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활용해 CJ그룹 지분을 넘겨 받는 것으로 모아진다.

◆ 사조그룹, 주지홍 신임 부회장 취임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은 지난 5일 그룹 부회장에 취임했다.

사조그룹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주지홍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부사장)을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최근 승진 발령했다

사조그룹은 "그룹의 성공적인 사업 재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과 신제품 개발 및 제품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주지홍 신임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와 일리노이 대학교 경제학 석사를 거쳐 컨설팅 회사 베어링포인트에서 근무했다. 이후 미시간대학교 앤아버 MBA 졸업 후 2011년 사조해표 기획실장으로 사조그룹에 입사했다.

2014년 사조해표 경영지원 본부장을 맡으며 경영 보폭을 넓혔으며 2015년부터는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 그룹의 식품부문을 이끌고 있다.

주 신임 부회장은 식품총괄 본부장을 맡은 첫 해, 사조그룹에 편입된 동아원의 경영 정상화에 참여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사조동아원을 제분업계 대표 기업으로 안착시키는데 기여했다.

또 2019년에는 그룹 내 대표 식품 계열사인 사조대림과 사조해표의 합병을 주도함으로써 이원화 돼 있던 조직을 개편하는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사조대림은 2021년 창사 이래 사상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실적을 냈다.

◆ 3040 ‘오너 3세’들 경영 일선 전진배치


이 밖에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아들 담서원씨도 지난 7월 오리온에 입사해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회사 전체 경영 전략을 수집하고 국내외 법인 관리를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면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담 수석부장은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으며,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일반 평직원으로 입사해 경력을 쌓는 등 경영승계를 위한 스텝을 차곡차곡 밟아왔다.
 

삼양식품은 전인장 전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아들 전병우 이사가 일찍 경영에 참여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전병우 이사는 2019년 해외사업본부 소속 부장으로 삼양식품에 입사했으며 지난 2020년 그룹 임원으로 승진했다. 현재 김정수 부회장이 경영 수업을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그룹은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씨가 경영수업에 돌입했다. 함 씨는 현재 경영지원팀에서 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빙그레의 경우 김 회장의 차남 김동만씨가 최근 근무하던 G마켓에서 퇴사하면서 경영승계를 위한 빙그레 입사가 임박한 것으로 점쳐진다.

 

농심도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농심은 연말인사에서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장을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시켰다. 1993년생인 신상열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팀 및 기획과 예산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번 인사에서 구매담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구매담당 업무는 원자재 수급을 다루며 산업 구조 전반을 이해하는 핵심 업무로 꼽힌다. 신 부장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농심 주식을 담보로 107억원의 대출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홀딩스는 김윤 회장의 장남 김건호 상무가 경영수업 중이다. 오너 4세인 김 상무는 삼양사에서 화학부문BU 해외팀장, 글로벌성장팀장을 역임하고, 2018년 삼양홀딩스 임원진에 합류, 현재 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 대상그룹 임세령 전무, 대상홀딩스 · 대상 부회장 승진


지난해 3월 승진한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은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장녀인 임세령 부회장은 전략적인 사업 다각화로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략담당 중역을 맡은 후 공격적인 M&A를 추진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2012년 12월 대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을 맡아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기획·마케팅·디자인 등을 총괄했으며 2016년 전무 승진 후 대상 마케팅담당중역을 맡고 있다.

 

임 부회장은 2014년 청정원 브랜드의 대규모 리뉴얼을 주도했으며 2016년에는 ‘안주야’ 제품 출시를 주도해 국내 안주 HMR 시장을 개척했다. 2017년에는 국내 식품 대기업 최초로 온라인 전문 브랜드인 ‘집으로ON’을 선보이며 온라인 사업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국민조미료 미원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MZ세대를 겨냥한 참신한 마케팅 활동을 선보인 바 있다. 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축산물 유통, 가공 업체를 인수하며 육류 사업을 강화했다. 또 최근에는 400억원을 투자해 SKC, LX인터내셔널과 PBAT 생산·판매 합작회사 에코밴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고강도 PABA 사업에 뛰어들며 친환경 경영 강화에 나섰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장남인 김오영씨도 지난달 매일유업에 입사해 생산물류 혁신 담당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김씨는 앞서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재무 담당으로 근무하며 유통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은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김오영씨가 이르면 올해 연말 실시되는 인사에서 매일유업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 부문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 하이트진로家 3세 박태영·재홍 형제경영 본격화


하이트진로는 지난 2020년 12월 고(故) 박경복 창업주의 손자이자 박문덕 회장의 장남 태영씨와 차남 재홍씨를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1978년생으로 박 사장은 하이트진로그룹의 유력 후계자다.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를 졸업하고, 경영컨설팅 업체인 엔플렛폼에서 기업 인수합병 업무를 해오다 2012년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입사했다. 이후 8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 경영전략본부 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쳐 8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박 사장은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주류업계를 흔들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부사장은 K-주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생인 박재홍 부사장은 1982년생으로 2015년 일본법인으로 입사해 해외 사업 위주로 성과를 냈다. 5년 만인 2020년 12월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박 부사장은 대한민국 대표 술인 '소주'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수출 지역도 일본을 시작으로 동남아 미국, 중국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 수출에 집중해 지난해 '무역의 날' 시상식에서 ‘1억 달러 수출의 탑’ 등 3관왕 영예를 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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