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품은 중흥그룹, 창업주 손자들 대우건설 배치...퇴행적 인사 vs 세대교체

e산업 / 성지온 기자 / 2022-03-09 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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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순위 5위 대우건설 인수 완료한 중흥, 두 자리에서 한 자릿수로 급 도약
-새로운 과제 '화학적 결합' 남았다…독립 경영 침해 vs 도약 위한 세대 교체
-대우建 "젊은 인사로 세대교체 통한 도약 일환"...중흥 "경영 수업으로 봐야"
▲ 중흥건설 사옥(왼쪽),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사진=각 사 제공>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대우건설의 조직을 안정화시켜 세계경영을 꿈꾸던 대우의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지난 2일 대우건설 인수 완료와 관련해 사내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두 기업 간 물리·화학적 결합으로 건설업계 초일류 리더 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중흥그룹은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원 절반가량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 손자들까지 대우건설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이목이 쏠렸다.

골리앗을 삼킨 다윗
지난해 7월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중흥그룹을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그해 말,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의 지분을 각각 40.60%와 10.15% 취득하는 것으로 총 2조670억 원 규모였다. 아울러 올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간 기업결합을 승인하고 KDBI에 인수 대금 잔금을 치르면서 실질적인 인수가 마무리됐다.

호남의 중견기업 중흥그룹은 도급순위 5위의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시공 능력평가액 순위가 4위로 뛰어올랐다. 중흥토건까지 합치면 현재 2위인 현대건설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시공 능력평가액 기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각각 40위, 17위였다.

인수 초반, 현격한 체급 차로 골리앗과 다윗으로 불린 두 기업의 새로운 과제는 ‘융합’이다. 실제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독립경영’보장 등 대우건설 측 제안을 수락한 바 있다. ▲3년간 내부 인사 중 대표 선임 ▲3년간 집행 임원 선임 시 대우건설 외 인력을 50% 이내로 제한 ▲수주 및 구매 활동의 독립 보장 ▲5년간 노동조합원 고용 보장 ▲3년 내 동종업계 상위 3개 사 수준 임금인상 등이다.

대우건설의 중흥화?
건설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 직후인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중흥그룹은 백정완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기존 대우건설 임원 40여 명을 면직 처분했다. 현 대표이사인 김형 사장, 정항기 사장을 포함해 미래전략, 재무관리, 조달본부 임원 등이 포함됐다. 퇴사자들 자리는 대우건설 내부 출신 30여명과 중흥 출신 10여명으로 채웠다.

특히, 이번 대우로 배치된 중흥 출신 중에는 정 회장 손자가 포함됐다. 정창선 회장 친손자인 정정길씨는 최근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배치됐다. 정 씨는 정 회장이 장남인 정원주 중흥토건 부회장의 자녀다. 올해 24세(1998년생)인 정 씨는 지난해 중흥건설 대리로 입사한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우건설 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손자 2명도 대우 측에 새로 입사했다. 정 회장의 딸 정향미씨의 자녀 김이열, 김이준씨다. 두 사람의 부친은 김보현 헤럴드경제 부사장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이 정창선-정원주-정정길로 이어지는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 회장 손자들의 대우건설 입사를 두고 부정적 견해도 제기됐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공식 입사 절차를 밟지 않는 특혜를 받고, 이는 결국 일반 직원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의견이다. 

 

일례로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서는 위 내용으로 쓴 기사 반응으로 ‘중소(기업)도 후계 경영 참여 저렇게는 안 함’, ‘최고 기술을 가진 회사가 중소기업화되는 느낌 슬프네요’, ‘전략기획부장은 너무하다.’, ‘조선 시대 신분제’, ‘(회사) 다닐 맛 안 나겠다.’ 등이 있었다. 일부 대우건설 직원 역시 ‘문제가 심각함. 사원, 대리 전부 이탈 중’, ‘구멍가게 되어 가는 중’, ‘중흥 대리에서 대우 부장으로 오셨다. 대우의 현실’ 등과 같은 반응이었다.  

 


이에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정 회장 손자들이) 입사 특혜를 받았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기업결합으로 인한 양사 간 전출 개념이며 무엇보다 전결권이 있는 임원급이 아닌 팀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독립경영 침해와 관련해서도 “애초 예정된 조직개편을 단행했던 것이며 40여 명을 교체한 만큼 대우건설 내부 인사들의 승진도 있었다”라면서 “젊은 인사로 세대교체 함으로써 회사를 도약시키기 위한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중흥건설 관계자 역시 “업무 습득을 위한 경영 수업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비록 전결권은 없으나 부장직으로 배치한 것은 직급에 걸맞은 무게감을 알라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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