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례 신고에도 막지 못한 비극…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위치추적 스토킹' 법적 공백이 부른 참사"

사회 / 고형준 기자 / 2026-08-14 09: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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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GPS 위치추적, 스토킹 위험 신호로 명시해야"… 법·제도 개선 제안
가해자, 차량 5대에 GPS 부착해 동선 감시… 국회입법조사처 "기술매개 학대 엄벌해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newsis)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동의 없이 GPS 등 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해 피해자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행위를 스토킹 범죄의 독립적인 유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간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이 드러낸 위치추적스토킹의 법적 공백’ 보고서에서 위치추적을 통한 ‘기술매개 학대’가 치명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김훈(44세)이 20대 피해 여성이 탑승한 차량의 유리창을 전동드릴로 파손한 뒤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를 위반하면서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했으며, 피해자와 주변인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 피해자 5명 중 1명 겪는 ‘기술매개 학대’… 단순 스토킹 아닌 ‘살인 경고 신호’로 다뤄야


가해자와 공범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해 여성 차량에 3개, 피해자 어머니 차량에 1개, 피해자 지인 차량에 1개 등 모두 5개의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한 혐의를 받았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4월 29일 이에 가담한 3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 1명을 위치정보법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다만 관계성 범죄 전수 점검에서 공개된 고위험 분류 기준에는 위치추적장치 무단 부착 행위가 독립적인 위험 지표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

피해자는 살해되기 전 경찰에 모두 6차례 신고했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28일 세 번째 신고에서는 자신의 차량에서 위치추적 의심장치를 발견했다고 신고했지만 당시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지난 2월 21일 여섯 번째 신고에서도 위치추적장치에 대해 재차 신고했고, 경찰은 2월 26일에야 1월 신고 당시 수거된 위치추적장치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했다. 보고서는 차량에서 위치추적장치가 처음 발견된 뒤 한 달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증거 확보에 착수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GPS 위치추적을 ‘기술매개 학대’의 하나로 설명했다. 기술매개 학대는 디지털 기술이나 정보통신기술을 피해자에 대한 감시·통제·강압·위협 및 위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 또는 반복적인 패턴을 의미한다.

GPS를 비롯해 휴대전화, 위치추적 기능, 감시 앱, 스파이웨어, 계정 침해, CCTV·비디오카메라, 스마트홈 기기 등 일상적인 기술도 악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GPS 장치나 위치추적 앱을 통해 본인 또는 동거인·가족의 위치를 강제로 확인당한 피해 경험이 있는 비율이 21.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여성가족부의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다.

보고서는 친밀관계에서 발생하는 기술을 이용한 위치추적이 단순한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분리 이후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스토킹 수단이며, 스토킹은 전 연인 살인과 강한 관련성을 보이는 만큼 위험평가에서 핵심 지표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결별 이후 가해자가 GPS를 이용해 피해자를 추적하는 행위는 단순한 사생활 침해로 축소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에 대한 살인 경고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행 스토킹처벌법, GPS 실시간 추적 명시 안 해… 미국·호주 등 해외에서는 기술 이용 추적행위 규율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접근·따라다니기·진로 차단, 주거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한 연락, 물건의 도달 또는 부착, 물건 훼손, 개인정보·위치정보의 제공·게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사칭 등 7개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동의 없이 GPS나 스마트태그, 위치추적 앱 등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수집·추적하는 행위 자체를 직접 규율하는 명시적인 유형은 두고 있지 않다.

보고서는 차량 등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행위가 판례상 ‘지켜보는 행위’나 ‘물건 등을 두는 행위’로 포섭돼 처벌된 사례가 있지만, 실시간 위치추적 자체를 명시적으로 열거한 것은 아니어서 개별 사안에서 법원의 해석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치정보법에 따른 처벌만으로는 피해자 보호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치정보법은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인만큼 GPS 부착행위가 위치정보법 위반으로만 처리되면 가해자의 지속적인 감시·추적과 피해자의 공포 등 스토킹의 본질적인 위험성이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스토킹 범죄가 인정돼야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나 검사의 잠정조치 신청이 가능한 만큼, GPS 추적을 위치정보법 위반으로만 처리할 경우 피해자가 즉각적인 예방적 보호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호주 등의 해외 입법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 연방 폭력방지법은 지난 2022년 재인증을 통해 ‘기술매개 학대’를 독립적인 개념으로 신설하고 위치추적장치를 비롯한 각종 기술의 악용을 가정폭력·교제폭력·성폭력·스토킹의 맥락에서 규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GPS 트래커, 에어태그, 스마트태그, 추적 앱 등을 무단으로 설치해 살인·납치·성폭행·가정폭력·스토킹 등에 활용하는 행위를 가중 처벌하도록 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지난 2024년 12월 가정 및 개인 폭력 범죄법을 개정해 스토킹의 정의에 기술 또는 그 밖의 방법을 이용해 피해자의 활동·통신·이동을 모니터링하거나 추적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이에 따라 GPS 추적기나 스파이웨어 등을 통한 감시·추적행위 자체가 독자적인 스토킹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

◇ “GPS 위치추적을 스토킹 유형에 명시해야”

국회입법조사처는 우선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전자적 수단을 이용해 위치정보를 수집·추적·감시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정 기술명을 나열하기보다는 GPS 추적기, 스마트태그, 블루투스 기반 추적기,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 등 기능적으로 같은 수단을 포괄하는 기술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명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 위치공유나 부모·자녀 간 안전확인, 고령 가족 보호를 위한 일상적인 위치 확인 등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폭력범죄 정의에 스토킹처벌법 위반죄를 명시적으로 추가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에 대해 스토킹처벌법상 접근통제와 가정폭력처벌법상 격리조치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나 피해자보호명령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추가하고, 임시·잠정조치 위반이 확인될 경우 법원이 유치나 전자장치 부착 등 상위 단계의 보호조치를 즉시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영국의 경우 법원 명령 위반을 고위험 치명성 지표로 보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24시간 동선 감시가 가능한 GPS 전자장치 부착을 추가하는 등 상향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위치추적장치 발견 자체를 스토킹 위험의 중요한 정황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필요성 판단을 명확히 하는 한편 수사기관의 위험평가에서도 전자적 추적행위를 고위험 요소로 반영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요주간 / 고형준 기자 knc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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