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한·미 공동 생태계 설계 사례"… 한국, 단순 제품 수출국 넘어 기술 생태계 강국 도약 발판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참석 회의서 조명… 반도체·배터리 넘어 첨단 산업 원자재 공급망 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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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여라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제공) |
첨단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망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 역시 핵심광물 공급망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에 미국 현지에서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을 진행 중인 고려아연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원탁 회의를 열고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미국 내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 등과 함께 74억 달러를 투입해 2029년까지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미국은 고려아연이 다양한 핵심광물을 하나의 통합 공정에서 생산·회수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통해 건설될 통합 제련소는 아연·연·동·은을 비롯해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 등 미국 정부가 지정한 60개 핵심광물 가운데 11종을 생산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한·미 양국에게 ‘윈윈(Win-Win)’을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풍부한 광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련·정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미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한국은 이 제련소를 발판 삼아 반도체·배터리 등 기존에 미국과 협력해 구축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을 가장 앞단인 핵심광물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핵심광물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간한 ‘2026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6)’ 보고서에서 핵심광물이 에너지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AI, 반도체,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국가 전략산업 전반의 기반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공급망 집중과 수출 통제가 심화되며 각국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EA는 갈륨, 게르마늄, 인듐, 안티모니,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공급망 취약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수 핵심광물이 구리·아연·연 제련 과정의 부산물로 회수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IEA는 현대의 아연, 연 등 비철금속 제련소를 핵심광물을 동시 생산하는 ‘전략적 중간가공 허브’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광물 회수, 다운스트림 제조 기반을 동시에 담당하는 만큼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어 IEA는 고려아연이 미국에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과 같은 소수의 핵심 프로젝트만 가동하더라도 핵심광물 공급망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광물이 주요 원자재 생산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회수되는 만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규 광산을 개발하기보다 선별적 지원을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의 산업 전환에 핵심광물 공급망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미국의 외교 전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는 최근 보고서 ‘수출 강국인가, 생태계 강국인가(Export Nation or Ecosystem Power)’를 내고 한국이 제품을 만들어 파는 수출 강국에 머물지 않고, 기술 생태계 전반을 주도하는 생태계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SIS는 AI 시대에는 개별 제품보다 기술과 공급망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가 가장 큰 경제·지정학적 영향력을 갖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AI 반도체, 배터리, 생산기술, 핵심광물, 에너지 기반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핵심광물을 AI와 반도체 산업을 지탱하는 기반으로 지목하며, 한국이 생태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CSIS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직접 언급하며 이를 미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이러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 정부의 참여는 생산시설 구축 이상의 ‘생태계 동반 설계’로 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CSIS는 프로젝트 크루서블 등의 사례가 한국을 기술 생태계의 공급자가 아닌 공동 설계자가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로 자리잡게 할 것으로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산업이 발전할수록 핵심광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원료에서 제련·정제 등 관련 산업 전반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다수의 광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고려아연과 같은 기업의 전략적 가치도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lee8501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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