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비무장지대(DMZ)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장병들. (사진=newsis) |
지난 21일 서부전선 육군 25사단 관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우리 군 간부 3명이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로 부상했다. 2명은 중상을 입었고 한 간부는 발목을 잃는 큰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는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사고가 아니다. 위험 신호는 이미 여러 차례 나타나고 있었다.
북한군은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지뢰 매설과 철책 설치 등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계속해 왔다. 25사단 지역에서는 북한군이 조성한 지뢰지대 등이 MDL을 넘어왔다는 주장까지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군 역시 이 일대의 ‘지형 변화’를 식별하고 북한의 지뢰 매설 가능성을 놓고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하고 있었다.
특히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군은 동부전선에서 북한군의 MDL 침범에 경고사격을 했다고 공개했다. 그런데 서부전선에서도 북한군의 움직임과 여러 곳의 ‘지형 변화’가 식별됐는데, 군이 언제 어떤 대응을 했는지는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경고방송이나 경고사격을 했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대응한 적이 있다”, “확인해 보겠다”는 식이었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동부전선에서는 경고사격까지 공개하면서 왜 서부전선에서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가. 대응했다면 언제 어떤 원칙으로 대응했는지 밝히면 된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와 책임을 밝혀야 한다.
기자들도 사고 전부터 위험성을 묻고 있었다. 그런데 국방부와 합참은 ‘지형 변화를 식별했다’, ‘유엔사와 협의 중이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되풀이했다. 사고 뒤에도 “확인해 보겠다”, “조사 뒤 설명하겠다”는 답변이 반복됐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취재기자들이 알고 질문하는 사실조차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국방부와 합참의 대변인·공보라인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대변인은 질문을 피해 가는 자리가 아니다. 작전보안은 지켜야 하지만 작전보안과 설명 회피는 다르다. 공개할 수 없는 것은 그 이유를 밝히고, 공개할 수 있는 사실은 국민에게 소상하게 설명해야 한다.
아직 폭발물의 종류와 매설 주체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군이 위험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어떤 대응을 했는지, 수색로 개척에 앞서 위험평가는 제대로 이뤄졌는지까지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국방에는 말장난이 있어서는 안 된다. 탄도미사일을 ‘불상의 발사체’라는 식의 모호한 말로 에둘러 설명하는 일이 되풀이 돼서도 안 된다. 북한군이 MDL을 침범했다면 침범했다고 하고, 지뢰 매설이 의심된다면 그 근거와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지형 변화’라는 말 뒤에 숨어 국민이 알아서 해석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새 국방장관은 흐트러진 군의 기강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정치권의 분위기를 살피기보다 군인이 배운 원칙대로 철저한 대비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대변인단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이 묻는 안보 문제에 모르쇠와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하는 공보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 모호한 말의 책임은 기자실에서 끝날 수 있지만, 경계와 판단의 실패는 최전방 장병들이 피와 희생으로 치른다. 더 이상 그 대가를 장병들에게 치르게 해서는 안 된다.
일요주간 / 이재훈 주필 kor6788@gmail.com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 [칼럼] 북한군은 MDL을 넘었다, 국방부는 무엇을 했는가
- [칼럼] 호르무즈 파병, 무엇을 지킬것인가
- [칼럼] 강신철 후보자, 이제 군인의 언어로 말하라
- [칼럼] 약속을 저버린 권력에 청년은 등을 돌린다
- [칼럼] 훈련 없는 군대에 평화는 없다
- [칼럼] 간첩 수법은 진화하는데, 방첩은 준비돼 있는가
- [칼럼] 호국의 방패를 허물기 전에 다시 물어라
- [칼럼] 사이드카가 일상이 된 비정상 주식시장
- [칼럼] 빈 총으로 지키는 휴전선, 국방장관은 책임져야 한다
- [칼럼]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가 남긴 세 가지 고사
- [칼럼] 안규백 장관, 지금은 스스로 물러날 때다
- [칼럼] 백년대계는 졸속으로 세울 수 없다
- [칼럼] 응원가는 죄가 아니다, 정치가 괴물을 만들었다
- '항미원조' 포스터가 드러낸 대한민국 안보 교육 최전선의 민낯... 누구를 위한 '전쟁기념관'인가
- 대한민국은 지금도 '면장선거' 중인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로 비춰본 6·3 선거의 초상
- [특별기고] 전우를 남겨두지 않는 나라, 우리는 어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