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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에서 파병임무를 완수하고 경남 진해군항으로 입항한 청해부대원들. (사진=newsis) |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파병이냐, 전쟁 불개입이냐’라는 이분법에 갇혀서는 안 된다. 먼저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다른 나라들은 왜 군사력을 보내고 어떤 임무를 준비하고 있는지부터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한국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는 중동 인근에 군사력을 전개했다. 프랑스는 샤를 드골 항모전단을 홍해와 아덴만으로 전개했고, 영국도 구축함 HMS 드래건을 지역에 전진 배치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와 별도로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 선박 보호와 항행 안전, 기뢰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독립적이고 엄격히 방어적인 다국적 군사임무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일본·호주·캐나다·벨기에·덴마크·그리스·네덜란드·노르웨이·포르투갈·카타르·바레인 등 여러 나라가 정치적 지지를 표명했다. 호주는 임무가 가동되면 E-7A 조기경보통제기를 제공할 의사를 밝혔고, 영국은 구축함과 타이푼 전투기, 기뢰탐색 장비와 대드론 전력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국가마다 자국의 법과 국익에 따라 참여 방식과 임무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파병하느냐 마느냐’만 따질 일이 아니다. 누구의 지휘를 받아 어디에서 무엇을 지키고, 어디까지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호르무즈는 우리에게 남의 바다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원유와 에너지가 오가는 핵심 해상교통로다. 이곳이 흔들리면 정유와 석유화학, 제조업은 물론 물가와 국민생활까지 영향을 받는다. 대한민국 산업의 동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초국가범죄 대응을 지시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가해하면 국내든 국외든 패가망신한다”고 말했다. 당시 범죄조직을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해외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책무가 놓여 있다.
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원칙은 호르무즈에서도 달라질 이유가 없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국가들처럼 자국 상선과 원유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해부대의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길도 보다 분명해진다. 이란과 싸우러 갈 이유는 없다. 미국의 공격작전에 편입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우리 상선과 선원, 에너지 수송로를 지키는 일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파병은 곧 참전을 뜻하지 않는다. 해상초계와 상선 보호, 기뢰 탐색·제거, 구조·구난, 군수지원 등 선택할 수 있는 임무는 다양하다.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지휘권과 명확한 교전수칙을 갖고 우리 국익에 가장 적합한 임무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군대는 전쟁을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지키는 것 또한 군의 존재 이유다.
호르무즈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누구를 위해 싸울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 국민과 선박, 대한민국 산업의 생명선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다. 국민 보호와 국익이라는 목적이 분명하다면, 파병의 방식과 임무 역시 대한민국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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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주필 |
일요주간 / 이재훈 주필 kor67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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