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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준 서울 배재고등학교 교장과 야구부 학생 등이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스벅 가자'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newsis) |
응원가는 죄가 아니다, 정치가 괴물을 만들었다
야구장 응원가는 원래 시끄럽다. 흥겹고, 거칠고, 때로는 살벌하다. “죽여라”, “밟아라”, “쭉 뻗어라” 같은 구호도 경기장에서는 낯설지 않다. 승부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스포츠 문화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 배재고 야구부 응원가 논란은 운동장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구호는 곧바로 정치적 의미가 덧씌워졌고,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결국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물론 학생들의 구호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반성과 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의 목적은 미래를 열어주는 데 있지, 미래를 닫아버리는 데 있지 않다. 한순간의 철없는 언행을 바로잡는 일과 선수 생명을 위협할 만큼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사건을 보며 묻게 된다. 우리는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가, 아니면 어른들의 정치적 갈등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스포츠가 정치의 언어로 해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운동장에서 벌어진 응원은 운동장에서 바로잡으면 됐다.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교육할 일은 교육하면 됐다. 그러나 정치권이 뛰어들고 진영 논리가 덧입혀지면서 학생들의 미숙한 구호는 순식간에 거대한 정치 사건으로 비화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어린 선수들이다.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일은 중요하다. 5·18 민주화운동 역시 우리 현대사의 엄중한 사건이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존중은 과잉 처벌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권위는 성역화가 아니라 국민적 공감과 사회적 신뢰 위에서 단단해진다. 불편한 질문조차 차분히 논의할 수 있어야 역사도 더 깊어지고, 공동체도 더 성숙해진다.
올림픽 정신은 승패 이전에 상대를 존중하는 데 있다. 그 정신은 학생들에게만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 먼저 스포츠를 정치의 전장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의 실수를 진영 싸움의 불쏘시개로 삼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응원가를 따라 부른 학생들에게만 있지 않다. 철없는 구호를 괴물로 키우고, 어린 선수들을 희생양으로 만든 어른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이제라도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꾸짖고 있는가, 아니면 아이들 뒤에 숨어 우리 사회의 과잉과 위선을 감추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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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훈 주필. |
일요주간 / 이재훈 주필 kor67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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