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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훈 시사평론가 |
최근 이란 상공에서 미군 F-15E 전투기가 피격되어 추락하는 긴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종사는 즉시 구조되었으나, 후방석의 무기체계장교(WSO)는 험준한 산악 지대에 고립되었다. 미국은 망설이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장교를 구하기 위해 특수부대 수백 명과 수십 대의 군용기를 투입하는 ‘초강수’ 야간 침투 작전을 전개했다. 적진 한복판에서 36시간을 버틴 장교는 끝내 생환에 성공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다. “우리는 결코 전우를 남겨두지 않는다”는 원칙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 준다. 미 국방부와 군 조직의 정체성은 이 문장 위에 세워져 있다. 전장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뿐 아니라, 돌아오지 못한 이들까지 끝까지 찾는 것. 그것이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국가의 약속이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지금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종된 8만여 명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역사 속에서도 반복됐다. 1995년 보스니아에서 격추된 조종사 스콧 오 그레이디 구출작전, 2003년 이라크전 당시 포로가 된 제시카 린치 구출, 그리고 2014년 탈영병이었음에도 탈레반과 교환을 통해 귀환시킨 보 버그달 사례까지. 신분과 상황을 불문하고 “끝까지 데려온다”는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한국전쟁 정전 이후 70년이 넘었지만, 북녘 땅에는 아직도 국군포로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쟁 이후 송환되지 못한 채,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탄광과 오지에서 평생을 보내왔다. 노년에 이른 지금까지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생을 버티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과거의 희생자가 아니라,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구출 노력이나 협상 의지는 국민이 체감할 수준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과거 수조 원 규모의 대북 지원과 교류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국군포로 문제는 항상 후순위로 밀려났다.
국가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군인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면, 그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도리다.
애국심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국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 믿음이 있을 때, 군인은 목숨을 걸고 싸운다.
이제 국군포로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외교적 부담이 있다면 감수해야 한다. 비용이 든다면 지불해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살아있는 국민을 조국으로 데려오는 것이 먼저다.
미군의 구조작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의 국가는, 당신을 끝까지 데려올 것인가.”
대한민국은 이제 답해야 할 때다.
일요주간 / 이재훈 시사평론가 kor67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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