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속을 저버린 권력에 청년은 등을 돌린다

칼럼 / 이재훈 주필 / 2026-08-28 14: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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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newsis)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8월 22~24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8.9%, 부정 평가는 57.9%였다. 지난 4월 같은 기관 조사에서 66.1%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넉 달여 만에 30%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18~29세의 긍정 평가는 30.1%, 30대는 33.1%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각각 62.9%, 65.8%였다.


조사 방식이 다른 NBS 등에서는 이보다 높은 수치가 나온 만큼 38.9%를 전체 민심의 절대치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러 조사에서 지지율 하락과 2030세대 이탈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청년들이 돌아선 까닭을 세대 갈등이나 선동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이들이 묻는 것은 하나다. “선거 때 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가.”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보다 공급을 늘리고, 재건축·재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하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금융 문턱을 낮추겠다고 약속해 왔다. 그러나 집권 뒤 국민이 체감한 것은 대출 규제와 세 부담 논란, 공공 중심의 공급 구상이다. 민간 정비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집값과 전월세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정책마다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만 원칙과 순서가 보이지 않는 대책은 이곳저곳을 찔러보는 임기응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용산공원 논란도 정책 불신을 키웠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공원 조성과 일부 부지를 활용한 청년주택 공급을 함께 제시했다. 현재의 주택 공급 검토를 곧바로 공약 파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상충할 수 있는 두 구상을 어떤 원칙으로 조정할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주택 공급안을 꺼냈다는 데 있다. 반발이 일자 범위와 표현을 바꾸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특별대우가 아니다. 노력하면 집을 마련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다리다. 그런데 집권당 중진 의원은 폐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 주거시설로 활용하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정부가 확정한 정책은 아니지만 청년의 절박한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폐버스에서 버티는 방법이 아니라 안전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부동산 밖에서도 악재가 겹쳤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뒤늦은 보완책은 금융정책의 신중성에 의문을 남겼다. 형사소송법 개정과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유지 논란,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사법 신뢰를 흔들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통상 현안에서 드러난 불협화음도 안보 불안을 키웠다.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원칙보다 임기응변이 앞서고 충분한 설명과 책임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모든 논란의 밑바닥에는 신뢰의 위기가 놓여 있다. 약속보다 권력의 편의가 앞서고, 결과가 나빠져도 책임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정부가 시장을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다. 예측 가능한 규칙을 세우고 민간의 활력을 살리며, 정책 실패에는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시장을 억누르는 규제와 그때그때 내놓는 임기응변식 처방으로는 집값도 민심도 잡을 수 없다.


해법은 꼼수가 아니라 정도에 있다. 정부는 과거 공약과 현재 정책이 달라진 부분부터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방향을 바꿨다면 대통령이 직접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의 합리적 규제 완화, 민간 공급 활성화, 실수요자 중심 금융지원과 예측 가능한 세제를 하나의 일관된 원칙 아래 추진해야 한다. 공급 물량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부지 확보부터 착공과 입주까지 구체적인 실행표도 내놓아야 한다.


지금의 지지율 하락은 홍보 부족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다. 특히 청년층의 이탈은 정부의 미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청년은 시혜가 아니라 기회를, 구호가 아니라 실행을, 변명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원한다. 권력이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순간 국민도 그 권력에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이재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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