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사진은 2025년 8월27일 경기 여주시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미 육군 스트라이커 전투여단 차량이 부교를 건너는 모습. (사진=newsis)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해 온 그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연합훈련이 북한에 적대적이고 부적절한 신호를 보낸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결국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 예정됐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는 21일 조기 종료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방어 위주의 전반부 연습만 진행하고 후반부 반격작전 연습은 사실상 취소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히 ‘트럼프의 돌발 결정’으로만 봐서는 본질을 놓친다.
한미연합훈련 축소·분산은 이미 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3월 자유의 방패(FS) 기간 연합 야외기동훈련은 전년 51건에서 22건으로 줄었다. 이번 UFS 역시 트럼프의 추가 지시 이전부터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축소·분산하는 방향으로 준비돼 있었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목적까지 같은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 정부가 훈련 조정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남북 대화의 공간을 넓히려 했다면 트럼프의 계산은 다르다. 그는 훈련 비용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전략도 한국이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한 방어 책임을 더 많이 맡고,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의 광범위한 위협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추가 축소 결정이 동맹 간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의 발표를 한미 양측이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밝혔다. 진행 중인 연합훈련의 일정과 규모가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갑자기 변경될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앞으로도 미국의 전략과 대통령의 판단이 바뀔 때마다 대한민국의 안보태세까지 함께 흔들려야 하는가.
역사는 이런 질문을 낯설게 여기지 않는다. 1970년대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감축 방침은 한미 간 심각한 갈등을 불러왔고 대한민국은 스스로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이제는 주한미군 철수 자체보다 연합훈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국의 방위책임 확대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 변화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동맹의 변화가 우리의 안보 문제로 직결된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훈련 축소에도 호응하지 않았다. 김여정은 미국의 조치가 대북 적대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과 트럼프의 개인적 관계에는 긍정적인 표현을 남겼다.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는 냉담하면서 북미 직접 접촉 가능성은 완전히 닫지 않는 모습이다. 급기야 북한은 20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약 10발을 발사했다.
훈련을 줄이고 긴장을 낮추면 북한도 이에 호응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장면이다.
바로 이 시기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약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왕이는 한국에 ‘전략적 자주’를 강조하며 대중 우호정책을 주문했다. 그의 방한이 한미 간 이견을 보고 급조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한미 간 전략적 차이가 드러난 시점에 중국 외교수장이 서울에서 ‘전략적 자주’를 강조했다는 사실까지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더구나 우리가 강조하는 북한 비핵화에 중국은 명확하게 호응하지 않았다. 한국은 비핵화를 강조했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결국 미국은 미국의 국익을, 중국은 중국의 전략을, 북한은 북한의 생존과 체제 이익을 좇고 있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역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 군의 전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재래식 전력에서는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을 비롯한 현대전의 경험과 기술까지 축적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내려놓지 않았고 군사력 증강도 멈추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킬 역량이 “차고 넘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적 수준의 군사력과 방위산업 역량에 대한 자신감은 필요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한다면 독자적인 지휘 능력과 자주국방 역량은 더욱 강해져야 한다.
그러나 강한 군대는 무기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첨단 무기체계를 갖춰도 이를 실전처럼 운용할 지휘관과 숙련된 장병이 없다면 최강의 무기도 값비싼 장비에 불과하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준비하면서 연합훈련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시에 우리 군이 연합전력을 주도적으로 지휘할 능력이 있는지를 입증하려면 오히려 지휘소훈련과 야외기동훈련을 통해 그 능력을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을 자극하기 위한 단순한 무력시위가 아니다. 유사시 한미 지휘부가 같은 상황을 판단하고 육·해·공군과 정보·감시·정찰 자산을 하나의 전력처럼 움직일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반복해서 훈련하지 않으면 작전계획은 종이 위의 계획으로 남는다. 실전에서는 단 한 번의 지휘 착오와 통신 장애가 수많은 장병의 생명과 국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따라서 미군의 연합훈련 참여가 줄어들수록 우리 군은 오히려 더 치열하게 훈련해야 한다. 독자적인 지휘·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은 물론 드론·사이버·전자전에 대비한 실전적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한미연합훈련의 핵심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국과 분명하게 협의해야 한다. 자주국방을 말하려면 먼저 스스로 싸울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싸울 수 있는 군대는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미국 대통령의 판단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안보가 흔들려서도 안 되고, 북한의 대화 여부에 따라 우리의 대비태세가 오르내려서도 안 된다. 중국의 선택에 우리의 안보를 기대할 수도 없다. 미국도 중국도 북한도 결국 자신의 국익을 위해 움직인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그러나 대화를 위해 방패를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평화는 훈련을 포기한 대가로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강한 군대일 수 없고, 강하지 않은 군대가 평화를 지켜낼 수도 없다.
강한 힘으로 나라를 지켜야 하며, 그 힘은 끊임없는 훈련으로 완성된다.
힘이 평화다.
![]() |
| ▲ 이재훈 주필 |
일요주간 / 이재훈 주필 kor6788@gmail.com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 [특별기고] 전우를 남겨두지 않는 나라, 우리는 어떤가
- 대한민국은 지금도 '면장선거' 중인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로 비춰본 6·3 선거의 초상
- '항미원조' 포스터가 드러낸 대한민국 안보 교육 최전선의 민낯... 누구를 위한 '전쟁기념관'인가
- [칼럼] 응원가는 죄가 아니다, 정치가 괴물을 만들었다
- [칼럼] 백년대계는 졸속으로 세울 수 없다
- [칼럼] 안규백 장관, 지금은 스스로 물러날 때다
- [칼럼]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가 남긴 세 가지 고사
- [칼럼] 빈 총으로 지키는 휴전선, 국방장관은 책임져야 한다
- [칼럼] 사이드카가 일상이 된 비정상 주식시장
- [칼럼] 호국의 방패를 허물기 전에 다시 물어라
- [칼럼] 간첩 수법은 진화하는데, 방첩은 준비돼 있는가
- [칼럼] 훈련 없는 군대에 평화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