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이드카가 일상이 된 비정상 주식시장

칼럼 / 이재훈 주필 / 2026-08-07 08: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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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외신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자 금융당국이 공개 반박에 나서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증시 변동성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newsis)

한국 주식시장이 투자의 장이 아니라 거대한 투전판처럼 흔들리고 있다. 폭락 뒤 급반등하고, 다시 폭락하는 장세가 반복되면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마저 거듭 발동하고 있다. 시장의 비상제동장치가 예외적인 조치를 넘어 일상처럼 작동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가격 형성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개인투자자에게 남은 것은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 반대매매와 ‘깡통계좌’의 공포다.
 

지난 5월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초자산의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 문제는 손실만 두 배로 커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음의 복리’로 원금이 줄어들고, 운용사의 리밸런싱과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장 막판 매매가 한쪽으로 쏠려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 금융위원장도 이 상품이 시장 변동성을 키운 요인 가운데 하나였음을 인정했다.


물론 최근의 급락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세계 반도체주 조정과 대형주 쏠림, 외국인 매도 등 여러 요인이 겹쳤다. 그러나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고위험 상품을 시장에 풀어놓은 정책 책임까지 지워주지는 않는다.


당국은 뒤늦게 신규 상장과 광고를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3천만 원으로 높였다. 그러나 이는 불이 난 뒤 출입문만 좁힌 격이다. 개인투자자의 진입을 제한한다고 해서 장 마감 리밸런싱과 괴리율 확대, 대형주 수급 쏠림이라는 구조적 불씨가 꺼지는 것은 아니다. “상장폐지는 시장 충격이 커 어렵다”는 정책실장의 설명 역시 당장의 혼란을 관리하려는 논리일 뿐, 제도 실패에 대한 해명도 근본적인 수습책도 될 수 없다.


정부는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돌리겠다며 증시 투자를 독려해왔다. 시장이 오를 때 정책 성과를 앞세웠다면, 시장이 무너질 때도 같은 무게로 책임져야 한다. 정책은 정부가 만들고 손실과 위험은 국민이 떠안는 구조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 정책실장과 금융위원장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종합대책과 분명한 책임 규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지체 없이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국민의 재산과 자본시장의 신뢰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 정책 실패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정부가 내놓는 어떤 경제정책도 국민의 믿음을 얻기 어렵다. 책임자를 자리에 남겨두는 것이 국정 안정은 아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국정 쇄신의 출발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상장폐지가 아니라 전문가 중심의 비상대책기구를 통한 정밀한 수습이다. 리밸런싱 시간 분산과 괴리율 관리 강화, 탄력적인 배율 조정, 부실 상품의 단계적 청산 기준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도 최근 급등락기에 발생한 평가손익과 위험관리 내역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국민의 노후자금은 증시 부양을 위한 실탄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지수의 숫자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다. 사이드카가 일상이 되고 국민의 계좌가 무너지는 동안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시장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보다 더 무서운 ‘정책 불신’이 남는다. 정부가 지금 바로잡아야 할 것은 주가만이 아니다. 실패한 정책과 무너진 책임 체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 이재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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