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빈 총으로 지키는 휴전선, 국방장관은 책임져야 한다

칼럼 / 이재훈 주필 / 2026-07-31 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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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전방 GP·GOP의 K6 중기관총이 실탄을 삽탄하지 않은 채 경계작전에 투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의 대비태세와 지휘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휴전선은 안전한가. 대한민국의 국방체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최근 잇따르는 군의 혼선과 기강 해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불안은 더 이상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육군 1군단이 올해 상반기부터 GP·GOP의 K6 중기관총에 실탄을 삽탄하지 않은 채 경계작전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실탄은 탄통에 넣어 화기 옆에 두었다고 한다. 전방 화기는 실탄 삽탄이 원칙인데도 군단이 자체적으로 지침을 바꿨고, 합동참모본부는 그 사실조차 보고받지 못했다. 최전방의 작전지침이 이처럼 허술하게 변경될 수 있다는 말인가.
 

K6 중기관총은 분당 600발을 발사하고 유효사거리도 1.8㎞에 이르는 핵심 공용화기다. 중기관총 한 정이 적의 진격을 지연시키고 병력의 움직임을 제압하는 막강한 방어화력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전쟁에서 입증됐다. 그런데 기습을 받은 뒤 탄통을 열고 탄띠를 꺼내 결합하겠다는 것은 즉응태세라 부르기 어렵다. 접적지역에서는 단 몇 초의 지연도 장병의 생명과 진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오발은 철저한 교육과 안전장치, 엄정한 지휘로 막아야 한다. 사고가 두렵다고 총에서 실탄부터 빼는 것은 안전대책이 아니라 전투준비태세의 후퇴다. 화재가 걱정된다며 소방차에서 물을 빼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난 1월에는 일부 전방지역 부대의 위병소에서 총기 대신 삼단봉을 휴대하도록 한 지침이 시행되거나 검토됐다가 철회됐다. 5월 포천 예비군 사망사고에서는 군 조사 결과 사망 원인이 췌장염으로 발표됐지만, 의무지원과 안전통제의 미비점도 확인됐다. 방첩사 개편과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탄핵을 요구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최종 33만4,811명의 동의를 얻었다. 최근에는 주한미군 무인기를 둘러싼 보고·전파 혼선까지 불거졌다. 이 모든 사안을 각각의 ‘오해’와 ‘예외’로만 넘길 수는 없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이자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이러한 상대와 맞선 군은 정치권의 화해 기류에도, 여론의 풍향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군인은 일반 공무원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사람이다. 책임을 피하려고 전투태세를 낮춘다면 군은 더 이상 군일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을 모아 놓아도 감독이 무능하면 강팀은 무너진다. 군도 마찬가지다. 국방장관은 정책 발표자가 아니라 군의 기강과 대비태세에 최종 책임을 지는 자리다. 안 장관은 국방부가 군무이탈 의혹을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한 것과 별개로, 병적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적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잇따른 혼선으로 무너진 신뢰와 지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하루속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군은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 된다. 휴전선을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니라 빈틈없는 대비태세다. 군인의 충성은 정권이나 정치적 분위기가 아니라 오직 대한민국과 국민을 향해야 한다.
 

▲ 이재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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