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초심을 잊지 말고, 여민동락의 리더십을

칼럼 / 최철원 논설위원 / 2025-11-26 1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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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모든 국민을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고 말했다. "국민의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 세력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기에 의존한다 혐오를 삼는다"고도 했다. 국정에 성과 낼 자신이 없으면 편 가르기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취임사의 초심은 간 곳이 없다. 편 가름이 선을 넘어온 나라의 국력을 탕진시키고 있다. 상대방 죽이기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국면이 아비규환이다.

내란을 비난하는 언설이 여당이며 다수당의 횡포를 비난하는 언설이 야당의 깃발로 나부끼는 이 언어의 무간지옥에서 국민은 몸 둘 곳이 없다. 이 시대의 모든 언어는 또 다른 언어에 의해 부정당하는 하질(下質)정치가 만개했다. 여기는 더 이상 바른 정치를 논할 곳이 못 되는 곳이다. 서로의 주장이 설득과 이해의 장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부정당하고 무너지는 과정의 성실성의 흔적조차도 현재의 말 속에서는 찾을 수 없다. 다들 제 주장만 외치며 소리친다. 그래서 세상은 고막이 터질 듯이 시끄럽다. 지금 정의로운 언설이 모자라서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인 것은 분명 아니다.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약육강식의 새로운 질서를 완성해 가는 이 정글 속에 정의로운 언어가 쓰레기처럼 넘쳐난다.

대통령의 직은 당선 이후부터 소속 정당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의 대통령이다. 대통령 취임 후 달라진 모습이 보여야 하나 그러하지 못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정치 못지않게 경제도 중요하지만, 서민들 먹고사는 문제의 논의는 적막강산이다. 오직 내란 종식, 척결, 청산을 성역처럼 입에 달고 있다. 거기에 반론을 제기했다간 험한 꼴을 각오해야 하는, 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세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허니문 기간이라며 집권 세력은 "반대편도 끌어안겠다"는 입에 발린 말이라도 하고 야당은 "협조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런데 이 정권 들어서는 그마저 실종되며 정치는 초심을 잃었다.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을 거치며 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진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지금, 정치는 오히려 사법화로 무장 되었다. 뭐든 필요하면 입법을 해서라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막무가내로 입법권을 남발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는 내란 청산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여당의 원내 대표도 내란 세력을 뿌리 뽑고 또 뿌리 뽑겠다고 한다. 이참에 반대편의 사람은 입법해서라도 씨를 말리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정치 사법화로 내란 세력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조사를 받거나 구속이 되어 재판을 받는 고초를 겪고 있다. 정치인의 위법한 행위를 사법절차에 맡기는 것 말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닐 텐데 왕정 시대 붕당 정치의 편협함과 무엇이 다른가.

과거 역사를 보면 편협이 이념을 만나면 광기가 일어나는 적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선조 때 기축옥사를 들 수 있다. 서인이었던 정철이 정여립 모반 사건을 수사하며 동인 1,000여 명을 처형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후 서인의 장기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유능한 인재 절반이 괴멸되었고 곧 이은 임진왜란을 맞아 나라가 결딴났다. 지금 우리 사회 역시 이념 갈등으로 편 가름이 심화 되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갈등으로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무늬만 바뀌었을 뿐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똑같다. 나만이 옳다는 편협함은 나와 다른 사람은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공존하면서 다양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깊이가 생긴다.

거대 여당의 법대로 정치, 일방통행 정치도 모자라 내란 협조 공직자 색출이라는 막무가내 정치를 하고 있다. 정치는 혐오를 부추기고 가치와 목표, 상호 존중과 공존 단어는 사라졌다. 서로를 밀고하여 동료 경쟁자를 낙마시키는 불신의 비인간적 일이 발생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오직 법대로의 주장과 상대방 죽이는 비방의 구호가 어지럽다.

삼권 분립 훼손 우려도 민주당은 막무가내식 '사법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선을 앞둔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재판 절차의 하자를 문제 삼고 있다. 개혁의 구실로 이참에 사법부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겠다는 의지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당의 개혁이 자신들은 쏙 빼며 개혁을 한다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인지, 봉숭아 학당 수준의 개혁이 개콘 수준이다. 개혁의 미명하에 부조리와 비리의 고리를 단절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생존술은 대국민 기만술에 가깝다. 이러고도 이 나라가 온전하길 바란다면 그 생각은 무지 몽매하기 짝이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범죄자마저 정권 유불리에 이용하고 있다. 검찰은 누구 좋으라고 그러는지, 대장동 항소 포기로 7800억 돈이 범죄자들 손으로 들어갔다. 야당은 항소 포기의 본질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과 연관이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변명했지만, 그 말은 소 껌 씹는 소리만도 못한 하나 마나 한 헛소리로 들린다. 서슬 퍼런 여당의 입김에 검찰의 칼은 무뎌지며 비겁했다. 대장동 일당들은 검찰에서 묶어놓은 재산의 압류 해제를 요구하며 보란 듯 당당하다.

민주당은 입법 만능주의 정당답게 대장동 범죄수익금 환수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국민은 들끓는 민심을 살펴야 하겠지만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범죄자는 세상을 조롱하고 정치권은 뒷전에서 구시렁거리고 있다. 그쯤 된 게 우리 사회다. 다시 입법해 죗값으로 돈을 환수한다고 해서 이 정치적 정당성이 회복되지 않는다.

검찰의 항소 포기, 이것은 이미 잘못된 정치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과 우리 사회의 정의 박탈감의 문제다. 입법해서라도 잘못된 것을 고쳐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도 그렇지 못하는 게 대부분의 현실이며 우리 정치의 한계다. 따라서 현실 정치가 위장과 위선일 수는 있어도 도덕과 윤리의 실현을 위한 자기규율과 공동체 가치는 더욱 아니다. 그렇게 치장하려 할 뿐이다. "정치가 도덕화할 때는 도덕적 정치가 실행되는 그것이 아니라 정치적 도덕이 압도한다." 이마누엘 칸트의 통찰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이 가진 우려를 새겨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국민이 함께 즐거워야 진정한 통합이다. 맹자의 진심장(盡心章)에 등장하는 '여민동락'은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는 뜻이다. 리더가 백성과 모든 것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다. "실용, 통합, 양보"를 선언한 첫날 초심의 다짐을 부디 잊지 말고 지켜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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