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특별사면, ‘법 위의 삼성’ 자인하는 것”...반복되는 이건희 데자뷔

사회 / 김성환 기자 / 2022-04-29 13: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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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文 대통령, ‘비리 기업인 사면 불가’ 원칙 끝까지 지켜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일요주간 = 김성환 기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반대하고 나섰다.

개혁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는 27일 논평을 통해 “이재용의 특별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 전부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지난 5년간 고수해온 ‘비리 기업인 사면 불가’ 원칙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5월 8일 석가탄신일을 전후해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뇌물죄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형을 최종 선고받았으나 재계를 중심으로 세계 반도체산업 전쟁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4대 그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사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횡령·배임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 사면권 제한’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삼성 지배권승계 의혹에 관한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권 침해 우려도 상당했다”며 “결국 이재용은 지난해 8월 형기의 60%를 채운 상태에서 법무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가석방됐지만, 이 역시 지난해 4월 말 개정된 완화된 가석방 심사기준의 첫 적용사례이자 다른 형사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가석방된 이례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정경제범죄법상 기업체(삼성전자) 취업제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가석방됐다는 점에서 ’재벌특혜’라는 비판을 받았다”면서 “가석방 특혜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재용에 대해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결국 우리 사회에서 삼성의 지위가 ‘법 위에 삼성’이라는 개탄스러운 현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지난 25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이재용 부회장 등 재벌 총수 1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는 “그동안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절제된 형태로 추진됐지만, 유독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해서만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한 ‘경제 살리기’를 빌미로 특별사면이 남발돼 사법 불신을 심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물과 횡령, 배임 등 중대한 부패 범죄를 저지르고도 한 번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재벌 총수 일가가 버젓이 회사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정의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패에 대한 면죄부를 통해 당해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수많은 위험과 악영향을 끼쳐왔다”고 했다.

또 “재계가 반복적으로 특정 기업인의 사면복권을 요구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나 ‘통 큰 투자’ 등 번지르르한 미끼를 앞세워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부당한 시도에 불과하다”며 “‘경제 살리기’만 명분으로 내걸 수 있다면 대통령의 사면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이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문 대통령은 빈번하게 제기된 재계의 기업인 사면 요구에도 지난 4월 11개월 동안 그 뼈아픈 반성을 잊지 않고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잘 고수해왔다”며 “문 대통령이 비리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 재벌의 반칙과 특권을 근절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반복되는 삼성 오너가 부자 ‘특별사면’

 

한편,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12월 말, 이명박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의 아버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특별사면한 바 있다.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아닌 연말 사면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지만, 경제인 1명만을 대상으로 한 사면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당시 이건희 전 회장은 2009년 8월 배임과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4개월 만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법무부의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현재 정지중인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범국민적 염원인 2018년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등은 성명을 통해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으로 법치주의가 무너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국가의 품격과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근본가치가 무너져버렸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겨울올림픽 유치 지원을 이유로 단독으로 특별사면을 할 수 있는지 한심할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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