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업체 거짓 이력 번호 표기로 과태료 70만원 부과…판매 업체“품질 속이진 않았다” 주장
-축산물 이력제 도입한 이래 효용성 입증…낮은 수위의 행정 처분, DNA 동일성 검사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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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 당국은 가축의 생산부터 접종 이력, 도축, 가공, 유통까지 단계별 정보를 각 개체별 이력 번호를 통해 소비자에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최근 대구시 소재의 D 정육 업체가 축산물이력법(제34조 제1항 제17호)을 위반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품원)으로부터 행정 처분을 받았다. 위 법은 이력 번호를 게시(혹은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 기재한 판매 업자에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2회 이상 적발 시 업소명 및 대표 실명이 축산물이력제 홈페이지에 1년간 공표된다.
이번 행정 처분은 한 소비자의 공익 제보로 이뤄졌다. 사건 발단은 올해 1월 말에 시작된다. 소비자 박모씨는 명절을 일주일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밴드’에서 30만원 상당의 쇠고기 선물 세트 2상자를 구매했다. 당시 온라인 판매처 B 업체는 해당 상품의 ‘축산물(소)등급판정확인서’, ‘도축검사증명서’를 동시 게재함으로써 ‘1++’의 최고급 한우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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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쇠고기를 판매하는 B업체 사이트에는 자신이 판매하는 고기가 1++ 등급을 받은 것이란 확인서 등이 게재되어 있다. <사진=해당 사이트 캡쳐> |
쇠고기는 흔히 ‘마블링’이라고 불리는 근내지방이 많을수록 상위 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당시 배송 된 쇠고기는 근내지방이 거의 없고 붉기만 해 중간급인 1등급보다 못했다는 게 박씨 주장이다. 그는 문제의 쇠고기를 농품원에 사비를 들여 DNA 동일성 검사를 의뢰했다. 소 개체마다 DNA 구조가 다른 점을 이용해 성분을 살피는 방식이다. 1차 결과에서는 박씨가 구매한 소와 홈페이지 상 1++ 등급을 받은 확인서 상 소는 ‘불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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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등급 비교 사진. 육안으로도 구분 가능하다. <사진=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 |
2차 조사에서 농품원 경남지사는 고기를 실질적으로 납품·판매한 D 정육 업체를 방문해 전시된 고기 중 하나를 구매한 후 시료를 채취했다. 그 결과, 포장지 및 판매 표지판에 쓰인 이력 번호와 채취한 쇠고기의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현행 축산물이력법상 이력제 표시 의무자는 판매 업체이므로 농품원은 D 업체에 과태료 70만원을 부과했다. 판매처 B의 경우 이력 번호 표기 의무자가 아니라는 관계로 행정 처분을 비껴갔다.
이와 관련해 D, B 관계자는 <일요주간>과 통화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등급을 속인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소비자에게 발송한 고기가 온라인에서 광고한 확인서의 소는 아니지만 품질 등급은 1++로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축산물 이력제를 두고 업계 특성을 잘 모르고 도입한 탁상행정이라는 볼멘소리도 덧붙였다. 취급하는 개수가 많으니 개체마다 부여된 이력번호가 분류·납품 과정에서 섞일 수도 있는 걸 단속 당국이 참작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부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물 이력 관리는 소비자와 양심적인 생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지키라고 만든 법이고 대다수 표시 의무자들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미(未)게시와 거짓 게시는 엄연히 다른데 D 업체는 후자로 인한 행정처분이었음에도 ‘어쩔 수 없다’란 태도는 소비자 알권리를 우롱하겠다는 의미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박씨가 구매한 축산물 등급이 D, B 업체 말따라 1++등급인지 확인할 방법이 현 시점에서는 부재하다. DNA 동일성 검사의 효용은 이력 번호를 특정할 수 있을 때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통상 쇠고기는 도축·등급판정 단계에서 시료 2~3g만큼 떼어내 개체별 이력번호와 함께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건조·보관한다. 이후 시중에 유통된 고기의 이력 번호를 축평원 내 저장된 시료와 염기서열을 대조하면 일치 여부가 도출된다. DNA 동일성 검사에서 일치 혹은 불일치만 나오는 이유다. 반면, 출처가 불분명한 고기의 이력 번호를 알기 위해서는 전국에 저장된 모든 시료와 일일이 대조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축평원 관계자 얘기다.
박씨는 끝내 자신이 구매한 쇠고기의 사육지, 접종 이력, 정확한 품질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는 “쇠고기를 납품한 D, 허위 확인서를 온라인상에서 광고한 B 둘 다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라며 “1++라고 믿었기 때문에 30여만 원을 지급했다. 저같이 질 낮은 고기를 높은 가격에 구매한 소비자가 많다면 그들이 쌓은 부당한 수익은 절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명절이면 냉동육을 냉장이라 속이고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위 업자들처럼 과태료 몇십만 원만 내면 한탕 챙길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향후 지자체나 관계기관 단속 때 걸리면 행정처분 외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해당 법을 강화해야 위 사례 같은 눈속임이 근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 주장처럼 명절 때마다 이력 번호를 표기하지 않거나 경제적 이윤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속인 사례가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를 위해 축산물 이력제를 도입했으나 경징계에 준하는 행정처분, 근거 법령의 이원화 등으로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이 있어 시장에 정착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008년 말 국회는 축산물의 원산지 허위 표시나 둔갑 판매 등을 방지하고 유통의 투명성, 거래의 공정성 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축산물 이력제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소비자가 가축의 생산부터 접종 이력, 도축, 가공, 유통까지 단계별 정보를 12자리 번호만 입력하면 알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축산물 이력제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도 및 감독한다. 농품원에 따르면 이력 번호 표기 의무 단속은 모니터링을 포함해 상시적으로 진행 중이다. 반면, 원산지 및 허위 등급 표기 등은 지자체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감시·단속한다. 먹거리 안정을 위해 축산물 유통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적은 같으나 각 기관은 근거 법령이 각각 「가축 및 축산물 이력 관리에 관한 법률」,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있어 업무가 나뉜다.
일각에서는 이원화 된 체계로 인해 이력 표기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가 약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동종 업계 관계자는 “D 정육 업체가 ‘등급은 속이지 않았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이유가 법의 맹점을 알 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만약 해당 업체에 대한 농품원의 시료 채취와 지자체 및 식약처의 단속이 동시에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등급까지 속인 것으로 밝혀질 경우 과태료 부과 외에 형사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일”이라며 “D 업체는 이 두 가지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다는 법의 맹점을 아는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함께 이뤄지면 위반 시 처벌 수위가 강해질 수 밖에 없으므로 이력 표기 의무 수행 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법률 전문가는 행정 처분을 피한 통신판매자 B와 관련해 ‘사기죄’ 성립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형법 347조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되는 범죄다.
법무법인 산들 소속의 김윤영 변호사는 “축산물 이력 표기 의무자는 납품업체이므로 온라인 판매처를 처벌할 관련 법령은 없다”면서도 “온라인 판매처 B가 홈페이지상 이력번호와 실제 선물 세트 고기의 이력번호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대로 판매했다고 입증할 수만 있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은 온라인 판매업체가 어떤 내용으로 광고했는지 여부가 문제다. 이는 기망행위와 관련된다”면서 “만약 판매업체가 한우 투플러스 등급이 아닌데도 이를 속였고, 피해자가 투플러스라고 알고서 구입할 수 있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 업체도 실제 이력 번호와 공개 이력 번호가 다르다는 걸 몰랐다면 속인 것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 변호사는 ▲납품업체의 이력번호 표시 의무 강화 ▲영업정지, 도축 허가 취소 등 엄격한 행정처분 도입 ▲관계 당국의 적극·지속적인 모니터링 ▲축산물 이력관리제 홍보 등이 이뤄져야 이력제 허위표기 등이 근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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