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이은화 작가 시 읽기 85] 맨스플레인

문화 / 이은화 작가 / 2026-06-16 11: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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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플레인

신혜정


당신은 설명을 했을 뿐인데
내가 그렇게 받아들인 것
이라고 했다

당신은 오해라고 했고 나는
가스라이팅이라 불렀다

정작 진실은 정물화처럼
고정된 것이 아님을 깨닫는 데
평생이 흘렀다 나는

그것을 아주 작은 우주의 파편
관측 사상 최초, 라는 타이틀을 달아 주었다

시간은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설명할 곳이 필요했다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대화가 언어의 소유권을 둘러싼 다툼처럼 불편할 때가 있지요. 같은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친절함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감정적 침입이 되는 순간들. “당신은 설명을 했을 뿐인데 / 내가 그렇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라는 문장처럼 우리는 책임을 문법 뒤에 숨기는 화법을 경험합니다. 이런 이유로 사건 자체보다 ‘왜 그렇게 말했는가’와 ‘왜 그렇게 느꼈는가’에 대한 해석이 앞서지요.

관계란 때로 “아주 작은 우주의 파편”처럼 사소한 말투 하나, 시선 하나에 오래된 사이가 틀어지기도 합니다. 한숨의 길이, 설명의 높낮이, 미세한 웃음이 관계의 방향을 바꾸어 놓는 것처럼요.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말하고 싶어 하지요. 자신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 상황을 답답해하면서요. 어쩌면 “시간은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도 “설명할 곳이 필요”하다는 시인처럼, 설명이란 이해받고 싶은 바람이 담긴 요청이 아닐까요. 그래서 자꾸 설명하고 싶어지나 봅니다. 이 시는 우리의 설명이 친절한 강요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그리고 자신의 인정욕구는 어떤지 생각하게 합니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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