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 1위 세라젬의 '하도급 갑질'… 공정위 "협력사 노하우 무단 귀속·유용"

e산업 / 임태경 기자 / 2026-08-12 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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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특약 설정·금형도면 중국 계열사 유용 등 하도급법 위반 4개 행위 적발
정당한 사유 없는 기술자료 요구·제3자 제공·부당특약 설정 일벌백계
공정위 "하도급 시장 내 수급사업자 기술 보호 및 공정경쟁 기반 조성 계기 마련"
▲ (사진=newsis)

 

안마의자 등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세라젬이 수급사업자(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정당한 대가 없이 자사 소유로 귀속시키는 특약을 설정하고, 협력업체로부터 제공받은 금형도면 일부를 중국 계열사에 넘긴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에서 적발됐다.

공정위는 세라젬의 부당특약과 기술자료 요구 및 유용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 3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라젬은 지난 2019년 8월 20일부터 2024년 1월 8일까지 12개 수급사업자와 17건의 금형제작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금형 제작과 관련된 지식재산의 소유권을 세라젬에 귀속시키는 내용의 특약을 설정했다.

◇ 공정위, 기술자료 귀속 부당특약 판단… “설계비 지급해도 소유권 자동 이전 안 돼”


금형도면은 제품을 제조하기 위한 금형의 구조·형식·치수 등의 정보를 표시한 설계자료다. 공정위는 하도급거래 과정에서 취득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대한 권리를 원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귀속시키는 약정은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조건으로, 부당특약에 해당한다고 봤다.

세라젬은 금형제작계약서에 ‘금형제작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은 갑의 소유’라고 명시돼 있고 금형 설계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금형도면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수급사업자들의 지식재산인 금형도면과 관련해 세라젬과 수급사업자 사이에 별도의 소유권 이전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견적서에 기재된 설계비는 금형 제작에 드는 비용의 세부 항목일 뿐 금형도면의 소유권 이전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가 제조를 위탁받은 부품이 원사업자가 제조하는 전체 제품의 일부라는 하도급 거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급사업자가 작성한 기술자료에 원사업자의 기술이 일부 반영됐더라도 수급사업자의 고유 기술과 노하우가 투영됐다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세라젬은 이와 함께 중국법인인 천진세라젬의료기계유한공사의 현지 개발을 목적으로 수급사업자들에게 금형도면을 요구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세라젬은 지난 2021년 12월3일부터 2023년 8월11일까지 3개 수급사업자에게 금형도면 33건을 요구해 제공받았다.

◇ “설계비 줬어도 기술 소유권 못 넘겨”… 공정위, 생활가전 업계 불공정 관행 첫 제재


천진세라젬의료기계유한공사는 세라젬이 70%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다.

이후 세라젬은 수급사업자들과 별도의 합의 없이 2023년 10월5일과 같은 달 12일 3개 수급사업자의 금형도면 7건을 해당 중국법인에 제공했다.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행위가 하도급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기술자료 요구 과정에서 관련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도 적발됐다.

세라젬은 지난 2021년 1월26일부터 2022년 3월30일까지 1개 수급사업자에게 제작 전 사양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터 외형도 1건과 사양서 1건을 요구하면서 기술자료 요구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기술자료 요구서면 제공 의무가 기술자료 제공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유용행위를 예방하고, 기술자료와 관련한 권리·의무 관계 및 비밀 보호 조치 등을 명확히 해 사업자 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하도급법상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세라젬은 금형도면과 외형도, 사양서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세라젬이 수급사업자들에게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수급사업자의 기술이나 노하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자료들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고 세라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세라젬의 정당한 사유 없는 기술자료 요구, 기술자료 요구 과정에서의 서면 미교부, 기술자료의 부당한 제3자 제공, 부당한 특약 설정 등이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세라젬에 향후 재발방지명령과 중지명령, 수정·삭제명령, 교육명령 등의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 3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생활가전 업계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부당특약과 기술유용행위를 적발·제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당한 대가 없이 부당한 특약을 통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일방적으로 원사업자의 소유로 귀속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하도급계약서를 통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대한 권리를 일방적으로 원사업자에게 귀속시키는 약정은 부당한 특약에 해당하며, 구체적인 계약에 따른 합의 없이 단순히 설계비를 지급한 것만으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관련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공정경쟁 기반을 훼손하는 부당특약 설정행위와 기술유용행위, 기술자료 요구 과정에서의 절차 위반 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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