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으로 얼룩진 건설현장...경동건설 유족 "사람 목숨보다 싼 벌금"[리얼줌]

현장+ / 일요주간 / 2022-04-27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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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 한해 산재 사망자 많은 기업 순위 공개
-"국내 최고 건설사지만 하청 노동자는 여전히 떨어지고, 부딪혀 사망"
-경총 특별상 수여, 노동자 생명 보다 기업 이윤 중시…"산재는 타협 불가능"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한해 동안 산재 사고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을 뽑는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었다.(사진=newsis)

[일요주간 = 일요주간] 올해 1분기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의 건설 현장에서 모두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올해 1분기 중 건설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와 관련 하도급사·발주청·지자체 명단을 공개했다.

국토부가 국토안전관리원이 집계하는 CSI 통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중 건설사고사망자는 총 55명이다. 이 가운데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4명이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는 7곳, 관련 하도급사는 8곳이다. 지난 분기 대비 100대 건설사는 7곳, 하도급사는 8곳, 사망자는 3명이 줄었다.

구체적으로 100대 건설사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1월11일)에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요진건설산업의 현장에서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외에 디엘이앤씨와 한화건설, 계룡건설산업, 화성산업 등 4곳의 현장에서 각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사고와 관련된 하도급사는 ▲가현건설산업 ▲다올 이앤씨 ▲현대엘리베이터 ▲화광엘리베이터 ▲광혁건설 ▲원앤티에스 ▲새만금준설 ▲화성산업 등 8곳이다.

올해 1분기 중 공공공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1명, 민간공사는 44명이다. 공공공사의 발주청은 ▲군산지방해양수산청 ▲울주군청 ▲충청북도청주교육지원청 ▲한국토지주택공사 광주전남지역본부 ▲한국도로공사 ▲탐라사랑 ▲서산시청 ▲강원도춘천교육지원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새만금개발공사 ▲에스지레일 등 11개 기관으로 각 1명이 사망했다.

1분기 민간공사의 사망사고가 가장 많았던 인허가기관이 소속된 광역자치단체는 경기도로 화성시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총 1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 외 사망자는 ▲광주광역시 6명 ▲부산광역시 5명 ▲인천광역시 4명 ▲서울특별시 3명 ▲대구광역시 2명 ▲충청남도 2명 ▲경상남도 2명 ▲경상북도 2명 등이다.

국토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15개 대형건설사와 관련 하도급사에 대해서는 6월까지 특별점검을 할 계획”이라며 “특히 4분기 이상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거나 중대한 건설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는 기간을 확대하고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집중 점검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한해 동안 산재 사고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을 뽑는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었다.(사진=newsis)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4분기 사망사고 발생 대형건설사 113개 건설현장과 관련 하도급사가 참여 중인 건설현장 21개에 대해 3월 4일부터 4월 8일까지 불시 점검을 했다.


그 결과, 총 204건의 건설기술 진흥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199건에 대해서는 주의와 현지시정 조치했다. 벌점 1건, 과태료 4건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 행정처분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산업재해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국토부의 올해 1분기 건설 현장 사망자 발생 현황 발표에 때맞춰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상자를 가장 많이 낸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 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개최했다. 

 

최악의 살인기업 순위는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의원실에 제출한 지난해(2021) 중대재해 사고사망자 2명 이상 발생기업 자료에 따라 도출됐다. 

 

이들은 경총과 관련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의무를 지라고 만든 법이다. 그런데 경총은 입법 취지를 존중하기는커녕 법의 효용성과 허점을 부각하며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라면서 “경총은 법 제정 논의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법의 의미와 목적을 퇴색시키려 애쓰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중대재해 범위 축소,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 원청의 책임 축소를 골자로 한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입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총은 대외적으로는 노동자의 생명, 안전한 작업환경을 비롯한 노동환경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발표한 입장이나 구성원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언제나 기업의 이익을 제일로 두고 있다”라면서 “경총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 기업들이 산업재해 문제를 타협 가능한, 비용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일하다 산재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이날 선정식에 참여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산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단식을 통해 중대 재해 처벌법이 제정됐으나 시행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을 지켜야 할 대통령 당선인과 최고 경영 책임자들은 벌써 법을 흔드니 우려가 크다”라면서 “이들은 법 구성요건이 애매하다고 하지만, 대검찰청 해설서에 따르면 형식적인 명칭과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총괄한다면 경영 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혀 애매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당은 중대 재해 처벌법과 관련해 5인 미만 사업장 포함 등을 포함해 애초 살인기업 처벌법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내용을 보완할 예정”이라면서 “경총을 비롯한 경영 책임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갈아 넣는 살인을 멈춰야 한다. 살기 위해 나갔다가 죽어 돌아오는 일이 더이상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중대 재해 처벌법이 노동자를 살인하는 기업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년 전, 경동건설 아파트 공사장에서 추락사한 고(故) 정순규 씨의 유족도 선정식에 참여했다. 유족은 올해 중대 재해 처벌법 이후에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산재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문제의식 변화는 물론, 고용노동부 등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 의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고(故) 정순규 씨의 자녀인 정석채 씨는 “올해 중대 재해 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삼표산업의 토사 붕괴 사고, 여주 KCC 폭발 사고, 건설업체의 추락사고 등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어 참담한 심경”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동건설 등 왜 건설업체들이 안전조치에 투자하지 않는지 아시느냐. 과태료, 벌금 내는 게 사람 목숨보다 싼값이어서 그렇다. 고용노동부의 시늉뿐인 재해조사도 문제다. 보통 건설 현장 감독을 제대로 하려면 불시에 점검하는 게 맞지 않느냐. 그러나 노동부 등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들에 미리 알린다. 사실상 공범”이라고 노동 당국의 안일함을 비난했다.

정씨는 “기업들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다단계 불법 하도급을 쓰고 낮아진 단가로 인해 노후되고 최소한의 안전 장비를 사용하게끔 한다면, 후진국형 산재 사망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라면서 “노동 현장에서의 죽음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노동자는 산재 사망 현황에 표시되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없으면 기업도 국가도 없다. 일하다 죽지 않도록, 다녀올게라는 말이 마지막 말이 아니도록, 노동 현장에서의 산재 사망 사고가 근절되기를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일하다 산재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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