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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치료제 판매중단 관련 1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우석 대표이사가 입을 굳게 다문 채 단상에 오르고 있는 모습 |
[일요주간=박민희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안보사)의 성분 표기가 허가 당시 식품안전의약처(이하 식약처)에 제출한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유통 및 판매가 전격 중단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보사 사태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주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전체의 신뢰를 뒤흔들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2일 '식약처는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임상자료를 공개하고 전면 검증을 실시하라'라는 제하의 성명 통해 인보사에 대한 임상자료를 공개하고 전면 검증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건약에 따르면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받은 인보사는 2017년 7월 허가된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로 현재까지 임상시험에서 145명에게 투여됐고 판매 후 투여건수는 올해 2월 말 기준 3404건이다.
인보사는 '동종유래 연골세포'인 1액과 'TGF-β1 유전자 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인 2액으로 구성된 것으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3상 임상시험 승인 후 주성분 확인시험 과정에서 2액에 애초 허가받은 유전자 도입 연골세포가 아닌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로 추정되는 세포가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건약은 "코오롱생명과학 측에서는 2004년 인보사 분석 때에는 연골세포로 판단했으나 최근 발달된 검사법으로 수행해보니 다른 세포로 확인된 것이라며 명찰을 잘 못 달아준 것뿐이라 변명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현재까지 우려할 만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안전성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 회사 측에 동조하고 있다"고 당국을 비판했다.
이어 "의약품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의 변명이 참으로 무지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의약품의 기본은 해당 성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다. 심지어 어떤 성분인지도 몰랐던 제품에 대해 그간 써보았는데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시골 시장 보따리 약장수에게나 들을 법한 말이다"고 강력 성토했다.
그러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은 무허가 세포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세포의 유해성이나 체내에서의 작용 기전 등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긴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15년 동안이나 인보사를 생산하고 시험하면서 전혀 다른 세포가 주성분이라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한 코오롱생명과학과 이를 허가해준 식약처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특별관계자인 이웅열등의 지분율이 35.47%에서 35.56%로 변동했다고 2일 공시했다.(출처=전자공시시스템) |
인보사는 허가 당시부터 뜨거운 감자였다는 게 건약 측 설명이다. 당초 코오롱생명과학이 관절 재생에 실패했음에도 주사 한 대 당 6-700만원에 달하는 '비싼 진통제'에 불과한 인보사 허가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으나 결국 국산 신약 29호, 국산 유전자치료제 1호 신약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화려하게 등장했다는 것.
건약은 "우선 식약처는 애초 전혀 다른 성분에 기반한 인보사 허가를 즉각 취소하고 임상 자료, 허가 자료,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 자료 등을 모두 공개해 전면 검증해야 한다"며 "해당 회사와 식약처의 밀실 논의만으로는 국민의 의혹을 털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보사가 여실히 보여주었듯이 식약처의 바이오의약품 허가는 허술하고 느슨하다. 세계 최다 줄기세포 허가국이라 광고했지만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 허가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며 "우리는 아직 첨단바이오에 대한 기준조차 똑바로 만들지 못했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도 세우지 못했다"고 당국의 부실한 검증시스템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바이오의약품은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화학 의약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꿈같은 효과를 낼 수도,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바이오의약품의 질과 안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그 기준을 세우는 작업을 이제라도 인보사를 기점으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바이오의약품 허가, 관리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달 31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의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보사의 주성분 중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와 세포 분화를 촉진하는 성장인자를 주사로 투여해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지난 2017년 식약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29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미국에서 인보사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 승인 이후 주성분 확인시험을 하던 중 2액의 세포가 한국에서 허가받은 성분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고 지난달 22일 이를 식약처에 알렸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환자와 바이오업계, 학계 등 모든 분께 사과한다"며 “개발 초기부터 상용화까지 모두 같은 성분을 사용했는데, 분석 기술의 발달로 해당 성분의 명칭이 허가 당시 식약처에 제출한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세포의 성분이 바뀐 것이 아니라 명칭이 바뀐 것이어서 안정성과 유효성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도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허가 때와 다른 약 성분이 발견된 만큼 별도로 자체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인보사 쇼크’로 코오롱생명과학의 하한가가 이어지면서 이에 따라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시가총액도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인봅사의 판매 중단이 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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