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사업자가 조정결정 수락시 재판상 화해효력 발생
[일요주간=채혜린 기자] 내시경 검사 도중 용종이 발견돼 제거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소비자와의 보험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보험사에 대해 원상회복하라는 조정결정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신종원, 이하 위원회)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H생명보험사가 A씨와의 보험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어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계약해지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피보험자인 A씨의 모친이 일반 건강검진 대장내시경 검사 중 조직검사로 제거한 작은 크기의 용종절제를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수술’로 인지하지 못해 알리지 못한 경우를 두고 ‘수술’로 알리지 않았다며 일방 해지한 보험사에 대해 제동을 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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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보호원은 H생명보험사가 대장 용종 수술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와의 보험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어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Pixabay |
A씨(여, 30대)는 지난해 8월 28일 60대인 모친을 피보험자로 하여 H생명보험의 간편가입 종신 보험에 가입했다. 같은 해 12월 11일 피보험자가 폐암으로 진단돼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정상 지급받았는데 이후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같은 해인 4월 9일 일반 건강검진 대장내시경 도중 0.4cm 크기의 용종을 제거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보험사는 대장내시경 검사 도중 용종을 제거한 것이 이 사건 보험 청약서 질문표의 ‘수술’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그러나 이에 대해 일반 건강검진의 대장내시경은 수술실이 아닌 일반검진센터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피보험자가 ‘수술’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 건강검진 결과표에 ‘대장내시경 검사 중 조직검사로 제거되었습니다’라고만 기재돼 있을 뿐 ‘수술’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고 의무기록지에도 ‘수술’이라는 표현이 전혀 없는 점, 담당의사도 ‘수술’로 설명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대법원 판례에서 판시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요건인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4월 14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지의무가 있는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의 존재와 그러한 사항의 존재에 대해 이를 알고도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를 알지 못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해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인해 그 사실의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그 사실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원회는 “이번 조정결정은 보험계약을 일방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업무를 처리한 보험사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소비자기본법’ 제60조에 따라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설치되어 있다. 소비자와 사업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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