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눈]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정농단(國政壟斷)의 전형

칼럼 / 김경훈 편집인 / 2025-11-26 15: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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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시스템 붕과·국정 신뢰 위기로 확대될 조짐
“대통령에 미칠 사법적 판단 가능성에 미리 결정”
대장동 민간업자 천문학적 불법수익 용인해준 꼴
당리당략과 이해타산 초월한 국가백년대계 시금석
▲ 김경훈 편집인

[일요주간 = 김경훈 편집인]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은 마치 불문곡직(不問曲直)의 태도로 진실을 외면한 것과 다르지 않다. 중대 권력형 비리를 끝까지 규명하지 않은 것은 국정농단(國政壟斷)의 전형이다.” 법조계를 취재해온 언론계 지인이 필자에게 들려준 말이다.

검찰이 11월 7일 시한을 넘겨 대장동 개발 비리 항소를 포기한 결정은 사법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법리 문제가 아니다. 국가 시스템의 근본이 흔들리는 국정 신뢰의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은 ‘정의는 살아 있는가’를 다시 묻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 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수천억 원의 이익이 흘러갔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별도로 기소되었으나 재판이 중지된 상태다. 이번 항소 포기가 사실상 대통령에게까지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법적 판단을 건너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이 의구심을 갖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 '왜 대장동 일당-대통령에게 관대했는가'

검찰 지휘부는 “1심에서 중형이 선고돼 항소 실익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대장동 사건은 단순한 경제 사건이 아니다. 권력형 비리 의혹이 남아 있고 공공성·정치성이 결합된 사건에서 항소 포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대장동 일당과 대통령에게 노골적 사법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심 재판부는 성남시 관계자와 민간업자의 배임 혐의를 인정해 중형을 선고했다. 그렇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검찰이 다퉜어야 할 핵심 쟁점은 바로 특경가법상 배임·뇌물 혐의, 그리고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수천억 원대의 추징금이었다. 항소 포기는 곧 도망친 진실, 포기한 책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국민의 돈 7,800억 원 증발은 국가 범죄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불법 수익은 7,815억 원, 그러나 1심 추징액은 고작 473억 원. 김만배 씨는 5,684억 원을, 남 욱 씨는 1,011억 원을 그대로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검찰이 항소만 했어도 더 큰 추징과 형량을 다툴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판단 미비가 아니다. 국민 입장에서 보자면 사법적·재정적 ‘국가 손실’이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배임 등 중대한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검찰인가”라고 묻는 것은 당연하다.

◇ 검찰총장 대행 사퇴 ‘유구무언’ 책임 논란

항소 포기 직후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11월 14일 별다른 설명 없이 사의를 표명했다. 내부에서는 조사 과정과 결정 경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아무런 해명 없이 떠났다. 그가 남긴 것은 검찰 조직의 혼란뿐이었다. 이는 책임의 방기이자 공직자의 책무를 저버린 행태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왜 항소를 포기했는가”, “외압은 없었는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국민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의 검찰을 다시 보고 있다. 입은 있으나 말하지 않는, 책임을 회피하는 조직 말이다.

◇ “국정조사·특검 당연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1월 17일 즉각 대통령실을 찾아가 “항소 포기로 국민 7,800억 원이 날아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단순한 정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칠 수 있는 사법적 영향, 그리고 그 가능성을 차단한 듯한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의구심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이 사안을 ‘국가적 의혹’으로 규정한 것은 국민적 불신을 반영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오늘 1호기를 타고 해외로 먹튀를 하겠다고 한다”며 “돌아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국정조사다. 그리고 그다음은 특검이 될 것이다. 추징 보전 해제든, 배임죄 폐지든, 공소 취소든, 한 발짝만 더 나간다면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국정조사 실시하자. 특검 실시하자”고 강조했다.

◇ 항소 포기 부적절 48%, 적절 29%

갤럽 여론조사에서 ‘항소 포기’가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8%, 적절하다는 응답은 29%였다. 국민 다수는 이 사건을 사법 정의 훼손으로 보고 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여론 변화가 아니다. 국민은 이번 항소 포기 사안을 ‘사법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갤럽이 11월 11~13일 전국 1,003명에게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을 항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은 48%, ‘적절하다’(29%)는 응답을 크게 앞섰다. ‘모름·응답 거절’은 23%였다.

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선 34%가, 보수층에선 67%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중도층에서는 48%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해 ‘적절하다’(29%)고 답한 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성별로는 남성의 53%, 여성의 42%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한국갤럽이 11월 11~13일 전국 1,003명에게 ‘검찰이 (대장동 개발

갤럽은 “대통령·여당 지지세가 강한 40·50대에서도 양론이 비슷하게 갈렸다”고 분석했다. 40대에선 검찰의 항소 포기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43%,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42%로 팽팽하게 맞섰고, 50대에서는 ‘적절하다’는 응답이 45%,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38%였다.

◇ 국가백년대계(國家百年大計) 시금석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사법 정의는 권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가?” 국민은 검찰을 신뢰해야 한다. 검찰은 국민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그 신뢰를 흔들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격적 비판도, 무조건적 정쟁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미래지향적 개혁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다음의 네 가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검찰은 항소 포기 결정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외압·직무유기 여부는 특검 등 독립적 기구를 통해 조사해야 한다.
셋째,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기소·항소 기준을 명확히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국가 시스템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휘둘러서는 안 된다. 지금은 당리당략(黨利黨略)과 이해타산(利害打算)을 초월해 국가백년대계(國家百年大計)의 결단이 절실하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적 분기점이 되게 해야 한다. 국민의 자산이, 사법의 신뢰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의로운 국가, 투명한 공권력, 신뢰받는 검찰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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