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현종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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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 작가 |
이때 서로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눈치가 필요합니다. 눈치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덕에 가깝지요. 그 사람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픈 부분은 건들지 않는 것. 누구나 숨기고 싶은 상처나 수치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요. 상대의 상황적 심정을 공감하는 일, 곧 역지사지가 필요할 거예요. 이런 과정에서 쌓인 인간적인 애정과 신뢰는 공감보다 더 넓은 이해의 영역이라 생각돼요.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며 함께 걷는 길, 건강한 도반을 얻는 길이지요.
이 시는 제목에서 ‘방문객’이라고 거리 두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나 시 첫 행의 ‘어마어마’와 끝 행의 ‘환대’를 통해 방문객의 의미는 가족부터 지인을 포함한 관계로 확장되지요. 이 관계 속에서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은 현재형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반성도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매 순간 정답을 찾는 일이 쉽지 않지요. 수많은 책에 담긴 지혜와 잠언들도 완벽한 답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진정한 ‘환대’를 통해 서로 존중의 가치가 쌓인 신뢰는 내적 행복을 강화합니다. 인연의 소중함을 엄숙하게 진술하고 있는 화자처럼,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하고 있을까요. 자신이 겪어온 파랑처럼 타인의 삶에도 숱한 사연이 있겠지요. 인연이란 서로의 상처와 기쁨을 보듬는 일, 상대를 대접하는 일은 역으로 자기 자신을 대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이수가액하고 안과 밖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이 시간 누군가 선물처럼 오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 현재 곁에 머물고 있거나 또는 다가오고 있는 인연에 대하여 ‘환대’로 맞는 일, 고귀한 생명을 품는 일과 같을 거예요. 인연을 맺는 일이란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에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시인의 철학적 인식이 담긴 시네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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