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이은화 작가 시 읽기㊿] 청색 시대

문화 / 이은화 작가 / 2025-09-08 17: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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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시대

조휘


피카소의 커피는 푸른색이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그 우울을 떠올리면 왜 이렇게 신이 나는지, 향기는 들떠 오르고 입술은 바짝 마르죠 이야기에도 그림자가 있다면 푸른빛일까요 지루한 구름이 자꾸 엿보고 있죠 들뜬 색깔을 사십 분이나 식혔으니 블루는 내 자화상인가요 팬데믹은 어느새 우리의 등급이 되었죠 커피는 더 이상 그를 기다리지 않지만 우리는 청색 시대를 만날 수 있지요 우리의 4년은 블루의 아이러니일까요 기다림은 드로잉처럼 선을 달리하죠 관계의 겉장을 들추면 언제나 푸른빛이 돌아요 우리의 부재는 지금도 안녕한가요 결국 이별이란 만난 적이 없다는 걸 증명하죠 모든 테두리에는 자유롭게 흘러드는 게 있어요 피카소의 옛 커피잔에 눈빛이 흘러들 듯, 우린 아직 오지 않는 계절의 관람객일 뿐이에요



▲ 이은화 작가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평론 ) 우리는 색으로 계절과 시간을 가늠하고 기억한다. 피카소가 개인적 슬픔을 담아 그렸던 청색 시대처럼, 우리도 자신만의 색들로 감정을 표현하며 청색 시대를 건너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번의 계주에서 이기면 남은 걸음은 편히 걸을 수 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 이 때문에 우리는 변화의 흐름에 맞춰 수시로 새로운 계주를 뛰어야 한다. 조급한 일상에서 변화를 멈추는 순간 자신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한 시대.

우리는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신을 놓칠 때가 많다. 또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다 계절을 놓치기도 한다. 이런 우리에게 시인은 "우리의 부재는 지금도 안녕"하냐고 묻는다. 이 불안한 질문은 쓸쓸하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일은 필요하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청색 시대에서 자신만의 색조로 부재를 극복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오지 않는 계절”을 기다리는 관람 행위는 또 다른 창조라는 것을 일깨운다. 이는 슬픔조차도 예술로 표현한 피카소의 청색 에너지처럼 사람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색을 발견해 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색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을까. 사위가 청잣빛으로 물드는 시간, 이제 “피카소의 커피는 푸른색이었다는 이야기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피카소의 청색 시대를 얘기하듯이 훗날 누군가가 우리 시대의 색감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테니까.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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