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박지영 기]국내 프로야구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의 초대 감독인 김성근(69) 전 SK 감독이 자전적 에세이인 ‘김성근이다’를 펴냈다.
그는 ‘감독으로는 할 수 없었던 그 동안의 못 다한 인생 이야기’(부제)를 책에 담았다. 평생 야구 밖에 모르고 살았던 그에게 야구는 곳 인생 그 자체이고, 인생의 전부다. 그래서 그는 야구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오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그 길 위에서 자신과 싸우고 세상과 싸우면서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힘들고 고달파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흔들림 없이 가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야구에 대한 절실함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그를 사람들은 ‘야신’(야구의 신)이라고 한다.
그는 서문을 통해 “내가 야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것. 하겠다는 뜻만 있으면 어떤 역경 속에서도 이룰 수 있다는 것. 스스로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고, 다음에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다시 한계를 만나고, 그것을 뛰어넘으면서 큰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것.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 책에는 그가 감독이기 때문에 무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던 가슴속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김재현 선수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다 보는 앞에서 “너, 이따위로 하려면 야구 하지 마라”고 말했던 일, 박재홍이 김감독을 찾아와 그의 한마디를 듣고 속이 터져 그를 껴안고 울었던 일, 김광현에게 일부러 더 차갑게 질책하고 마음이 아파 밤새 잠을 못 이루었던 일, 올스타전에서 선수들에게 마지막 두근거림을 안겨주었던 일, TV방송에서 ‘세시봉’을 보며 한 인간으로서 외로움을 느꼈던 일, 딸들이 ‘아버지, 집에 놀러오세요’라고 말하는 사연 등 가슴이 뭉클해지고 뜨거워지는 많은 이야기 들이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 혹독한 연습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이쯤하면 됐다”는 순간은 없다. 몸과 정신이 할 때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한다. 그는 비가 오는 날은 더 혹독하게 연습을 한다. 그날의 고통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 이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완전히 파김치가 된 그날의 고달픔이 야구 잘하고 싶다는 선수들의 생각을 머릿속 생각이 아닌 가슴속 절실함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바닥에서 헤매던 선수들도 김성근 감독을 만나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다, 만년 꼴찌였던 팀도 그가 감독을 하면 최고의 팀으로 거듭난다. 그런 결과를 만드는 것이 바로 치열한 연습이다.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그 다음날 한발 더 뛰는 연습이 승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또 그는 선수들에게 감독의 존재는 엄한 아버지와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선수들에게 그는 언제나 차갑고, 무정하고, 끈질기고, 지독한 사람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주고, 스스로 이것밖에 안 되는지 반성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그는 진짜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선수들은 그런 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시련과 영광을 모두 주었다고, 내가 왜 야구를 하고 있는지 알게 해주었다고, 감독님을 만난 게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시련을 통해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는 김성근 감독의 밑바탕에는 ‘세상에 버릴 선수는 없다. 누구나 하나의 장점을 갖고 있다. 모든 선수는 나의 아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 나의 아들이다.’라는 선수들에 대한 그의 뜨거운 사랑과 희생정신이 숨어있다.
까다롭고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던 그는 “나는 이기는 야구가 아니라지지 않는 야구를 하려고 한다. 우승보다 더 값진게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생명력이 살아난다는 사실이다”하고 했다.
그는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자기 자신과 약속했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고, 경기에서 지면 걸어서 숙소로 돌아갔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때로는 폭염 속에서, 때로는 쌓인 눈 속에서 무엇이 문제 인지 생각했다. 그때마다 그가 찾은 답은 하나였다. “결국 나구나...” 그렇게 모든 손가락이 자신을 향해 있을 때 비로소 답이 보였다. 거북이처럼 목과 두 손 두발을 자기 속에 깊이 웅크리고 있을 때 살길을 찾을 수 있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나 자신이 진심으로 전력투구 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은 인생도 야구공을 쫓으며 살겠다는 그의 인생 이야기에는 인생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고통,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통찰이 담겨있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전력투구하는 삶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면서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40년이 넘는 세월을 야구 감독으로 살아오면서 세상과 수없이 부딪히며, 오해를 받고, 사실과는 다른 방향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몰라주나 속이 탈 때가 많았다. 너무 힘이 들 때는 ‘내가 왜 이렇게 세상 속에서 혼자 싸우고 사는가’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믿는다. 평생 남이 만들어 좋은 길만 따라갈 게 아니라면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그 길 위에서 부딪히고 싸우면서 포기하지 않고 뜻하는 것을 이루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야신’ 김성근은 말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야구장 가는 길이다. 앞으로도 나는 그 길 위에서 부딪히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나의 베스트다.”
김성근은 1942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지만 본관은 경남 진양이다. 일본 가쓰라 고등학교에서 투수로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였고 재일 교포 학생야구단, 동아대, 교통부 순수를 거쳐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되었으며 이후 기업은행에 입단하여 발군의 활약을 펼치지만 부상으로 인해 1968년 선수 생활을 마감하했다.
1969년 마산상고 감독을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고 1972년 기업은행 감독으로 취임, 1073년 국자대표 코치직을 일임하고 충암고와 신일고의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 했다. 이후 1982년 OB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트윈스 감독을 했다. 2005년 일본 지바의 롯데 마린스 순회 코치로 잠시 생활을 하고, 2006년부터 2011년 8월까지 SK와이번스의 감독으로 활동했다.
주요 기록으로는 2002 한국시리즈 준우승(LG트윈스), 2007, 2008 한국시리즈 2연패(SK와이번스), 2008년 9월 프로야구 통산 두 번째 1천승 달성, 2009년 5월 프로야구 통산 두 번째 2천 경기 출장 등이 있으며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1975년 체육훈장 기린장, 2007 한국시리즈 최우수 감독상, 2007 스포츠 토토 올해의 감독상, 2008 한국시리즈 최우수 감독상이 있다.
책은 ‘1장 혼자먹는밥 : 외로워야 리더다, 2장 우리 좋아하는 야구 오래하자 : 혹독한 훈련을 견디는 이유, 3장 고맙다, 미안하다 : 기쁨과 슬픔은 하나다, 4장 나답게 싸우고, 나답게 물러날 뿐이다 : 끝내 이기는 야구, 그리고 인생’ 이렇게 총 4장으로 구성되었다. [다산라이프/김성근/1만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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